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점에서 우리는 블록체인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in #blockchain7 years ago (edited)

 [검보이의 블록체인 탐구생활]


※ 본 내용은 본인이 2018년 2월 22일에 CCF 조찬포럼에서 발표했던 내용을 재정리한 글입니다.

 현시점에서 우리는 블록체인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조민형

CCF 조찬포럼 발표내용(2018.02.22) 


먼저 본론에 앞서 작은 식견이지만 포럼 자리를 통해 귀하신 선배님들 앞에서 발표 할 수 있었던 기회를 주시고 나아가 발표내용을 정리하도록 권해주신 김일 소장님과 김성희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작년에 우연히 미래동향세미나를 통해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를 알게되었고 자연스럽게 블록체인 기술에 매료되었습니다. 비록 제가 IT전문가는 아니었지만 블록체인이 내재하고 있는 가치에 매우 흥미를 받았으며 이후 약1년동안 개인적 호기심에 기반하여 블록체인을 탐구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비전문가적 입장에서 그동안 느낀 점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어쩌면 저의 이러한 소견이 그동안 접해왔던 수 많은 정보들의 조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첫번째로 느낀 점은 부의 재편성에 대한 오해입니다. 간혹 재테크 측면에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알게 되신 분들 중에 마치 이 신기술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마냥 기존 서민들에게 부를 나누어주고 기득권의 자산가치를 낮추거나 재분배하리라고 기대하시는 분들을 만나게됩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여러 암호화폐들의 가치 상승을 목격하고 기존 금융권의 운영시스템과 법정화폐 및 명목화폐의 한계성에 대한 의구심과 불신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블록체인 시장이 더욱 커지고 기술의 완성도가 증가하여 해당 프로젝트들의 실용성이 검증될 수록 시장수용한계선까지 그 가치가 성장할테지만 이것이 기존 통화의 입지를 한순간에 무너트리거나 이 분야에 뛰어들고 투자한 모든 이들에게 무조건적인 성공과 부를 약속해주는 보증수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암호화폐는 현시대에서는 대체수단 보다는 각각의 용도에 맞는 보조수단이 되어야 옮지 않나 하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정보화시대에서는 정보가 돈입니다. 그렇기때문에 블록체인 뿐만 아니라 잠재력 있는 신기술을 먼저 접하거나 습득할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과 기회를 선점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지날 수록 4차산업 기술을 수용한 부류와 그렇지않은 부류들의 격차와 기회는 점차적으로 벌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기존 상류계층들의 자본에 기반한 낙수효과 역할을 이끌어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예전 IT시장이 그러하였듯이 새로운 틈을 벌려 신규시장과 신규자본을 유입시키고 그들 중에 많은 신흥부유층들을 새로이 탄생시킬 것입니다. 이 현상은 대형채굴자, 블록체인개발자, 초기투자자 등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신규 상류계층과 새로운 유형의 계층격차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두번째로 느낀 점은 거래 및 계약 자유시대로의 도약입니다. 과학의 발전 속도는 인류의 인식 변화 속도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사람들이 라디오를 받아들이기까지 3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으며, 컬러 TV의 경우 18년, 그리고 인터넷이 진짜라는 것과 디지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는 7년이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어떠한 발명이 아무리 획기적이라고 해도,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전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기간은 지난 몇 년간 엄청나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사람들이 새로운 개념과 혁명적인 기술에 대해 더욱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1) 이러한 관점에서 본인은 이미 창조되어 확산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실체성 문제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이 범용화되기 전 과거로 돌아가서 살펴본다면, 20세기초까지 정보의 가치는 인류문명에서 큰 비율을 차지하지 못하였습니다. 당시 정보의 역할은 상호 의견과 소식을 한정적이고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매개수단에 국한되어 왔으며 일부 특정기관과 이득세력의 전유물로만 활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의 탄생은 우리에게 정보의 자유성을 부여해주었고 현재는 인류 생존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세대인 본인은 신기술의 탄생이 인간의 욕구과 탐구로 발생되었다 하더라도 그 새로운 아이템이 향후 시장에 잠식하고 대중에게 포용되는 과정은 인류의 자발적인 태도보다는 과학분야가 인류를 향해 새로운 선택를 제공하였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95년도에 미국 한 TV토크쇼 진행자가 빌게이츠에게 ‘인터넷으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냐?’라는 질문을 한 적이있었습니다.2) 당시 상황에서 충분히 나올수 있는 질문이었지만 지금 시점에서 생각하면 참으로 우습고 어리석은 질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블록체인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2의 인터넷 혹은 인터넷 등기소라는 별칭으로 불리웁니다. 블록체인과 4차산업 기술의 융합이 가져올 인류의 미래는 섣불리 단정지을 수 없으나 단언컨대 우리가 갖고 있는 현재 의식수준으로는 그 상상의 범위를 뛰어 넘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새로운 기술이 가져오는 기존 금융권에 대한 위협이나 신문명 속 도태에 대한 불안과 우려를 걱정하기 보다는 이 기회를 통해 국가와 개인이 그동안 묵혀왔던 고질적 문제점과 한계적 실책에 대해 다시 재점검하고 원인을 찾아 신기술을 응용한 해결책을 모색해야할 것입니다. 인터넷은 데이터의 전달과 공유를 통해 정보화시대를 열었습니다. 4차산업에서 초연결 역할을 맡은 블록체인은 인터넷의 속성뿐만 아니라 비가역성과 고유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강제적 신뢰구조를 형성합니다.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릴 수 없겠지만 이러한 블록체인의 속성은 인류의 거래 및 계약 관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줄거라 예상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러한 장점을 잘 살리게 된다면 국가와 개인의 생산성 향상과 글로벌 비즈니스 강화를 위한 유용한 도구가 될거라 판단하는 바입니다.


