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연재소설] 무너진 세계 - 16
소설가 지망생 입니다.
외계인과인 전쟁 - sf 생존물 입니다.
다른 좋은 글 보시다가..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어 보세요^^ 감사합니다.
살아남은 아이들 - 16
- 탕 -
"아이고~ 깜짝이야.."
"큰 형님! 맞지요? 제 말이 맞지요?"
"그래.. 땅꼬마.. 네 말이 맞나 보구나.. 이건 틀림없는 총소리야.."
"저 형아들.. 총을 세 자루나 가지고 있었어요. 먹을 것도 많구요."
"거기다 집까지 있네.. 어이구~ 부자야, 부자~"
장윤네 집에서 첫 번째 총소리가 울려 퍼질 무렵..
장윤네 집을 지켜보는 두 그림자가 있었다.
키는 작지만 몸 전체가 단단해 보이는 빡빡머리 근육질의 사내와 전에 지호와 병만을 골탕 먹였던 꼬맹이다.
무슨 일로 이들은 장윤의 집을 지켜보고 있는 것일까?
꼬마는 큰형님이라 불리는 사나이가 쓰다듬어 주는 손길이 좋아, 마냥 헤벌쭉 대고 있지만 장윤의 집을 지켜보는 빡빡머리 사나이는 제법 눈빛이 날카로웠다.
강한 안광을 번뜩대는 찢어진 눈..
그는 마치 먹이를 노려보는 맹수와도 같이 집 전체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그러다가 툭 내 뱉는다.
".. 창문으로 들어가긴 어렵겠네.. 발판 삼을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그럼 어째본다.. 총 가진 놈들이라 꽤나 까다로울 텐데.."
턱을 매만지며 고민하는 그에게 꼬마가 끼어들었다.
"그래도 이야기를 해 보는 게 좋겠어요. 형님. 어쩌면 우리랑 같이 사는 걸 좋게 생각 할지도 몰라요."
"그래? 그럴까?? 어째든 대화를 먼저 해보는 건 좋겠구나.. 우리랑 사는 게 좋다라.. 크크크"
사내는 여전히 집에 박은 시선을 떼지 않았다.
꼬마도 배실 대며 그를 따라 웃었다.
이윽고 두 사람이 발걸음을 돌린다.
총성이 울렸던 집은 그 이후로 계속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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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간.. 일본 방위청 -
무라카네 청장의 집무실로 무거운 발걸음의 방위청 통제관이 들어섰다.
따로 집무실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청장의 지시로 사무실 한켠을 급히 비워 만든 임시 공간이었다.
하지만 말이 집무실이지 실상은 개인 휴게실이다.
집무실로 드려놓은 소파위에 맨발로 나자빠진 무라카네 총장은 초저녁부터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하고자 열심히 뒤척대고 있었다.
".. 에휴.."
통제관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 자가 풍전등화 일본의 병권 전체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통제관인 자신에게 알아서 하라는 말을 남긴 채 이틀째 칩거 중이다.
그동안 핵을 맞은 외계인들이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별다른 탈은 없었지만 말이다.
".. 청장님... 계속 이렇게 있으실 작정 입니까?"
"챗!.."
무라카네는 콧방귀를 뀌다 말을 잇는다.
"여긴 왜 들어왔나? 통제관.. 네 놈들 전부 잘 난 놈들이니 난 없어도 되는 거 아닌가? 육군 놈들은 말도 안 들어 처먹는데다 하극상이나 일으키고, 보내는 정찰드론은 족족 박살이 나고.. 이런 상황에서 내가 뭘 어째줄까? 미사일이라도 퍼 부으라는데 그것도 못하겠다고 토를 달지 않았어?"
"딱정벌레의 외피가 원체 단단해 미사일을 공격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건 미사일을 그냥 버리자는 것과 같습니다. 다른 방법을 생..
"나가!! 그냥 나가!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난들 그걸 몰라서 그런 지시를 내렸겠나? 오죽했으면 그런 거 아니야! 그러니까 너네 참모진들도 멍청히 있지만 말고 아이디어를 내봐! 내 주둥이만 쳐다보고 있지 말고!"
"녀석들이 딱정벌레 시체를 벙커삼아 뭔가를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어째든.. 어떻게든 해야 합니다! 일단 지휘석으로 앉으시죠. 모든 군이 청장님의 부재로 혼란을 격고 있습니다."
"싫어! 그냥 내버려 둬! 계속 니네들 끼리 다 해 처먹으라 이거야! 난 더 이상 모르겠으니까! 내 말은 한마디도 안 들으면서.. 뭐가 어째? 혼란을 격고 있다고? 청장 말을 개똥으로 여기면서 이제 와서 무슨 헛소리야! 당장 꺼져! 꼴도 보기 싫어!"
"청장님!!"
"썩 나가라고 했다 통제관! 난 잠이나 잘 테니 더 이상 귀찮게 굴지마!"
