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성폭행 사건
3월 5일 JTBC 뉴스에 안희정 도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가 출연해 안희정지사로 부터 당한 성폭행에 대해 폭로 했습니다.
김지은씨는 2017년 8월부터 8개월 동안 안희정씨의 수행 비서로 일했고 현재는 정무비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8개월동안 4차례성폭행이 있었다고 합니다.
안희정씨 측에서는 ‘부적절한 성관계는 있었으나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김지은씨가 위계에 의한 성폭행을 주장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김지은씨와 안희정씨의 수직적 관계 김지은씨는 수행비서 였습니다.
수행비서는 고용주의 동선을 따라 같이 동행하며 스케쥴과 필요물품들, 변경사항등을 체크하여 보고하고 항시 같이 수행을 하는 사람이며, 손석희 앵커의 말을 빌자면 통념적으로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김지은씨는 이렇게 자신의 직무를 설명합니다.
모두가 ‘노’할때 ‘예스’를 해야 하는 사람
마지막까지 지사를 지켜야 하는 사람 표정하나 행동하나까지 다 살피고 맞추어야 하는 사람
안지사도 평소에 김씨의 역활에 대해 김씨에게
‘니 의견을 달지 마라.
투명하게 비춰라. 너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림자처럼 살아라’
라고 늘 말해 왔다고 합니다.
정리해서 말하면 김씨에게 안씨는 항상 맟추어야 하는 사람, ‘NO’를 말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는 말입니다.
두번째 그들이 속한 조직의 문화
김씨는 주변에 자신이 당한 일을 알리고 도움을 구하고자 했으나 포기하게 되었다는 말을 합니다.
이 사건과 별개로 자신이 당한 다른 성추행에 대해 조직내의 누군가에게 말했으나 묵살되는 상황을 겪었고
그로인해 더 무거운 사건 , 즉 안지사의 성폭행에 대해 이야기 했을때
조직은 김씨를 퇴출시키는 것으로 상황을 정리하려 하겠구나 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을 단순히 유명 정치인의 스캔들 정로도 술판의 안주거리로 씹고 넘겨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은 안씨와 김씨 두사람, 남녀 간의 일이 아니라
안희정이라는 거대 권력과 그를 비호 하는 강력한 조직속에서 단편적으로 드러난
우리사회의 관계와 조직문화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결국 이것은 인권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사람들은 쉽게 싫으면 안가면 되지, 아니라고 끝까지 거부하면 되지라고 말합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대등한 남녀 관계에서나 가능한 일인 겁니다.
김지은씨의 폭로이후 뒤늦게 캠프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 중 김씨를 지지하는 성명서를 낸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네 지금 대통령 만들러 온거야' 라는 말이 안희정에 대한 맹목적 순종을 낳게 했다고.
대통령을 만드는 일은 어려운 일이고 그런 큰 일에는 사이비종교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만큼이나 강렬한 열정이 필요할 겁니다.
적어도 그 조직내의 분위기는 종교 못지 않았다고 추측해 봅니다.
그런 조직내에서 김지은 씨의 역활은 항상 순종하고 상대를 맞추는 일이었고 그것은 오랜 시간 김씨의 행동 패턴이었을 겁니다.
안지사는 김씨에게 ‘대의’ 이며 거부할수 없는 존재로 각인되었을 겁니다.
자신이 속한 조직내에서 사람들이 안지사를 보호하고 옹호하기 위해 하는 수많은 행동들 그런 행동들의 반복에 김씨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동화되었을 겁니다.
이런 조직 즉 강력한 동기에 의해 강하게 결합되어있는 조직에서
개인의 의견은 묵살되고 대의를 위해 개인의 희생이 강요되는 것은 아직까지 우리사회에 흔하게 볼수있는,
뿌리깊게 박힌 조직문화 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 부분이 우리가 이사건을 보면서 다시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라고 생각합니다.
김지은씨의 상황은 이러한 배경을 놓고 생각해야 할 문제입니다.
갑작 스럽고 부당한 상황에서 김씨는 혼란을 느꼈을 겁니다.
행동패턴이 바뀔수도 있었지만 그것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건 직장을 잃는다는 의미 이기도 했고
자신의 신념이 무너지는 일이기도 했을 것이며
조직의 희망이 사라지는 일이기도 했을 겁니다.
요즘 세상에 아직까지 이런일이 있을 수가 있나 싶지만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 섣불리 말할수 없지만
아직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고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에 대해 확정정으로 말할순 없지만
김씨의 주장이 맞다면 아마도 김씨가 혼란스러웠던 것은 자신의 내면에서 익숙하고 당연시해왔던 순종적 행동경향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그간 김씨가 겪었을 내면적 갈등과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하게하는 인터뷰 내용입니다.
김씨는 인터뷰에 나와서도 한참을 머뭇거리다 어렵게 말문을 엽니다.
간략히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벗어날수 없겠구나 생각했다.
수많은 변화가 두렵다. 안희정이 두렵다.
내가 없어질수도있다.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법이 방송이었다.
국민들이 지켜줬으면 좋겠다.
나는 지사와 다른 존재여서 국민들로 부터 그 힘을 얻고 싶고 그를 막고 싶다.
다른 피해자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뷰가 있던 날 안희정씨는 미투에 관해 이야기 합니다.
이날 안씨는 도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3월 행복한 직원 만남의 날’에서
미투 운동은 남성중심적 성차별 문화를 극복하는 과정이라며
우리는 오랜 기간 힘의 크기에 따라 계급을 결정짓는 남성중심의 권력 질서 속에서 살아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남성중심의 권력 질서)이런 것들에 의해 행해지는 모든 폭력이 다 희롱이고 차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이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통해 대한민국을 발전시킨다는 점에서 (미투운동은)긍정적”이라며
이를 통해 성 평등 관점에서 인권 유린을 막아내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자”고 말했습니다.
안씨는 “이제 남아 있는 것은 문화 속 성차별과 폭력의 문화를 극복해 인권을 진정으로 실현하는 일”이라며
앞으로도 민주주의의 마지막 과제로 인권도정이 계속해서 지켜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도지사가 책임을 지고 직장 내 불미스러운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런 조직문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조직 내 피해 사례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말씀해 주시고, 여성 선배 공직자들은 새로운 양성평등 문화를 위해 사령탑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런 그가 2월 25일 김씨를 불러
‘미투를 보면서 그게 너에게 상처가 되는걸 알았다 그때 괜찮았냐’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그날 네번째 성폭행을 했다고 합니다.
김씨의 인터뷰 이후 안씨는 SNS에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되었으며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그 글은 자신의 폭행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남성중심의 권력질서에 의해 행해지는 모든 폭력이 다 희롱이고 차별이라고 말은 했지만 내가 하는 행동이 폭력이란건 알지 못했던 걸까요?
세상을 바꾸고자 수없이 외쳤던 말들 많은 땀과 눈물이 모두 악어의 눈물이었던 걸까요?
단지 권력을 구하고자 세상이 원하는 말들로 치장하고 있었던 걸까요?
만일 그가 했던 그 모든 노력이 다 거짓은 아니라 할지라도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했던 그 자신은 봉건시대의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입으로만 떠드는 어리석음에 발목을 잡힌듯 합니다.
미투가 확산되고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미투를 보는 사람들의 반응이 남녀간의 대결구도로 가는 듯하여 안타깝습니다.
미투의 핵심은 성의 문제가 아닌데 말입니다.
손석희 앵커의 말처럼 결국 미투의 종착역은
사람을 성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보는 것이고
서로가 서로를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사회를 이루는 것이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