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연재소설] 무너진 세계 - 17
소설가 지망생 입니다.
외계인과인 전쟁 - sf 생존물 입니다.
다른 좋은 글 보시다가..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어 보세요^^ 감사합니다.
살아남은 아이들 - 17
아이들은 오랜 설득 끝에 죄책감에 떨고 있는 지호의 총을 뺏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시체 곁을 떠나지 않으려는 소녀도 설득해 내느라 꽤나 애를 먹었다.
집안에 시체를 계속 둘 순 없으니 집 뒤 켠에 대충 묻었다.
소녀가 떨어지지 않으려 발광을 하는 통에, 집을 나서면 바로 보이는 곳에 터를 잡은 것이다.
남자가 묻힌 곳에서 넋을 놓고 있는 소녀의 곁은 장윤이 하루 종일 지켰다.
소녀는 해가 다 지도록 무덤 앞에서 울었다.
달이 뜨고야 둘이 집으로 돌아온다.
다리를 다친 여자아이.. 아이들 때문에 하나 남은 보호자마저 잃게 된 여자아이를 내칠 수가 없어, 장윤은 결국 집으로 대리고 들어와 버렸다.
소녀가 당연히 좋다고 따라 왔을 리 없다. 하지만 장윤은 끝끝내 가슴으로 설득해 내고야 말았다.
"언제든지 떠나도 좋아.. 하지만 다리가 다 낫을 때 까지만 집에서 지내줘..
그렇게라도 우리가 한 잘 못을 갚고 싶어.. 다 용서 받을 순 없겠지만 오빠일은 정말 미안해.. 정말이야.."
그 덕에 지호와 소녀는 껄끄러운 공간을 공유하게 되었다.
평소의 지호라면 식객 따윈 매몰차게 내 쫓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은 죄가 있어 별 말이 없었다.
총은 내려놓았지만 여전히 반쯤 넋이 나간 지호는 그날 하루 종일 벽에 기대 앉아 멍하게 있었다.
소녀도 아이들이 내어준 작은 방에 처박혀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렇게 밤이 지고 다음날도 어김없이 해가 떴다.
아이들은 다시금 채집을 위해 몸을 일으켰다.
어제 많이 놀라서 그런 것일까.. 병만의 체온이 엄청나게 올랐다.
녀석은 결국 잠에서 깨지 못하고 몸살기운 마저 보였다.
장윤이 깜짝 놀라 호들갑을 떨었지만 함께 있는 지호는 아직도 제정신이 아니다.
잠도 제대로 못 잔 것일까.. 충혈 된 눈은 초점을 잃고 있었다.
"아.. 이 새끼들아.. 제발 둘 다 기운 좀 차리자.."
두 녀석이 동시에 엎어져 버리니 장윤은 멘붕이 온다.
어쨌든 오늘은 지호와 장윤, 둘만 출격이 가능할 듯 싶으다.
소녀는 아침에도 쥐죽은 듯 조용했다.
장윤이 얼굴이나 보고 갈까 했지만 안쪽에서 굳게 잠긴 문은 열리지 않았다.
오빠를 죽인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소녀도 미칠 노릇이겠지..
이리저리 꼬여버린 아이들의 생활에 장윤은 머리가 아파왔다.
여전히 말이 없는 지호는 성큼성큼 문 밖을 나가 버린다.
녀석의 발걸음은 흡사 도망치는 사람과도 같다.
두 친구는 짜기라도 한 듯 근처의 약국과 병원부터 뒤졌다.
이제는 항생제가 절박하다.
갑자기 들어앉은 소녀는 다리를 전다. 병이 나서 그런 것인지, 난리통에 외상을 입은 것인지.. 겉이 멀쩡하다 보니 알 수가 없다.
아직 대면해서 물어 볼 처지도 아니고 말이다.
어째든 이제는 두 환자를 살려야 했다.
의료제가 간절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생존자들에 의해 털린 곳이 많아, 생필품 확보조차 힘이 부쳤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을 순 없다.
아침부터 의료시설 몇 군대를 들렀다 빈손으로 나오는 길이지만 두 친구는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지호야! 찾았다! 여기 뭐 있다! 이거 아니냐? 이거?"
