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록을 쓰고 싶은 날
참회록을 쓰고 싶은 날/
지난 목요일 시집을 선물 받았다.
스승님이라 부르고 싶어도
내가 너무 부족하기에 그리 하지 못하는
존경하는 선생님으로부터
선생님의 시집을 선물 받았다.
등단 50년을 바라보는 노시인 우리나라 문단에 한축을 버텨주고 이루고 계신 선생님 그런 분에게 매주 두 시간씩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영광이며 매우 행복한 일이다.
다만, 선생님의 뜻에 부응을 못하는 나 자신이 부끄럽고 송구할 뿐이다.
마음 놓고 선생님의 제자라고 말할 수 있는 실력이 되면 좋겠고 스승님이라 하여도 선생님에게 누가 되지 않을 정도가 되면 좋겠는데 그럴 날이 올까 싶다.
단지 희망은, 선생님을 모시고 할 수 있는 공부자리를 계속 만들고 있으니 문우들 중에서 일취월장하는 분들이 나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으며 그 믿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창문의 블라인드 줄을 살짝 당겨 창밖의 하늘을 본다.
비는 멈추었고 하늘은 흐려 있다.
간간이 해가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기도 한다.
하늘을 바라보던 시선이 책상에 놓인 시집으로 간다.
시집 표지에 타이틀만 봐도 무겁다.
오늘 날씨와 어울려 내 기분에 딱 들어앉아 버리는 거 같다.
참회록을 쓰고 싶은 날, 지금 내가 그렇다.
참회록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 보면 후회하는 삶은 아니었다 해도 어찌 살아오며 잘못이 없었고 죄지은 게 없겠는가 싶다.
하나하나 짚어 들어가면 살아오며 죄도 많고 잘못도 많았지 싶다.
지금 또한 잘 못하는 게 없지 않으리라 본다.
이런 감정들이 모이고 자꾸 나대면 참회록도 쓰게 되고 종교에 문을 두드리게 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만물에 으뜸이 사람이라 하나 달리 보면 마냥 나약하기만 한 존재가 사람이 아닌가 싶기도 한 사는 거 자체가 죄이지 싶을 때도 없지 않기도 하다.
내가 참회록을 쓴다면 어떻게 쓸까?
어떤 이야기를 쓸까?
선생님은 어떤 침회록을 쓰셨을까?
내것은 몰라도 선생님의 참회록은 내일 보여 드릴 수 있다.
어쩌면 참회록이 아닌 참회록을 쓰고 싶은 날의 감정을 담아 놓으셨을지는 모르지만 내일 들추어 봐야겠다.
참고로 이분이 이효석 작가님의 조카라고 하던가 가까운 집안 분이시다.
자세한 집안 내력을 듣기는 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의 기억 방법은 자세하게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두리뭉실하게 기억을 하는지
이럴 때는 내가 밉기도 하다.
내가 참회록을 쓴다면 이런 어중간하고 밋밋한 것 똑 부러지게 똑똑하지 못한 것으로 인해 일어난 것들이
주류를 이룰 거 같다는 생각이 가벼운 머리처럼 근질거리며 올라온다.
여하튼, 나는 선생님을 만나서 나의 부족함의 치수라도 가늠할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하고 고맙고 좋다.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문학의 피가 흐르는 시인님이시군요.
천운님도 참회록 쓰시면 되지요.
한권 예약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