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많이 늦은 후기
한국 최초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 한 줄 소개만으로 영화의 가치를 알기에 충분하다.
기본적으로 '범죄스릴러'로 구분되는 것 같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느낄 수 있듯 이 영화의 장르는 모호하다.
평단도 예술과 상업, 블랙코미디와 범죄스릴러 등 기존의 장르경계를 넘나드는 이 영화를 통해, '봉준호'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영화 장르'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너무나도 사이즈가 큰 화제작인 만큼 수많은 리뷰가 쏟아져 나왔기에 어쩌면 신선할 것 없는 리뷰일 테지만 이제사 IPTV를 통해 영화를 관람한 나로서는 시청한 소감을 기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폭우, 그리고 낙수효과
'낙수효과(落水效果)'란 고소득층의 소득 증대가 소비 및 투자 확대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도 증가하게 되는 효과를 가리킨다. 영어로는 '트리클다운 이팩트(trickle-down effect)'라고도 한다. <기생충>의 폭우가 내리는 장면에서 바로 이 낙수효과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영화에서 주인공 기택(송강호)의 가족은 수재민이 되는 수난을 겪는다. 박 사장(이선균)의 집에서 몰래 빠져나온 기택의 가족은 폭우를 뚫고 우여곡절 끝에 반지하 집에 도착하게 되는데 언덕 위에 위치한 박 사장의 집과 땅보다 아래 위치한 기택의 집은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박 사장의 가족은 쏟아져 내리는 비가 마냥 즐겁다. 푸른 잔디가 펼쳐진 마당에 일부러 텐트를 치고 놀아야 할 만큼 비는 흥미거리에 불과하다. 특별히 폭우는 놓치지 말아야 할 찬스이며, 맑은 비는 미세먼지도 제거해주는 반가운 청소부다.
하지만, 기택에게 비는 그 자체로 재앙이다. 지대가 낮은 곳에서도 반지하에 위치한 기택의 집에는 결코 '맑은 비'가 내리지 않는다. 윗 동네서 쓸려 내려온 온갖 폐기물을 머금은 빗물은 역류한 하수가 토해낸 오물까지 더해져 대참사를 빚어낸다. 달동네에 사는 주민들에겐 도저히 반가울 수 없는 비다.
현실의 낙수효과를 은유하는 장면이다. 낙수효과를 옹호하는 무리들은 상위계층의 부가 계층을 타고 흘러내린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하층민에게 흘러내리는 빗물은 아무짝에 쓸 수 없는 똥물이다. 오히려 피해가 없다면 다행한 일이다.
'부적' 아니면 '로또'
영화에 등장한 소품 '수석(水石)'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기택의 집은 가난을 돌파할 방법이 없다. '계획'이 없는 삶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질 뿐이다. 이런 삶들이 희망을 걸 수 있는 것은 바로 '요행'이다. 그런 점에서 수석은 기우가 기대하는 허황된 믿음이라고 보여진다. 비루한 삶을 타개할 상식적 방법이란 없다. 그냥 미신에 기대보거나 아니면 행운을 바라는 수밖에.
수석을 받아들고 "상징적이다"는 대사를 뱉는 기우는 잘나가는 친구 민혁(박서준)이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잘나가는 민혁이가 준 수석은 뭔지 모르지만 대단한 물건일 게 분명해 보인다. 기우는 동경을 넘어 일종의 신앙심 같은 감정을 투영한다. 아이돌이 쓰던 물건을 받아든 팬의 느낌이랄까.
어쩌면 그것이 정말 '로또'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수석을 선물받은 이후 가족 모두가 박 사장의 집에 취업하는 행운을 누린다. '취업률 100% 달성'의 성과를 이룬 기택의 가족은 활력을 되찾고 앞으로 창창한 미래가 펼쳐지리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물론 진짜로 '뭔가 되기'까지 두고봐야 할 테지만.
믿고 보는 봉준호, 송강호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본주의 사회 속 계층구조에 관한 냉소적 시각이 영화의 주제의식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것이 불편하거나, 통쾌하거나, 씁쓸하거나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을 비틀어 해석하는 영화라고 해서 무조건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 속에 담긴 상징과 은유, 그것을 조직한 감독의 시선에 마냥 동의하지만도 않는다.
어쨌든 대단한 영화다. 봉준호와 송강호, 두 뮤즈가 관객에게 선사하는 신뢰감이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지속되기 때문이다. 탄탄한 줄거리와 개연성, 화면의 디테일을 찾는 즐거움 등 뼈를 때리는 블랙코미디를 나름의 방법으로 즐기면 된다.
- 영화 URL: (https://www.themoviedb.org/movie/496243?language=ko-KR)
- 별점: AAA
조여정씨의 재발견...
개인적이로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였습니다 ㅎㅎ
맞아요. 이 영화 이후로 CF 찍으셨던데.. 그것만 봐도 영화가 생각 나더라고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