세번째는 블록체인은 만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이버펑크와 금융위기가 공존하던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탄생된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의 실용성를 증명해주었으며 수 많은 개발자들과 매니아층들을 열광시켰습니다. 그로인하여 IT 분야는 인터넷확산 초창기처럼 또다시 수 많은 스타트업들을 탄생시키고 그들의 열정과 도전을 다시 부흥시키고 있습니다. 현재 그들은 지난날 중간자 역할이 크던 다양한 산업군들을 향해 블록체인을 접목시키는 시험적 프로젝트들은 창출해가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통해 사토시 나카모토3)가 증명한 블록체인의 성과는 어느덧 기능적 수단을 넘어 탈중앙화와 분산화를 상징하는 이념과 사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지니고 있는 거래 투명성과 데이터 보안력은 창의적인 융합컨텐츠를 생성해야하는 4차산업의 필수품목이며 미래의 지향점임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일에는 첫단추가 중요하듯이 저돌적으로 확장되어가는 블록체인 암호화폐 시장 속에서 우리는 때론 기술적 본질에 대해 냉정한 시선으로 평가하고 판단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현재의 블록체인 기술단계 수준은 적용해야할 산업계의 충족조건에 비해 아직 걸음마 단계이며 실용과 검증까지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무수히 많이 산재되어 있습니다. 또한 실질적으로 실생활에 보편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블록체인뿐만 아니라 빅데이터와 A.I, 사물인터넷 역시 충분히 서로 상호호환될 수 있는 상태까지 동반성장해야하며 동시에 이것들을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안착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 불구하고 우리는 블록체인의 기술적 개발과 산업간의 소통 보다는 암호화폐 시장의 가치상승에만 관심을 과도하게 집중하고 있으며 신문명에 대한 도태위기와 불안의식으로 명확한 분별력 없이 각 분야에 맹목적인 도입을 추구하려 하고 있습니다. 

