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TED 강연자, <블록체인 혁명> 알렉스 탭스콧 “서울은 블록체인 혁명의 리더”

alex1-1024x576.jpg

“때때로 세상의 화두를 바꾸는 책이 나온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그런 책 중의 하나이다.”

세계경제포럼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 의장은 서적 <블록체인 혁명(Blockchain Revolution)>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블록체인 혁명>은 총 19개 언어로 번역돼 35만쇄를 돌파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다. 2016년, 제목 그대로 전 세계에 블록체인 혁명을 불러일으킨 이 서적은 블록체인 입문자들에게 필독서로 꼽히는 ‘블록체인의 교과서’이다.

이 책의 저자인 탭스콧(Tapscott) 부자(父子) 중 아들, 알렉스 탭스콧(Alex Tapscott)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탭스콧은 지난 14일 서울 역삼동 현대카드 스튜디오 블랙에서 진행된 ‘GBIC 알렉스 탭스콧 밋업’에 참석해 암호화폐의 미래 가능성과 블록체인 이슈 등을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세계적인 지식 강연인 테드(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에서 ‘블록체인이 월가를 잡아먹고 있다(Blockchain is Eating wall streat)’라는 주제로 강연해 유튜브 조회수 64만 회를 기록했던 탭스콧은 달변가답게 이번 강연에서도 한국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블록인프레스는 강연을 마친 탭스콧과 만나 <블록체인 혁명>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와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블록체인에 관심 갖게 된 계기, ‘한국’이 블록체인에 지니는 의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alex2-2-1024x576.jpg

-한국 독자들에게는 <블록체인 혁명>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현재 어떤 일을 하시는지 소개해 주세요.

저는 블록체인 리서치 인스티튜트(Blockchain Research Institute)의 공동 설립자이자 <블록체인 혁명>의 공동 저자입니다. 캐나다와 미국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다가 비트코인에 대해 알게 됐어요. 아직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세상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 비트코인이라는 기술이 혁명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또 비트코인의 기술 기반 자체가 개혁적이라는 사실도 말이죠. 그리고는 일을 그만두고 이 기술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요.

-<블록체인 혁명>이 이만큼 인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셨나요.

인기를 많이 얻었죠.(웃음) 전 세계적으로 많이 읽혔지만, 특히 한국에서 인기가 많아요. 한국에서만 6만 부 이상 팔렸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죠. <블록체인 혁명>은 기술의 잠재성에 대해 암호화폐를 넘어 처음으로 설명한 책입니다. 기술이 어떻게 비즈니스에 사용될 수 있는지와 같은 측면에서요. 마침 사람들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는 시기에 책이 나왔어요.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아요.

-공동 저자인 아버지인 돈 탭스콧도 블록체인 산업에 영향력이 큰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자가 어떻게 같은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저와 아버지 모두 비슷한 시기에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접근 방식은 조금 달랐습니다. 저는 2014년 금융 업계에 종사하다가 비트코인을 접하고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리고 비트코인이 제가 종사하는 업계를 전반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죠. 반면, 아버지는 신기술이 글로벌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줄곧 연구해 왔습니다. 그 덕에 비트코인이 금융적 수용성(Financial Inclusion)과 금융 신원 같은 글로벌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보셨어요.

저와 아버지가 스키 여행을 같이 간 적이 있어요. 서로 어떤 것에 관심있는지 이야기하다가 비트코인에 수렴했어요(웃음). 그래서 아버지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제가 연구 논문을 작성하는 등 일을 같이 하게 됐고, 함께 책도 쓰게 됐습니다.

*돈 탭스콧은 경영학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싱커스 50(Thinkers 50)’이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50인 중 4위를 차지했으며, <워싱턴 테크놀로지 리포트>에서는 마샬 맥루한 이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 분야 권위자’라고 평가한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이다. ‘블록체인이 어떻게 화폐와 비즈니스를 바꿀 것인가(How the blockchain is changing money and business)’를 주제로 한 그의 테드 강연은 유튜브 조회수 136만회를 기록했다.

donalex-1024x344.jpg

-블록체인이 가장 빠르게 상용화될 산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금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많이 바뀌어가고 있죠. 몇 년간 일어난 벤처캐피탈의 방향 전환도 흥미로워요. 블록체인은 사업자가 개인 간 거래(P2P) 방식으로 국제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을 수 있게 해줍니다. 지역적인 제한으로부터도 해방시켜 주고요. 이러한 방식은 기업·사업들로 하여금 그간 모을 수 없던 자금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해줬어요.

-국가나 대기업이 블록체인에 대해 가지게 될 포지션은 무엇일까요.

블록체인이 흥미로운 것은 혁신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인터넷의 역사만 봐도 독특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1세대 인터넷을 보면 실리콘밸리가 모든 이득을 취했다고 볼 수 있죠. 많은 대기업은 후발주자였어요.

