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바이오 벤처, 이렇게 다르다

in #biotech7 years ago (edited)

스팀잇 아이디 개설 후 테스트 삼아 예전 글을 몇 개 올려봅니다.
2015년 4월 12일에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입니다.

<한국과 미국의 바이오 벤처, 이렇게 다르다>

지난 3월 생명연 분들과 함께 보스톤과 샌디에고의 몇몇 바이오 벤처들을 탐방할 기회가 있었다. 그 중 보스톤에서 VC 주도로 설립된 Constellation Pharmaceuticals의 CEO를 인터뷰할 기회도 있었는데, 여기서 VC가 주도하는 미국 바이오 벤처 생태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기업 사례를 포함해서 이번 탐방에서 만난 사례들은 이슈페이퍼로 정리해볼 생각인데, 다른 일로 바빠서 언제쯤 될지는 미지수이다) 탐방과 인터뷰 이후 곰곰 생각해보니, 우리나라는 미국과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개념의 바이오 벤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사실 확인이 좀 더 필요하겠지만, 대충 생각나는대로 미국과 우리나라의 차이를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표로 정리하고 싶은데, 페이스북에 그런 기능이 없네요) 혹시 현업에 계신 분들께서 보시기에 부정확하거나 첨언하실 내용이 있다면 어떤 내용이든 좋으니 지적을 부탁드린다.

(아래 내용은 "VC 주도형 바이오 벤처"에 국한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도 지분의 희석을 우려해서 VC의 투자를 가능한 받지 않거나 최대한 늦게 받으려는 "Anti-VC형 바이오 벤처"들이 있다. 이 역시 매우 흥미로운 사례였고 이슈페이퍼에 담을 생각이다. 그러나 주류의 흐름은 VC가 주도하는 벤처가 아닐까 생각된다.)

1.ㅇ한국: 창업자는 대주주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VC 투자를 받더라도 VC에게 대주주 지위를 주려는 창업자는 없다.
ㅇ미국: VC의 투자를 받으면 거의 VC가 대주주가 되며, 경영권도 VC가 가진다. 검증이 안된 초기 단계 기술을 가진 기업에 VC가 투자하는 경우, 1~2라운드의 투자 후 창업자 및 종업원의 지분은 15~20% 정도인 것이 보통이며, 나머지 80%는 VC 지분이다(Constellation Pharmaceuticals가 이런 경우였다). 어느 정도 입증된 기술을 가진 기업이 늦게 투자를 받는 경우는 50(창업자 및 직원) : 50(VC) 정도가 되기도 하지만, (임상 개발을 위해) 후속 투자가 이루어질수록 창업자와 직원의 지분이 더 희석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2.ㅇ한국: 코스닥 상장 심사에서도 1명의 창업자가 최대주주가 될 것을 요구한다. 코스닥 상장 시점의 창업자 지분은 30~50% 정도이다.
ㅇ미국: 나스닥 상장에는 VC가 대주주여도 상관 없다(관련 규정 없고, VC가 대주주인 것이 일반적이다)

3.ㅇ한국: 창업자에게 무한 책임을 요구한다. 창업자의 전 재산을 걸고 창업할 것을 요구하며, 투자자나 사회는 그것이 올바른 창업자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ㅇ미국: 대학 교수가 창업할 경우 창업자는 기술만을 제공하며 돈은 VC가 투자한다.

4.ㅇ한국: 과학자에게 기업가로의 변신을 요구한다.
ㅇ미국: 과학자는 과학만 하도록 하고, 사업 개발을 비롯한 모든 경영 활동은 VC가 파견한 전문 경영자가 한다(Constellation Pharmaceuticals가 이런 경우였다). .

5.ㅇ한국: 바이오 벤처도 다른 재벌의 역사처럼 하나의 기업을 일구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ㅇ미국: 바이오 벤처를 유망하지만 실패 위험이 높은 혁신적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실험적 과정으로 이해한다. 기업이라는 조직이 성장하는 것보다는(그것도 중요하지만), 하나의 아이디어가 실현되어서 대기업에게 인수되거나 제품으로 판매되는 것에 더 초점이 있다. 기업을 유지하고 성장시키는 것보다는 적절한 시점에 자본 이득을 얻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
(부연: Constellation Pharmaceuticals의 CEO는 바이오 벤처의 의미를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과학자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지만 그것을 사업화로 연결시키는 방법을 모르고, 대기업은 검증 안된 기술을 사업화하려 하지 않는다. 바이오 벤처는 이 틈을 메우는 조직적 메커니즘이다. 제품화에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는 초기 기술을 인큐베이팅해서 대기업의 개발 파이프라인으로 연계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이오 벤처이고, VC는 이 부분에 특화된 전문가들이다")

6.ㅇ한국: 바이오 벤처의 실패는 창업자의 실패로 인식된다.
ㅇ미국: 바이오 벤처의 실패는 흔한 것이며(5개 중 4개가 실패), VC가 지닌 사업화 포트폴리오 중 하나가 실패한 것 정도로 인식된다.

7.ㅇ한국: 신생 바이오 벤처의 창업이 드물고 기존 제약회사의 일자리도 한정되어 있어서 인력 유동성이 좋지 못하다.
ㅇ미국: 과학자들은 바이오 벤처에 창업자나 직원으로 참여했다가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패해도 그것은 경력으로 인정되며 계속해서 좋은 벤처들이 창업되기 때문에 자신의 이전 경력을 가지고 다른 기업에 취업하기가 쉽다.

8.ㅇ한국: 정부가 대학에 교수의 겸직 허용을 요구했고(벤처특별법), 대학마다 구체적 내용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교수의 겸직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다.
ㅇ미국: 대학은 교수의 기업체 겸직을 금지한다. 그래서 ‘창업자’라는 타이틀과 지분을 가지지만 보통 과학자문역으로 활동한다.

9.ㅇ한국: 대학 실험실의 벤처기업 활용을 허용한다. 이 때문에 랩 소속 연구자(포닥, 학생)들의 조직 경계(대학 vs. 기업)가 모호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ㅇ미국: 대학 실험실에서 기업 활동을 금지한다. 그래서 유명한 대학 교수가 창업을 해도 해당 기업은 대학 외부에서 랩을 만들어야 한다.

10.ㅇ한국: VC들은 대학의 초기 기술에 관심이 없다. 투자조합은 보통 7년 정도의 기한으로 결성되는데, 한국은 M&A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IPO가 가장 중요한 Exit 수단이고, 그래서 IPO를 3년 정도 앞둔 회사에만 관심 가진다. 또한 막 창업한 기업에 투자하면 VC의 지분율이 너무 높게 올라가기 때문에 투자가 어려운 문제도 있다.
ㅇ미국: VC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경우 이익이 크기 때문에 대학의 초기 기술을 적극적으로 탐색해서 직접 창업을 주도한다. 대학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견하면 VC가 자금을 대고 교수들을 모아서 창업한다. 경영은 VC가 파견한 CEO가 전담하고 과학자들은 기술적 부문을 전담한다. 파견되는 CEO도 보통 기술과 경영 모두에 전문성을 지닌 경력자들이다.

11.ㅇ한국: 바이오 벤처도 재벌 등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창업자가 주도하는 기업 세우기의 과정이다.
ㅇ미국: 바이오 벤처는 위험하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로 연결하기 위해 VC가 주도하는 포트폴리오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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