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이야기 / 이재윤

in #steemzzang9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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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땅 한 뼘 없이 화전밭 일구고
머루,다래 따고 산삼 캐던 가을 날
눈도 감지 못한 채 업혀왔다
올망졸망 토끼 같은 눈 반짝이는
자식들을 향해 초점이 멈춰있었다

어이 갈까 어이 갈까 저 어린 것들을 두고
북망산천을 어이 갈까
상여 앞 선소리꾼의 선창이 서럽게 들렸다

여섯 살 짜리 막내는 누구의 장례인지 알지 못했다
먹거리가 귀했던 시절 상청에 차려진 떡과 사탕 몇 알,
발뒤꿈치 올리고 기웃기웃 제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가난의 발뒤꿈치로 서러운 가을이 무너졌다
내 땅 한 뼘 없던 심마니
북망산천에 빠알간 산삼 꽃으로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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