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영화] 애드 아스트라(Ad Astra)

in #adastra5 years ago (edited)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우주탐사는 SF의 영역이지만 미국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직업으로 삼고 있는 현실이다. 이 영화는 물론 SF(Sci Fi)로 분류되겠지만, 그러한 온도차를 인식하고 바라본다면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SF매니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SF영화를 광활한 우주라는 배경에서 스펙터클(spectacular)한 영상을 보기 위해 간다. 미리 말하지만 이 영화는 그러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다. 그것을 기대하고 갔다면 실망할 것이다.

 앞서 말했듯, 우주 탐사는 더 이상 막연한 꿈이나 미래의 있을 법한 일이 아니라, 이미 여러 기업들이 참여하고, 우주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들과 지구에 살고 있는 이들이 트윗을 주고 받고 있는 현실이다. 이 영화는 이러한 현실 위에서 조금만 시간을 미래로 돌려서 우주 탐사를 태양계 끝까지 진출한 인류의 모습을 가정하고 있다. (이는 막연한 가정이 아니라, NASA나 주요 기업들이 발표한 Plan들이 별탈없이 계속 진행된다고 하면, 100년 안에 도래할 현실이다. 지금 초등학생 정도는 조금만 오래 산다면 경험하며 살아갈 현실)


 자꾸 현실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제는 정말로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를 보면, 진짜 실질적인 부분들에 대한 고민이 느껴진다. 그 중 하나가 우주에서 생활하는 인간의 심리 변화이다. 지구 밖의 공간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공간이 아니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인공 구조물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제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감독은 인터뷰에서 우주비행사의 심리진단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것에 착안하여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영화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어찌보면 이 영화는 영화<지옥의 묵시룩, Apocalypse Now>과 같은 류의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지옥의 묵시룩>이 베트남 전쟁이라는 참혹하고 극단적인 현실에서 인간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영화는 앞으로 모든 인류가 공통적으로 맞이할 새로운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인간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영화가 SF인 것은 단순히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이러한 과학적인 탐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그런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과학자들은 한 가지 주제에 몰입하여 정밀한 관찰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보통의 일반인은 그렇지 않다. 호기심을 가지고 특정한 주제를 깊이 있게 파고들어 살펴보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 중에 인간의 심리에 관심이 있던 분들이라면 이 영화가 제공하는 심리묘사에 빠져들 것이다. 


 감독과 주연 배우는 이 부분에 있어 가장 어려운 작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해냈다. 본 영화의 주인공은 고도로 훈련된 군인이다. 다시말하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주어진 미션을 충실히 해내는 사람이다. 외적으로는 거의 심리변화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조금씩, 미묘하게 그 내면에서는 균열이 일어난다. 그리고 영화는 그것을 섬세하게 잘 표현해내고 있다. 마치 식물의 생태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0.1mm씩 자라나는 싹을 바라보며 관찰하듯이 이 영화는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사건과 그 내면을 면밀하게 관찰하여 스크린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한다. 


 영화의 스토리는 평이하다. SF스릴러 같은 것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것이다. 영화의 메인 스토리는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를 만나러 지구에서 출발하여 해왕성까지 가는 여정인데 이는 미션과 개인사가 중첩되면서 겪게되는 주인공의 심리변화를 포착해내기 위한 장치일뿐. 그 스토리 자체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SF장르 작품의 관점에서 이 영화가 가지는 의미는 오래된 화두인 '지적 생명체(intelligent life)'에 대한 것이다. 영화의 메인 배경이 되는 LIMA Project와 같은 프로젝트는 이미 인류가 과거에도 시도를 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항상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못찾고 있는 듯 하다. 그건 "지적생명체란 무엇인가?"이다. 그 범주나 기준. 그것을 우리는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물론과학자들이내리는정의가 있기는하지만, 이 질문은 우주생물학 측면 외에도 다양한 측면에서 고민되어야 한다.) 


 이러한 질문은 다시 우리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우주의 지적생명체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질문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더 나아가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이를 화두로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되는 영화이다. 감독은 이에 대한 답을 나름 정리하여 보여주지만 그것에 공감할지 여부는 개개인의 몫일 것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잘 훈련된 군인답게 심리진단에서 늘 안정되 모습을 보여준다. 


"I’m steady, calm, ready to do my job to the best of my abilities. I will remain calm. I will remain focused."
                            - Roy McBride


 위 대사야 말로, 주인공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대사이다.

 하지만, 막상 주인공은 자신이 직면한 모든 상황에 정말로 준비가 되었던 것일까?

 그리고 우리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이 세계에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영화를 보고나서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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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는 https://www.triplea.reviews/ 여기에 로긴하고 써보셔요 (태그는 #aaa). 이렇게 좋은 소개글에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