블록체인은 다를 것으로 생각해요. 비트코인은 어디서 시작됐다고 말할 수 없고, 이더리움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시작됐고요. 인상적인 프로젝트들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혁신은 모든 개개인이 가질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있어요. 이 때문에 서울과 같은 도시들이 혁신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대기업이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직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는 하지 않았으나 곧 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으로 중국의 텐센트(Tencent)를 꼽습니다. 텐센트는 게임을 주로 개발하는데 게임은 디지털 자산의 생태계로 잘 알려져 있죠. 그렇기 때문에 게임 내의 디지털 자산들이 암호화폐화 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봅니다. 이러한 현상은 해당 기업에는 흥미로운 사건일 것이고, 큰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블록체인 골든타임’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는데요, 이에 대해 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한국의 서울이 블록체인 혁명에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 적용 측면에서 봐도 한국이 전 세계 다른 어느 국가보다 잘 되고 있어요. 스타트업, 비즈니스 관계 등을 보면 흥미로운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고, 많은 한국인 투자자들이 있고요. 심지어 정부와 대기업들도 블록체인 혁명에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KT를 예로 들면, 다른 시장들과 비교했을 때 선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시장이 모든 방면으로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진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한국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블록체인의 골든타임은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블록체인의 골든타임은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이죠. 저는 한국의 블록체인 종사자들이 우울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이 산업에 의미 있는 역할을 했고, 이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그러니까 부정적일 필요 없이 희망을 가져도 된다고 봅니다.

alex3-1-1024x576.jpg

-한국 정부는 암호화폐 공개(ICO)에 대해 규제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규제 자체가 사업가들을 위한 발전의 한 양상이라고 생각해요. 규제 관계자들은 어려운 직업을 가지고 있어요. 자산, 금융 ICO 등에 대한 법을 제정할 때 투자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고, 최소한 투자자들이 어디에 투자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죠. 또 시장의 완전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이 혁신에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압박을 받고 있을 것이라 봅니다. 저는 그 결과로 혁신을 막지 않으며 투명성, 안정성 같은 최소한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규제가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다면 한국의 혁신과 발전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들이 못 한다면 기업, 사업가 등이 한국을 뜨고 다른 곳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보고요. 그래서 규제 관계자들이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탭스콧 부자는 올해 6월 블록체인 혁명 리포트를 통해 “블록체인 월드컵에서 서울이 7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어요. 서울은 사업 형성, 혁신, 적용, 도시 자체도 기술적으로 발전돼 있고 인재와 자산의 접근성도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많은 대기업이 블록체인을 통해 자신의 비즈니스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한다는 점이 순위를 높이는 데 기여했어요. 물론 정부의 입장은 엄격한 편이지만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를 금지시키지 않았고 오히려 혁신을 유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봤어요. 그래서 사실, 서울이 더 높은 순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봅니다. 7위에서 4위로 올라가거나 심지어 1위까지도요.

-블록체인 산업에서 서울이 지니는 세 가지 ‘가치’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스타트업’과 ‘기술의 적용 및 지명도’, 그리고 ‘정부가 사람을 끌어들이는 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 상용화된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이 없어요. 이 탓에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 하고 있습니다.

미래는 예측 불가능하고 성취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블록체인 기술 사용 사례를 보면 가치의 교환이나 새로운 사업의 펀딩, 또는 투기이죠. 실제 사용 사례 부분은 아직 인터넷 기반 산업의 수준에 미치지 못 합니다. 그러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봅니다. 결국 비즈니스가 사람들에게 유용한 것을 만들어 블록체인에 가치를 더할 것입니다. 상용화는 당연히 따라올 것이고요.

GBIC 이신혜 대표와 이야기나누는 알렉스(사진 = GBIC)
-블록체인이 실패할 수 있는 이유 열 가지를 설명하셨는데요, 어떤 것이 가장 유념해야하는 부분인가요?

<블록체인 혁명>에서 열 가지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중 가장 큰 문제는 ‘어떻게 기술을 실제로 사용 가능하게 하는 가’입니다. 블록체인을 확장해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즉, (블록체인 기술이) 모든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게 되는 것이 가장 큰 해결 과제라고 봅니다.

*그는 저서에서 블록체인이 실패할 수 있는 열 가지 이유로 △기술이 프라임 타임에 준비되지 않은 것 △에너지 소비의 지속 불가능성 △정부의 규제 가능성 △기존 패러다임의 기득권이 이를 빼앗을 수도 있다는 것 △분산된 대중 콜라보레이션에 적합하지 않은 인센티브 △블록체인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프로토콜 통제가 어렵다는 것 △분산 자치 에이전트(DAA)가 ‘스카이넷’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 △빅브라더가 여전히 감시하고 있다는 것 △범죄 악용 가능성을 꼽았다.

-블록체인은 다른 기술과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자신의 아이덴티티, 자산에 대한 확장된 통제권, 개선된 프라이버시, 비즈니스의 투명성 상승, 제작자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는 가치 창출의 모델 구성 등등 많은 차별화 요인이 있어요.

우버(Uber)를 예로 들어볼게요. 우버는 공유경제 모델을 만들었는데, 운전자 및 참여자들이 동참해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주고 있죠. 블록체인도 이처럼 할 수 있어요. 또 금융서비스를 제공 받지 못 하는 사람들에게도 접근 권한을 주는 것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에 금전적인 이익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사회에 가치를 환원하기도 해요. 블록체인의 이러한 점을 굉장히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산업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싶나요.

저는 이 산업에서 몇 가지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입니다. 일단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글을 써서 사람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이해하도록 도왔어요. 굉장히 보람 있었죠. 또한 이 산업에 꽤 많은 투자를 해왔어요. 제 돈으로 투자했을 뿐 아니라 유망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업가 및 기업을 위해 돈을 모은 적도 있고요. 이와 함께 기업 및 정부의 (블록체인) 상용화를 촉진시키는 데에 힘쓰고 있어요. 블록체인 리서치 인스티튜트가 하는 일이죠. 블록체인에 전념하는 세계 최대의 싱크탱크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블록체인 산업에서 투자, 자문, 교육, 촉진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