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광화문에서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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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한 마리 타박타박
서울이라는 사막을 걸어
사막 한 가운데 있는 섬으로 간다
심한 갈증과 허기에도 주저하지 않고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하기 그지없는 그 길을
휘몰아치는 거센 모래바람을
알몸으로 받아들이면서
낮에는 모든 것을 태워버릴 태양아래에서
밤에는 모든 것을 얼어붙게 하는
혹한의 어둠속에서
낙타는 실망하지 않으며, 묵묵히 타박타박
걷는다
메마른 땅을 맨발로 걷는다
아픔을 굽은 등에 잔뜩 짊어지고
슬픔을 큰 두 눈에 간직한 채
사막 한 가운데 아직은 보이지 않는 섬으로 간다
샘이 있고
나무가 있고
꽃이 있는
그리하여 아름다운 사람이 살고 있을 섬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