통제관은 떠밀리 듯 집무실 밖으로 쫓겨났다.
청장의 어린아이 같은 태도에 당황스럽다 못해 울화마저 치밀었다.
성큼성큼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각 자위대장들과 사령관들에게 핫라인을 넣었다.
일본의 전 지휘관들을 소집하는 것과 같은 행위였다.
통제관 신분으로써는 결코 할 수 없는 월권지만 화가 난 통제관은 영상회의를 개최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곧이어 각 부대의 지휘관들이 속속히 꾀죄죄하고 쾡한 얼굴을 비췄다.
며칠간 전란을 치르느라 잠 한숨 자지 못한 일본의 대들보들이다.
"대장님들과 사령관분들께 긴히 전할 말이 있어 무례히 화상회의를 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통제관인가? 청장님 모습은 안 보이는데.. 아직.. 골방에 계신가?"
"네.. 딱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대장님.."
"에휴.. 이것 참.."
스크린 여기저기서 연이어 한숨이 터져 나왔다.
통제관은 이들의 한 숨 소리가 청장을 잘 보필하지 못한 자신 때문인 것만 같아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래.. 뭣 때문에 회의를 소집했지? 핫라인 사용은 통제관 제량으론 할 수 없는 일 이란 걸 알고는 있겠지?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해는 해 줌세.."
"네..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금 말씀 드릴 사안은 더 심각한 내용 입니다."
".. 뭔가? 무슨 일이 발생했기에 그러나?"
"현 청장을 폐임하고 새 청장을 앉히자는 내용 입니다."
"아니! 뭐라고?"
"통제관!.. 따로 총리의 지시가 있었던 겐가? 이건.. 이건 반역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감히 핫라인까지 열어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지금 일본은 절체절명의 위기 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 청장은 이 일을 타개할 만한 그릇이 못됩니다."
화면안의 사람들이 술렁대기 시작했다.
통제관의 말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총리의 지명 없이 청장을 세우는 것은 쿠데타를 하자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자칫하면 일본이라는 체계가 한방에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
지금 같은 전시엔 더욱이나 말이다
하지만 지금이니까 통제관이 그 주제에 핫라인 회의를 개최한 것이다.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큰 징계를 감수해야 할 발언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정치입장만 생각하는 총리가 인맥으로 사람을 세웠기 때문에.. 그렇게 세워진 청장은 끝내 국가위기를 나 몰라라하고 있기 때문에 말이다.
지휘관들은 참담한 표정으로 서로를 살폈다.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 통제관.. 그런데.. 만약 새 청장을 뽑는다면 누구를 세우잔 말인가? 혹.. 우리들 중 하나를 뽑잔 말인가? 하지만 지금 그 누구도 자신의 임무를 비울 수 있는 사람은 없네.. 그랬다간 맡고 있는 파트가 무너져 버릴 지도 모르니까.. 통제관이 무슨 마음으로 이런 회의를 연 것인지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갑자기 새 청장을 드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네.."
"그래.. 통제관.. 현 청장은 없는 샘 치고, 일단은 우리끼리라도 자주 회의를 열어 해결책을 모색해 보세.. 지금은.. 너무 긴박한 상황이야.. 앞으로의 핫라인 연결에 대한 책임도 묵인해 줄 테니, 일이 생기면 주저 없이 회의를 열게.."
각 지휘관들의 반대가 이어진다.
일리가 있었다.
보직이 변경되면 필시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아쉬운 일본군에게 그럴 여유 따위가 어디 있는가?
긴박히 돌아가는 각 군의 상황을 새로 부임한 사람이 손쉽게 뚫어 알긴 어렵다.
자칫, 인사이동에 따른 혼란이라도 발생한다면, 일본군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산간 태우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제관의 표정이 굳건하다.
아직 할 말이 더 남은 눈치였다.
"저도 각 지휘관님들께서 무엇을 염려하시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야마토 청장님은 어떻습니까?"
"야.. 야마토 청장님?!"
"네.. 야마토 청장님을 다시 모시자는 것입니다?"
"연락이 되시는가? 청장님이 연락이 되시느냔 말일세!"
야마토 청장은 무라카네 총장 전에 해임된 불같은 청장의 이름이다.
통제관의 입에서 전 청장의 이름이 거론되자 사람들은 또 한 번 술렁여졌다.
통제관이 말을 이었다.
"그 분은 계속해서 본부 근처에 계시면서 이곳의 상황을 보고 받으셨습니다. 어떻게든 일본군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말이죠."
"아니.. 어떻게 그런 게 가능했지? 밖의 상황은 군 통신을 전파 받을 수단이 없었을 텐데? 전화가 터지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가브리엘 폰의 무전기를 이용했습니다. 힘이 드시지만.. 청장님은 본부 근처에 계속 계시면서 여러 가지 조언으로 본부 요원들을 도와 주셨습니다."