우연히 발견한 병원의 병실 안에서였다.
장윤은 난장판이 된 병실에서 잔해 아래에 끼여 있던 구급상자를 발견했다. 다량의 앰플들과 주사기가 들어 있었다.
병원만 오면 수술실이나 약제실부터 뒤지는 지호에게 급하게 무전을 쳤다.
수술도중 죽은 사람들의 시체나 발견할 뿐,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던 지호가 부리나케 병실로 달려왔다.
뜻밖의 희소식에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어디 봐! 어디!"
"이거! 이거! 크크크. 내가 뭐랬어~? 병실 같은 델 뒤져야 한다고 했지?"
"장윤아! 너 가끔 천재 같다! 하하하"
"뭐~래! 내가 아닌 척 한 것뿐이지 사실 너 보다 머리 좋거든! 우헤헤 "
수술실 같은 곳은 일찌감치 털렸을 거란 장윤의 말이 증명 된 순간이었다.
가브리엘 폰부터 시작해서 녀석은 희한한 습득운이 있다.
지호도 손에 든 앰플들을 보며 어제 잃었던 웃음 되찾았다.
이것만 있으면 병만도 기운을 차릴 것이다.
"... 근데, 지호야.. 근데..이 약들.. 어떻게 쓰는지는 알아?"
"!!... 아니.. 모르는.. 데.."
장윤이 의아한 눈으로 지호를 보았다.
지호도 장윤의 물음에 아뿔싸 싶었다.
항생제를 찾는 것만 생각했지 투약에 대해서는 미쳐 생각해 보진 못한 것이다.
그저 영화처럼 항생제만 찾으면 모든 것이 정리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똑똑한 지호라도 의학적 지식 없이 앰플의 약을 주사기로 투약한다는 것은 무리다.
처음부터 무용지물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허탈한 마음에 주저앉고 말았다.
자세히 보니 엠플에는 비타민이라고 적힌 영문도 보였다.
그러고 보니 나머지 앰플들은 항생제인지 조차도 명확치가 않다.
테그 전체가 생소한 의학영어로 도배가 되어 있으니 말이다.
"지호야.. 어떡하지? 우리 여태껏 헛고생 한 거야? 이제 병만인 어떻게?"
지호도 대책이 없는지 창 밖 너머 먼 산만 보았다.
기운이 빠지고 어지러웠다.
이대로라면 병만을 저 세상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
슬금슬금 눈물이 또 나려고 하지만 울음이 터지면 주체할 수 없을 것만 같아 지호는 필사적으로 슬픔을 삼켰다.
그때였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데! 키키키"
"?!!"
넋을 놓은 아이들 뒤로 별안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흠칫 놀란 아이들이 돌아보았다.
병실 문 밖에서 누군가가 고개만 옆으로 내민 채 자신들을 보고 있었다.
키가 작은 까까머리의 얼굴..
얼마 전에 지호와 병만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던 못돼먹은 꼬맹이였다.
"너.. 너 이 녀석! 뭐야?! 어떻게 우리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지호가 화를 냈다.
장윤은 느닷없이 나타난 꼬마에게 지호가 왜 화를 내는지 몰랐다.
그저 멀뚱히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볼 뿐이다.
하지만 지호의 호령에도 아이는 주눅하나 들지 않고 생글생글 웃었다.
"저번엔 미안했어요. 크크.. 그냥 장난쳤던 것 뿐 이었는데..."
"장난? 장난이라고? 그때 우린 죽을 뻔했어!"
"그러길래.. 초코바 좀 나눠주지 그랬어요? 욕심 부리니까 그렇지.."
"뭐라고? 이 녀석이 보자보자니까!"
"그나저나 형아들.. 지금 의사선생님이 필요 한 거죠? 그죠? 저 의사 선생님이 어디 있는지 알아요!"
"...!?"
"저 지금 의사 선생님과 함께 살아요! 형아들 도와 줄 수 있어요!"
뜻밖의 말이었다.
하지만 아이의 행실을 잘 아는 지호는 놀라면서도 경계를 풀지 않았다.
"네 말을 믿을 것 같아? 또 무슨 속셈이야? 이 괘씸한 녀석아! 혼꾸멍내기 전에 꺼져! 알겠어?"
