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저희 살룬(Saloon)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in #art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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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투굴라와(Toogoolawah in Australia)마을에서 지냈을 때 제가 남겼던 흔적(그림)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 일기 형식으로 쓰는 거라 이제부터 말이 짧아지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

남편과 나는 투굴라와 마을에 한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오가닉 농장에서 일을 했었다. 농장 일을 했었던 당시 우리가 거주했었던 집은 농장 사장님이 그 곳에 처음 터를 잡았을 때 손수 직접 지은 집이라고 한다. (그 당시 사장님은 몇 걸음 안되는 곳에 현대식으로 새로 집을 지어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거실겸 부엌, 방 3개, 뒷 마당으로 나가야만 갈 수 있는 화장실 1개. 벽과 천정은 허름했고 바닥은 시멘트라 신발을 신어야 했다. 여름에 하늘에 구멍이난 듯 비가 쏟아질때면 거실 쪽 벽에서 바닥에 물이 스며들어왔으며, 겨울엔 우풍으로 추웠던 곳. 하지만 우리가 살기 이전에도 여러나라에서 온 백패커들이 이 곳에서 지내다 갔었고 그 사람들이 남기고 간 물건 덕분에 없을 건 없는 곳이었다. (에어프라이기, 맥주양조 키트, 전기밥통, 팬케잌 후라이팬, 각종 오븐요리도구들, 낚시대, 아날로그 오락기, 그림물감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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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쪽 벽면에는 큰 세계지도가 하나 있었는데, 우리나라가 왜이리 작게 느껴지는가 했더만 알고 보니 예전에 이 곳에 묶었던 독일인 여성 백팩커가 그리고 간 것이라고 했다. (사실 사장님이 그 지도에 대해서 말하기 전까진 손으로 그린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너무 익숙한 세계지도 하늘색으로 페인팅을 해서 더더욱 그랬었던 것 같다.) 내가 그림그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니 아이패드에 있던 내 그림들을 몇 점 보시고는 지도그림 옆에 있던 하얀(아니..오래되어서 아이보리색으로 변한) 손잡이 없는 문을 가리키며, 이곳에 내 그림을 남겨 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셨다. "Why not?" 그래 안될게 뭐가 있겠는가. 그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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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사장님, 그리고 사장님의 아이들로부터 무엇을 그릴 것인지에 대해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들었다. 마굿간, 럭셔리한 대문, 그리고 살룬(Saloon : 1층에는 바가 있고 2~3층에는 숙박시설로 운영하는 곳, 미국 서부영화에서 종종 나오는 그런 곳이다.) 등이었다. 그 중에 다수결로 확정된 아이디어는 살룬이었다. 이 마을에서 축제기간을 제외하고 흥겹게 놀만한 곳은 <목마른 낙타>라는 바(bar)가 하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다들 그 곳 한군데로는 부족했었던 것 같다.^^ 여튼 의견이 확정되고난 뒤부터 낮에는 농장일을 하고, 저녁엔 스케치 및 페인팅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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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문 위에 앉아 있는 청개구리는 사장님과 사장님의 가족이 좋아하는 동물이다. 그리고 이 오가닉 농장의 마스코트이기도 하다. 그래서 빠지지 않고 한 마리 그려 넣었더니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 그림 그리는 과정에서 사장님께서 문 틈 사이로 째려보고 있는 무서운 눈을 그리거나 문 밑으로 사람 다리를 그리자고 제안을 했기도 했지만 다음에 올 백패커들을 위해 정중히 거절했다. 채색 할 때에는 문만 덩그러니 있는 것 보다 양옆으로 우드재질의 벽을 더 보태서 그리고 싶었지만 이 곳에 이전 백패커들이 남기고 간 아크릴 물감과 내가 가져온 아크릴 물감을 합쳐도 역부족이었다. (갈색이 부족해서 황색, 빨강, 주황, 노란, 검정색을 요래조래 다 섞어서 쓰기도 했다.)

최종 완성은 투굴라와를 떠나기 전날에 했었다. 지금은 또 어떤 사람들이 그 곳에 머무를까? 문뜩 궁금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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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완전 멋져요. 앞에서 사진찍어도 예쁠것 같아요 :) 청개구리는 정말 센스 넘치네요^^

감사합니다, 라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