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 ] 암호화폐 규제 법안 미뤄져,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
제대로 된 법안이 나오지 않았고, 규제안이 차일피일 미뤄져 어쩔 수 없이
서비스 방향을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도 향후 사업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 지
갈피 잡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대표가 내뱉은 한숨에는 올해 우리나라 블록체인 산업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규제 불확실성 속에서 관련 스타트업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했고 가상통화(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면서 장밋빛 전망을 가지고 시장에 뛰어들었던 벤처들은 가상통화 공개(ICO)는 커녕 옴짝달싹하지 못 하는 처지가 됐다. 가격이 출렁이며 업계는 희망과 절망 사이를 교차했고 이 과정에서 주도권은 점차 대기업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 올해 블록체인 산업이 마주한 현실이다.
가상통화 가격 하락으로 블록체인 스타트업 ‘휘청’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가격은 3-400만원대로 주저않은 채 거래되고 있다. 1년 전인 지난해 이맘때 200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거래됐고 올해 1월 2800원을 돌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치의 90% 가까이가 허공에 흩어진 셈이다. 사정은 다른 암호화폐도 마찬가지다. 리플은 400원 밑으로 떨어졌고 올 초 200만원대까지 가격이 올랐던 이더리움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며 현재 10만원을 밑돌고 있다.
이는 블록체인 업계에 직격탄이 됐다. 장이 좋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코인 상장을 미루는 스타트업들이 속출했고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개발 속도도 눈에 띄게 더뎌진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출시 예정인 서비스도 일정을 다시 조율하고 있는 것이 부지기수”라며 “투자 심리까지 얼어붙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대기업은 블록체인에 역량 집중
이 과정에서 블록체인 개발의 중심 축은 자금력이 탄탄한 대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SK C&C는 글로벌 기업 컨센시스와 블록체인 서비스를 쉽고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기업들이 원하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맞춤형 개발 허브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 투자했던 카카오도 최근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의 파트너사를 30개로 늘렸다. 역시 블록체인 시장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일본 자회사를 통해 블록체인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네이버는 라인파이낸셜을 설립해 일본 금융청(FSA)에 가상통화거래소업 등록을 신청했다. 메신저와 금융을 접목해 생활 속에 스며드는 블록체인 기술은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국 구인구직 플랫폼 링크드인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블록체인 개발자는 지난해 보다 업무 수요가 33배 증가하며 올해 가장 떠오르는 직업 1위로 꼽혔는데 그 인력의 대부분을 IBM, 콘센시스, 체인야드 등의 대기업이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특히 IBM은 알리바바와 함께 전 세계에서 블록체인 특허 기술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도 꼽힌다. 이미 올해 물류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비즈니스에 적용한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또 IBM은 최근 미국 컬럼비아대학과 손잡고 블록체인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는 등 관련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규제 불확실성 해소 ‘숙제’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스타트업들은 시장 변동성은 차치하고 우선 규제 불확실성의 해소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강경원 프레스토 대표가 우리나라의 ICO 전면금지 조치에 대해 헌법소원심판까지 청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4차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에서 우리가 앞서 나갈 수 있음에도 그 기회를 놓칠 수도 있게 된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하루라도 빨리 ICO를 적절한 기준을 정해 허용하고 규제하는 법안을 빨리 만들어 주기를 호소한다”고 했다. 홍준기 컴벌랜드코리아 대표도 블록체인 민관입법협의체 정기세미나에서 “하버드, 예일, 스탠포드, MIT 등의 기부금펀드를 비롯해 정통 금융기관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며 “암호화폐가 이미 자산의 한 종류로 자리잡은 만큼 어떻게 다루고 관리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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