"하.."
야마토 청장의 헌신에 일순간 사람들은 할 말을 잃었다.
비록 전쟁 중이라지만 군 펜스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식사나 잠자리 등등의 기타 여건이 지원되었다.
하지만 펜스 밖을 나가는 순간 이런 편의는 딱 끊긴다.
일반 피난민과 마찬가지로 알아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간 야마토 청장이 본부 밖에서 얼마나 고생스러웠을지는 불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을 버린 본부 밖에서도 일본을 위해 열심히 싸워주고 있었던 것이다.
"야마토 청장님이라면.. 나는 찬성일세!"
지휘관들 중 가장 고참인 항공자위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결의에 찬 표정을 지었다.
"저도 찬성입니다."
"군수사 이하 모든 부서도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해군 자위대도 다시 전 청장님을 받들겠습니다."
"육군 자위대는 사람이 많이 줄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거의 만장일치가 되어간다.
통제관이 입을 열었다.
"각 지휘관 분들의 뜻은 알겠습니다. 하오나.. 지금의 결정으로 차후 엄청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괜찮으시겠는지요? 나라가 회복되게 되면 결의 하신 분들은 모두 반역죄 처벌을 받게 될 테니까요.. 저를 포함해서.."
무겁게 분위기를 잡았다.
하지만 대장들은 껄껄 웃으며 콧방귀를 꼈다.
"나라만 구할 수 있다면 지금의 반역을 평생 훈장으로 삼겠네! 처벌 수위가 결정되거들랑 자네가 또 핫라인으로 알려 주도록 하게! 반역죄 통보도 월권으로 받아야 제 맛이지 않겠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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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 -
무라카네 청장이 뒤척대는 집무실에 노크가 울린다.
오지 않는 잠을 자려니 한창 짜증이 나는 무라카네다.
이런 자신을 통제관이 또 괴롭히러 온 것일 테지..
녀석의 잔소리가 무라카네는 벌써 귀찮았다.
"들어오지 마! 아무것도 듣기 싫으니까! 만약 내 말을 무시할 경우 모든 권한을 동원해서 자네를 잘라 버리도록 하겠네! 알았나?!"
하지만 오히려 무라카네의 말이 무시되고 집무실 문은 벌컥 열린다.
제대로 짜증이 난 무라카네는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야이 새끼!....... 어? 아니.."
문 앞에 선 사람은 통제관이 아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야마토 전 청장이었다.
"무라카네! 이 미친 새끼야! 지금 아군들은 천지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데! 소파에서 잠이 쳐 오냐?!"
"당.. 당신이 어떻게 여기를...? 어떻게 민간인이 여기를??"
"민간인? 네 놈이야 말로 군인이냐? 좋게 말할 때 이곳에서 꺼져! 어서!"
"뭐라는 거야? 이 작자가 실성했나? 헌병! 헌병! 이 사람을 당장 쫓아내!"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오히려 야마토 청장은 기세가 당당해 지고,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느낀 무라카네는 알 수 없이 마음이 쫄려온다.
"무라카네.. 오늘 부터 내가 다시 청장이다. 그러니까 이곳에서 치졸한 몸뚱아리 치워!"
"뭐.. 뭐야? 총리가 다시 지명한 건가?..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
"그래.. 총리는 절대 그럴 리가 없지.. 나는 일본으로 부터 청장자리를 임명 받았다! 무슨 뜻인지 알겠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설마.. 반역인가?! 반역?? 이런 일을 하고도 무사할 것 같아?"
"무사한지 안 한지는 일단 전쟁을 끝낸 후에 이야기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어이~! 헌병 어딨나? 뭐 하나? 빨리빨리 쓰레기 치우지 않고!"
그러자 무나카네가 부를 때는 아무 반응이 없던 헌병 두 명이 부리나케 달려 왔다.
그리고는 무라카네를 일으켜 양 손을 결박한 후 밖으로 끌고 나가려 했다.
어안이 벙벙한 무라카네가 몸부림을 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헌병은 무라카네를 범죄자 마냥 우악스럽게 집무실에서 끌어냈다.
막 나가려는 찰나, 갑자기 야마토 청장이 헌병들의 앞길을 막았다.
그러더니 헛기침을 두 번 한다.
"흠! 흠! 아차.. 내가 깜빡 잊은 게 있어서.."
무라카네가 분괴한 눈으로 야마토 청장을 노려보았다.
"말해봐! 야마토! 지금이라도 실수를 돌이키겠다면 이 사건은 그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 줄 수도 있어."
"아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네.. 단순히 당신에게 줄게 있단 걸 깜빡 해서 불러 세운 것 뿐 이니까.."
"뭔가?"
"이건데.. 잠깐만 기다려봐.."
무라카네는 야마토가 무엇을 내미는가 싶어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런 무라카네에게 야마토는 있는 힘껏 아구창을 날려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