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Earth

^{어나더 어스}

왓챠 구독을 시작해서 볼 만한 영화들을 찾던 중 눈에 띈 영화.
섬네일 속 캐릭터 얼굴이 낯이 익다 싶었는데 (외국사람 얼굴 구분 잘 못하는 편..) 넷플릭스에서 재밌게 봤던 The OA 시리즈 주인공 브릿 말링Brit Marling이다.
어나더 어스는 브릿 말링의 배우로서 첫 데뷔작이자 그녀가 각본 또한 참여한 영화인데, 브릿이 82년생이고 영화가 2011년 작이니 20대 후반에 데뷔한 셈이다.
어렸을 때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고 골드만 삭스에서 인턴하다가 영화에 대한 꿈을 잃지 못해 관두고 나서는 촬영장에서 스태프로 일했었다고...

OA를 보면서도 느낀거지만, 딱히 흠 잡을 데 없는 예쁜 얼굴인데도 불구하고 '예쁘다'고만 하기엔 어딘가 서늘한 무표정이 인상 깊었는데 그 때문인지 SF 장르에 걸맞는 독특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풍긴다.
OA에선 '독특하다'에 그쳤다면, 어나더 어스에서는 데뷔작인만큼 좀 더 소녀다운 모습이 엿보인다.
물론 소녀 소녀한 사랑스러운 역할은 아니지만, 영화가 보편적인 주제를 담고 있어서인지 캐릭터에 몰입도가 높았기에 사랑스럽게 느껴졌달까
캐릭터에 자기 자신이 대입되면 뭐든 다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그런 현상...ㅋ

주인공 로다의 모든 선택은 하늘에 떠 있는 어나더 어스에 의해 전개되는 것처럼 보인다.
어나더 어스를 바라보다 인생을 바꾸는 실수를 저지르고,
어나더 어스를 꿈꾸다 불가역적인 사랑에 빠지고...
스스로 용서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삶에의 의지를 거의 상실한 로다에게, 어나더 어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로다의 마음 속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_{너무 환해서 가슴 아팠던 미소.}

살면서 누구나 한번 쯤은 어나더 어스, 평행 우주에 존재하는 또다른 나를 꿈꿔봤을 것이다.
실수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시간을 되돌리거나 과거와 다른 선택을 한 내가 존재하는 또다른 세상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
그 곳에 가면 '용서받아야 할 나' 대신 올바른 선택으로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는 내가 있을 것만 같은..

어나더 어스는 결국 용서에 관한 영화다.
영화 속에서처럼 이 세상은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화를 내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자해를 하는 것도, 알면서 할 수밖에 없는 합리화도, 모두 자기가 저지른 실수로부터 자신을 용서할 수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들이다.

_{몸과 영혼을 분리해 자신의 몸을 내려다 볼 수 있다면 우린 뭘 보길 원하는걸까요?}

몸과 영혼을 분리해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일, 어나더 어스에서만 가능한 일일까?

화면은 종종 하늘 위에 떠 있는 또다른 지구를 비추는데, 영화과 끝날 때 즈음엔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어나더 어스가 갑자기 사라진 건 아니다.
항상 어나더 어스를 좇던 로다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할 뿐, 어나더 어스는 여전히 존재한다.

로다는 마침내 또다른 지구가 아닌, 지금 발을 딛고 있는 지구에서 자신을 용서하는 방법을 찾은걸까?

_{어나더 어스의 어나더 어스는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이곳이다.}

여느 SF 영화처럼 화려하고 웅장한 느낌을 주지는 않지만, 차분하고 아름답게 주제를 풀어낸 듯 해서 더 좋았다.
새벽에 보다가 너무 많이 울어서 아침에 일어났더니 눈이 퉁퉁..
^{(개인적으로 극혐인 억지로 눈물 짜내는 신파극은 절대 아니다. 영화 보고 잘 우는 편이긴 하지만 억지로 울려져서? 찝찝한 기분은 정말 싫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며 여운을 남기지만 어렵지는 않은 힐링 영화다.

다 보고 나서 브릿 말링 팬이 돼버림..
이 영화를 비롯해 지금까지 출연했던 대부분의 작품에 각본을 썼다고 하니 앞으로 그녀의 작품들을 더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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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URL: Look at https://www.themoviedb.org/movie/55420-another-earth
• Critic: A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