[칼럼] 조금 다른 시각의 비관론 - 거래소 리스크

in #coinkorea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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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기계공학과 컴퓨터공학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저와, 유사한 학문을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은 현재 CoinPresso라는 이름의 블록체인 특화 언론을 준비중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블록체인 자체의 가치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관점에서 비관론을 제시해보려고 합니다.

언제나 비관적인 사람은 대박은 내지 못하더라도, 쪽박의 위험으로부터는 안전할 수 있으니까요.

작성자 : 정동건 (CoinPresso 대표 / [email protected])

1. 기존의 금융플랫폼이 작동하는 방식

우리는 중앙화된 기관에 현금, 유가증권 등을 맡겨두고 생활합니다.

은행에 돈을 저축하고, 증권계좌에 주식을 넣어두고, 부동산을 사서 정부기관의 보증을 받습니다.

유동성이 높은 현금이나 주식의 경우, 보관료(최근 일부 국가에서 마이너스 금리 상황인 부분은 논외로 하겠습니다)를 내야 할 상황에서 우리는 이자를 받습니다. 

돈을 맡기면, 우리는 이자를 받습니다.

주식을 공매도를 하려는 기관에게 빌려줘도 이자를 받습니다.  (물론, 이 경우 주식 소유자의 허가를 받습니다)

다시 말해, 중앙 금융 기관은 우리의 자산을 보관해주고 소정의 이자를 주는 대신, 이걸 전문적으로 투자해서 돈을 벌고 있는 것입니다.

이 것이 자본주의가 굴러가는 기본 메커니즘이죠.

2. 거래소 뱅크런?

혹시 뱅크런(Bankrun)이라는 현상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예금을 예시로 생각해보겠습니다.

100명의 사람들이 은행에 100만원씩 맡깁니다.

은행은 이 1억원 중 8000만원을 사업가 8명에게 1000만원씩 대출해줍니다.

은행에는 2000만원이 남아있죠. (이 비율을 지급준비율이라고 합니다)

은행은 100명의 고객 중 20% 정도가 돈을 찾으러 와도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이 비율을 조정해 평형을 유지하며, 사업가들에게 받은 이자 중 일부를 고객들에게 돌려주는 구조이죠.

하지만, 은행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고객 들 중 절반이 돈을 찾으러 왔습니다.

그러나, 은행에는 충분한 돈이 남아있지 않고, 결국 고객들 중 일부는 돈을 돌려받지 못합니다.

정말로 은행은 신뢰도를 잃어 망할 수도 있습니다.

역시나 지극히 단순화시킨 예시이지만, 이런 사고는 여러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발생합니다.

그리고, 은행의 문제가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해 출금이 발생한다면 그 국가의 화폐 또한 가치가 폭락합니다.

대공황 시기 독일에서 예금을 찾지 못했던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거래하고 있는 가상화폐는 이로부터 안전할까요?

3. 투명한 탈중앙화 블록체인, 불투명한 중앙화 거래소

저는 거래소에서 출금이 지연되는 현상, 혹은 애초에 특정 종목의 입출금이 막혀있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종목이 자유롭게 입출금이 되면서, 몇 주째 특정 종목의 (특히 출금) 기능이 구현되지 않는 상황을 생각해봅시다.

여러 가지 부정적인 상상을 할 수 있습니다.그 중 일부만 적어보겠습니다.

- 거래소에서 이 코인을 누군가에게 임대해주고 이자를 받는 중

- 거래소에서 상장 등의 이유로 시세가 급상승했을 때 (혹은 의도적으로 오류를 발생시켜 상승시키고) 일종의 공매도를 하고 아직 숏커버링을 하지 못한 상황 (출금을 할 경우 거래소 내부 물량이 감소해 가격 상승 가능)

- 고객들이 예치한 현금과 코인을 이용해 (혹은 이용조차 하지 않고 허수 주문을 넣어) 임의로 단타거래

- 수수료를 내지 않는 이점을 이용하며 거래소간 담합해 스프레드를 조종해 차익 발생시키기(일종의 재정거래)

- 가상화폐가 제도권 밖에 있어 법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해 이미 코인을 처분해 현금화 한 후 돈세탁이 끝날 때까지 버티고 있는 중 (폰지 사기.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헛된 상상일 수 있고, 그렇다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지극히 중앙화된 거래소들의 양심만을 믿기에는, 우리는 역사 속에서 너무나 많은 비극을 목격했습니다.

똑똑하고 욕심 많은 사람이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다면, 위에서 말한 것 이외에도 기상천외한 기만 행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수백년간 쌓아올린 제도권 내에서도 수도 없이 새로운 사기가 발생하고 있는데, 치외법권에 가까운 이 시장에서 아무도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낙관할 수는 없습니다.

금융의 역사에서 시스템은 꾸준히 발전했지언정 인간의 탐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어두운 실체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면, 시장은 정말로 패닉에 빠지며 엄청난 쇼크를 겪을 수 있습니다.

투자를 하실 때는 항상 의심하고, 경계하고, 또 의심하셔야 합니다.

4. 대응은?

제가 위에서 논의한 관점은, 주요 거래소 여러 곳에 도덕적 해이가 존재한다는 극단적 가정 하에 작성한 글입니다.

거래소들의 입출금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인 한계에 의한 것일 수 있겠죠.

투자자의 입장에서 마진 거래 등을 위해 대여해준 현금 혹은 토큰을 제외하고는 충분히 높은 지급준비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깨진 사건(ex. 마운트곡스 해킹 사건)이후에는 어쩔 수 없이 토큰들의 가격도 하락했으니까요.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

- 투자 금액이 큰 분이고, 장기투자를 고려하신다면, 언제 닥칠 지 모르는 출금거부를 대비해 직접 코인을 인출해서 오프라인 지갑에 보관해 두시는 것도 위험을 회피하는 수단입니다.

- 특정 토큰의 볼륨이 지나치게 한 거래소에 편향돼있다면, 그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치명적입니다. 보편적으로 유통되는 상품일수록 리스크가 감소합니다.

- 현재 사용하고 있는 중앙화된 거래소 대신,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탈중앙화 거래 플랫폼(대표적으로 현재 ICO를 진행중인 NVO가 있습니다) 이 발달할 경우 이동하기. (재앙이 발생하더라도 오히려 누군가에겐 이 분야가 새로운 사업기회가 될 수 있겠네요)

가상화폐 시장은 여지껏 고수익을 보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고수익이라는 단어 앞에는 항상 고위험이라는 설명사가 첨부되어있음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또한, 거래소들의 운영이 투명해지기 위해 일정한 수준의 정부 당국의 법적 규제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에라도 사고가 발생한다면, 정말 엉뚱하게 강력한 규제가 등장해 시장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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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 볼때마다 무섭네요.. 딱히 방법이 없다는게 더.. 하드웨어에 보관해봤자 코인의 가치가 급락할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을지.. 차라리 가능한 한
빨리 법적 규제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네. 사고 터져서 괜히 이상한 초강력규제가 등장하기 전에 합리적인 장치들이 생겨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래소 리스크는 간과하기 쉬운데 언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기투자하는 코인을 거래소에서 보관한다는 글을 자주볼때마다 불안합니다.

국내 모 거래소 사건만 보더라도, 회원들이 해킹 손해를 함께 분담했는데, 큰 돈 투자하신 분들은 얼마나 아찔하실지 걱정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개인의 대비는 물론이고 (적당한) 제도적 보완도 시급할 듯 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의심은 하고 있었는데 coinpressokr님께서 말씀해주시니 더욱 명확해지네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저도 한 사람의 투자자로서 어디까지나 극단적 '의심'이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