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k610 (65)in #kr-writing • 7 years ago • None[사진][사진] 어차피 남는 건 사진뿐이란 말에 보이는 대로 셔터를 눌러댔는데 기억에 남아있는 건 그저 초록색은 산 푸른색은 바다 그곳의 바람이 어땠는지 색으로 표현하면 무언지 하나도…gtk610 (65)in #kr-writing • 7 years ago • None[왕의 유언][왕의 유언] 백주대낮에 자리 깔고 앉아 몇 시간째 키보드만 쾅쾅 눈 밑에는 퀭한 그림자가 저러다 기절할까 염려되어 점심시간인데 뭐 드실래요? 배도 안 고픈지 묵묵부답 무안해져…gtk610 (65)in #kr-writing • 7 years ago • None[동창][동창] 안 바쁘면 한 잔 하자 연락 한 번 없던 녀석이 뜬금없이 메시지를 했다 얼떨떨해 하면서도 챙겨 입고 나갔더니 얼굴 보자마자 하는 말이 사는 게 왜 이리 힘드냐…gtk610 (65)in #kr-writing • 7 years ago • None[정][정] 이름 모를 할아버지 오늘 점심 메뉴는 컵라면 한 그릇 열어보려 애쓰다 젊은이 이거 좀 해줘 받아서 뜯고 있는데 멋쩍은 웃음 지으며 늙은이라 미안하구만 순간 이유…gtk610 (65)in #kr-writing • 7 years ago • None[쿠키][쿠키] 딱히 배고픈 건 아닌데 어딘가 입이 심심할 때 치명적인 달달함으로 모든 걸 잊고 싶을 때 나를 위로해주는 유일한 나의 벗 바삭 하는 소리에 집중하느라 쓸데없는 고민은…gtk610 (65)in #kr-writing • 7 years ago • None[생화][생화] 뭐 이리 손이 많이 가는지 아주 매일이 죽을 맛이다 가지라고 주기에 받기는 했는데 이 놈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물을 좀만 적게 줘도 성을 내고 햇빛이 없으면 푹…gtk610 (65)in #kr-writing • 7 years ago • None[정리][정리] 김치찌개를 좋아하고 노란 과일은 싫어한다 더위보다 추위를 타지만 여름옷에 더 신경을 쓴다 비가 오는 건 싫어하지만 빗소리를 듣는 건 좋아한다 참 상세하게도…gtk610 (65)in #kr-writing • 7 years ago • None[축가]#[축가] 가만히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어째 신부의 표정이 심상찮다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주마등이라도 스쳐간 건지 고개를 숙인 채 부르르 떨며 애꿎은 입술을…gtk610 (65)in #kr-writing • 7 years ago • None[투명인간][투명인간] 아무렇지 않게 나를 스쳐가고 눈앞에 서성이는 데도 암흑인 듯 보지 못한다 한 번만 돌아보면 될 것 같은데 너는 끝끝내 고개를 돌리지 않아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한…gtk610 (65)in #kr-writing • 7 years ago • None[편견][편견] 매일 똑같은 지하철이 지루해 사람 구경이나 하고 있는데 얼굴이 험상궂게 생긴 아저씨 잘못 부딪히면 욕을 퍼붓겠네 어르신 앞에 앉아 졸고 있는 학생 어쩜 저렇게 버릇도 개념도…gtk610 (65)in #kr-writing • 7 years ago • None[행복의 값][행복의 값] 아 제발 이제 그만 좀 하자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행복에 값을 매기고 있었다 밥을 먹어서 행복해지다가도 근데 이 돈이면 원피스 한 벌을 즐겁게 여행 준비를 하다…gtk610 (65)in #kr-writing • 7 years ago • None[근황][근황] 덥수룩한 머리에 꾀죄죄한 차림새 지저분한 코흘리개에 가진 건 목청뿐이라 나는 콜럼버스가 될 거야 여기저기 떠벌리던 친구 오늘따라 유독 생각나 어찌 사나…gtk610 (65)in #kr-writing • 7 years ago • None[환상][환상] 너무 아름다워서 꿈인 줄 알았다 날 보며 웃기에 거짓이구나 했다 보잘 것 없는 내가 뭐가 그리 소중한지 그칠 줄 모르는 울음에 온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어차피…gtk610 (65)in #kr-writing • 7 years ago • None[기적마차][기적마차] 삶의 짐이 버거운 이들 모두 오라 기적마차로 밤거리를 내달리면서 사랑하는 이를 만났던 아름다움 꿈을 꾸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리라 덜컹대는 마차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gtk610 (65)in #kr-writing • 7 years ago • None[영웅][영웅] 아마 다섯 살 즈음이었나 지붕에서 놀다 발을 헛디뎌 스르륵 미끄러졌는데 하나도 안 아픈 거야 눈을 살포시 떠보니 벌러덩 바닥에 누워 나를 받친 채 씨익 웃는데…gtk610 (65)in #kr-writing • 7 years ago • None[영재][영재] 건반만 눌렀는데 베토벤이 되었다 물감을 흘렸는데 피카소가 되었다 친구들과 멀어지고 시간이 늘 부족했다 부모님의 얼굴이 낯설어지고 학원선생님이 더 익숙해졌다…gtk610 (65)in #kr-writing • 7 years ago • None[초][초] 불 켜지 마 그냥 놔둬 오늘은 왠지 모르게 어둠에만 있고 싶어 슬픔에 빠진 얼굴은 못나기 그지없어서 이 깜깜한 밤 속에 숨어서 조금만 울래 너는 미소가 잘…gtk610 (65)in #kr-writing • 7 years ago • None[야식][야식] 밤이 깊었는데 어딘가 허하다 허기가 져서인지 마음이 허한 건지 냉장고를 뒤져보니 버려진 음식이 가득 어제 먹다 남은 김치찌개를 꺼내 데우지도 않고 고기만…gtk610 (65)in #kr-writing • 7 years ago • None[소실점][소실점] 길가에 핀 꽃도 우뚝 선 나무도 모두 같은 곳을 보고 같은 곳만을 향하지 어디에 있든지 시작은 똑같아 그들의 모든 움직임은 모두 그의 손 안에서 질서 없어…gtk610 (65)in #kr-writing • 7 years ago • None[연가][연가] 굵은 비가 와서 옷가지가 젖어도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웃어넘길 수 있게 됐소 소문이 무성하던 음식점이 소문만 무성하던 곳이어도 숟가락을 내려놓지 않고 감사히 음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