현재 1500여종에 달하는 암호화폐들 이면에는 대부분 여러 분야에 다양한 컨셉을 접목시킨 프로젝트들 많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세계 곳곳에서 꾸준히 발생될 것입니다. 그러나 각각의 프로젝트들이 가지고 있는 목표는 쉽사리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는 차원이 결코 아니며 비즈니스적 활동을 제외한체 독단적 연구개발만으로 경쟁하기는 어려움이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기존 사회와 산업분야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새로운 기술을 통해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현재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제외한 기존 산업분야에서 자체적으로 블록체인에 투자하고 개설 중인 업체들을 살펴보아도 IBM, 마이크로소프트, Maersk, 삼성, SK, 신한은행 등 대체로 대기업 규모에서 이루어지며 이들 역시 오랜기간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관점에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사업체들이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을 받아들이기 전에 이것이 현시점에서 적용하기에 정말로 합당한지를 심도있게 고민하고, 만약 수용을 할 경우 어떠한 부분을 변경 및 개선 할건지에 대해 매우 섬세하게 관찰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IT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에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 보았습니다. 사실상 블록체인 개발자가 아니고서야 현시점에서 본인의 분야에서 이론적 이해를 벗어나 실질적으로 블록체인을 유연하게 활용하기위해서는 상당한 어려움있는게 현실입니다. 더군다나 몇몇 프로토콜을 제외하고서는 현재의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바로 산업군에 적용하기에는 준비가 미흡한 상태입니다. 2세대 블록체인으로 대표되는 이더리움 조차 아직 계획된 최종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현실이기하나 그렇다고해서 우리가 다가오는 새로운 물결을 위한 준비를 소홀할 수도 없는 실정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블록체인을 현재와 앞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슬기롭게 수용할 수 있을까요. 이 물음에 대해서 조심스럽지만 저의 의견은 말씀드리자면 제한적이지만 블록체인 기술동향을 꾸준히 주시하며 아직은 미비하지만 향후 완성될 적합한 서비스들을 찾아 단계적 활용 측면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제시해봅니다. 이미 범세계적으로 다양하고 많은 분야를 상대로 블록체인 기술적용을 시도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더 뛰어난 성능의 기술들이 시장에 유입될 전망입니다. 혹여 자체적으로 조건이 맞아 새롭게 내부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블록체인 전문개발인력도 부족한 상황일 뿐만 아니라 대기업 수준의 역량이 아닌 이상 시스템변화를 위한 대대적인 지원을 하기에는 적지않은 무리가 있으리라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시점에서는 앞으로 출시될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고 본인의 영역에서 활용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상 그동안 블록체인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탐구를 통해 느낀 점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다소 부정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은 블록체인에 대한 의구심이기 보다는 시기적으로 보다 객관적이고 분별있는 자세를 가지기 위한 저의 관점이라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인류의 역사와 문명발전 속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소는 종교이며 그 다음이 과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새로운 과학기술이 가져오는 시대적 영향력은 막강하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과학기술의 향상은 인간의 사고력 성장과 비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4차산업의 물결은 기술적 발전현상 이전에 인류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특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세상은 더욱 빠른 속도로 보다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갈테지만 그렇다고하여 새로운 시대에 대한 두려움에 앞서 맹목적으로 기피하거나 반대로 무분별하게 수용해서도 아니될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거대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늘 겸손의 자세를 갖추고 신시대가 보여주는 여러 선택지에서 섬세하고 정교한 시선으로 숨은 기회를 찾아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비전문가적 입장에서 블록체인을 포함한 많은 신기술에게 다가가는 가장 조화로운 자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Wanderer above the Sea of Fog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 Caspar David Friedrich, 1818


1) Uma Hagenguth, Sandro Ieva, Tony Winchester, Bernd Lapp, “THE DECENTRALIZED AND DISTRIBUTED SOCIAL APP”, Appics White Paper, Feb 2018.
2) David Letterman, "Bill Gates on 'The Internet'", Youtube, 1995.
3) Satoshi Nakamoto,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 www.bitcoin.org,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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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평과와 과소평가가 극한 대립하는 희한한 상황입니다.
결론이 날지,
아니면 양극단을 꾸준히 오갈지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조율해가리라 생각하지만 현재로서는 너무나 양극단의 차이가 심화된 상황이네요. 암호화폐 때문인지 몰라도 유독 블록체인만 그리하여 안타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