그래도 아이는 여전히 베실 거렸다.
"저녁에 형아네 집으로 찾아갈게요. 저 형아들 어디 사는지도 다 알아요! 헤헤~ 의사 선생님이랑 같이 갈 테니까 기다려 주세요. 그럼~ 안뇽~~"
아이는 말을 마치자마자 후다닥 병원 밖으로 나가 버렸다.
두 친구는 바람같이 왔다가 사라져 버린 꼬맹이 때문에 한 동안 또 넋을 놓아야만 했다.
지호는 머리가 복잡해 졌다.
우리들의 집을 안다고?
그 말뜻은 언제 부턴가 아이들이 장윤의 집으로 드나드는 것을 꼬마가 보고 있었다는 뜻이다.
집을 확인 한 후 오늘 우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밖에서 마주쳤더라면 우연이라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꼬마가 병실 까지 좇아 들어 온 것은 녀석이 두 친구를 미행도 했단 소리다.
그러면서 우리의 필요를 눈치 채고 먼저 도와주겠다고 나선다.
왜일까?? 왜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일까?
꼬마와의 만남이 그리 아름답지 않았던 지호는 녀석의 속내가 미심쩍다.
의도가 결코 좋을 리 없다!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곧바로 집에 두고 온 병만과 소녀가 걱정이었다.
두 사람은 환자다.
외부의 침입이라도 발생한다면 그들은 앉아서 당하고 말 것이다.
"장윤아! 어서 집으로 가자!"
"어? 갑자기 왜? 아직 해가 밝은데??""
"잔소리 말고 따라와!"
"어?.. 어.. 알았어.."
아이들은 급히 집으로 돌아갔다.
장윤은 무슨 상황인지도 모른 채, 심각해진 지호를 뒤 쫓았다.
달리는 내내 물어 보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녀석은 어제부터 너무 심하게 심각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딩동 -
"!"
해가 저 물어 갈 쯤 이었다.
장윤의 집으로 초인종이 울렸다.
낮에 만난 꼬마가 저녁쯤 방문 하겠다고 했었지만, 막상 초인종이 울리니 집안은 긴장감에 쌓였다.
병만과 소녀는 여전히 방에 누워 있고, 거실을 지키는 장윤과 지호는 일단 총을 빼 들어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문을 열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가 문으로 다가가는 순간에도 머뭇거려 졌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계산해보아도 이것은 부딪혀 보지 않고는 답을 알 수 없는 것이다.
지호가 문 앞으로 다가갔다.
다가가는 중에도 참을성 없는 방문객은 초인종을 연달아 두 번이나 더 눌렀다.
"미리 경고 하는데.. 문을 열어 준다고 해서 집안으로 들어오는 걸 허락 한단 뜻은 아니야! 그러니까 문이 열리더라도 밖에 그대로 서있어. 그렇지 않으면.. 참담함을 각오해야 될 테니까.."
문밖에 선 방문객에게 경고를 날렸다.
그러면서 동시에 외시경을 통해 방문자를 확인했다.
생각했던 의사 같은 사람은 밖에 서 있지 않았다.
꼬마와 같이 빡빡머리를 한 다부진 체격의 남자만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다.
"누.. 누구야! 당신은 누구지?"
"형아! 저에요! 저!! 큰형님이랑 같이 왔어요!"
"큰 형님?"
꼬마는 키가 작아서 외시경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어쨌든 필요한 의사는 안 오고 아무짝에 쓸모없는 큰형님이란 작자만 문 밖에 우두커니 서있다.
지호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의사가 필요하지 형님 따윈 필요 없는데!"
그러자 남자도 대화에 합류한다.
걸걸하고 낮은.. 전형적인 악당의 목소리였다.
"이봐.. 나도 바보가 아닌데 우리 쪽 의사를 무턱대고 보낼 수가 있나? 먼저 협상을 하고나서야 다음을 진행 하는 게 도리지.. 안 그래? 수술까진 못해줘도 어느 정도 진찰은 봐 줄 수 있어. 근데.. 공짜론 안 돼!.. 우리 측 조건을 들어 보겠어?"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