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키노쿠니 어린이 마을을 읽고

in #bluebaikal5 years ago

경쟁의 프레임, 본질의 프레임

-키노쿠니 어린이 마을을 읽고-

 

1

 최인철 교수가 쓴 프레임이라는 책은 우리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프레임을 통해서 채색되고 왜곡된 세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임을 알려주고 있는데, 키노쿠니 어린이 마을을 읽는 내내 나는 나 자신의 프레임의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다분히 실험적인 학교인 키노쿠니라는 학교는, 한국이라는 경쟁적인 환경의 나라에서는 안착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어린이날 기념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예천 천문 우주센터로 가면서, 아내가수업시간에 시청한 각 나라의 특별한 교육 사례에 대해 얘기를 나눴을 때, 이런 얘기를 했다면 잘못된 것일까?

 “그 나라는 그 사회에서의 삶 자체가 경쟁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런 교육이 가능한 것 아니야? 난, 그런 교육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고 역경을 뚫고 나갈 경쟁력은 갖췄으면 해”

  

2

 어떤 교수님으로부터, 요즘 대학생들은 SNS와 문자에 익숙한 대신 긴 글을 쓰는 능력이 없어 대학생 때 작문 교육을 다시 시키고 있으니, 아이들에게 작문하는 법을 어릴 때부터 잘 가르치면 향후 어른이 되었을 때 꽤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정작 그 때는 우리 아이들에게 글 쓰는 법을 꼭 가르치리라는 각오(?)정도로 그쳤지만, 본 독후감을 쓰면서 왠지 이 이야기가 나에게 새로운 생각을 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뭐랄까? 사실 일반적으로 볼 때 대학생이 되기까지 이들 모두가 비슷한 정규 교육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해 보면,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달까?

‘모두가 경쟁을 하고 있고 그 경쟁을 이기기 위해 동일한 방식으로 교육을 받는다. 그러한 교육을 통해 상중하라는 일종의 학력 수준이 나뉜다. 그리고 모두 상위를 목표로 공부한다.’

뭔가 끔찍하지 않은가?

 

3

 경영학에서 얘기하는 마케팅에서의 브랜드 전략을 잘 살펴보면,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브랜드 전략의 핵심 요소로 Identity를 들고 있는 점이다. 유니타스 브랜드라는 마케팅 전문 잡지에서 언젠가 브랜드 전략을 한마디로 정의한 말이 있는데, ‘철학의 전략화’가 바로 그 것이다. 그 회사와 제품의 철학을 바탕으로 identity를 세우고 그 identity에 맞게 제품의 기능, 디자인, 가격, 유통 채널 등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일관되고 통합적으로 전개한다는 생각은 일반적으로 경영학에서 얘기하는 전략과 확실히 다른 개념이었다. 뭐랄까? 샤넬, 루이비통 등 럭셔리 브랜드 회사들이 매출의 부침과 상관없이 자기 브랜드의 본질과 벗어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으려는 고집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달까?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느냐 하면, 키노쿠니 어린이 마을과 같은 교육 방식을 이해하고 지지를 보내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사고가 바로 ‘아이의 본질’을 존중 하는 것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즉, ‘본질’의 프레임으로 이 교육 방식을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경쟁적인 나라이다. 아니, 지금과 같은 경제 성장을 세계적으로도 유래 없는 짧은 시간으로 구축하기 위해선 경쟁적일 수 밖에 없었다. 우리의 아이들은 나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위치에서 살기를 바라며 자신의 소득의 상당부분을 교육에 투자할 수 밖에 없었던 나라이다. 어느새 세계에서 꽤 높은 경제적 위치에 도달한 국가가 되었지만,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한국 사람들의 교육열은 식을 줄 모른다. 아마도 세계에 내 놓을 물질적 자원이 풍부하진 않기 때문에 믿을 것은 사람밖에 없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전략은 지금까지 유효했고 앞으로도 유효하다고 본다. 이런 면에서 나는 기본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 방식이 무조건 잘 못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라는 책을 보면, 미국의 극빈층에 있는 아이의 삶의 변화, 신분 상승을 위해 저자 역시 우리나라의 일부 고등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육 모델과 유사한 방식을 제안한다. 기숙학교에 입학해,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에만 매진하는 모델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한번 고민해 봐야 할 것은,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추구해 온 교육 방식이 가난한 나라가 부유한 나라가 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 왔던 것이 아닐까라는 점이다. 이 시점에서 어거지스럽긴 하지만, 왠지 일본이 우리와 비슷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은데, 일본이 소니 등 세계 최강의 전자 회사를 갖추고 승승장구할 때부터 현재 우리나라에 밀려 그 지위를 뺏기는 상황에 온 것이 어쩌면 잠재적으로 교육 방식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라고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 반대로 그토록 사회적 문제가 많으면서도 세계적인 혁신의 리더가 되고 있는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 등, 현재까지의 비즈니스의 프레임을 바꾸는 회사를 만들어 내고 있는 미국은 또 어떤가? 삼성이나LG같은 회사가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Fast Follower를 추구하는 회사에서 이제까지 없었던 것을 창조해내는, 진실로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회사로 변화해야 한다는 언론의 이야기와 연관해서 우리의 교육 방식 역시 경쟁을 통한 교육의 효율성을 뽑아내는 방식에서, 자기 나름의 이전에 없었던 것을 만들어 내는 혁신과 창조를 추구할 수 있는, 자신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고 그 ‘본질’을 차분히 키워나가는 아이를 키워낼 수 있는 교육으로의 전면적 전환이 필요하진 않을까?

아내와 나눈 이야기처럼, 교육 구조란 그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의 사회적 현실과 연관해서 보아야 할 것 같다. 기본적으로 우리 나라는 속도의 나라이다. 느리게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참지 못하는 나라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본질’–성격, 취향,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비전 등-에 대해 시간을 가지고 숙고하면서 스스로의 성장 방향을 결정하는 것을 지켜보지 못하는 나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우리나라는 이 세계에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철학, 기술, 상품, 작품, 또 다른 어떤 것을 만들어 내야 하는 위치에 왔다. 그런 면에서 키노쿠니 어린이 마을은 우리나라의 대안은 될 수 없을 것 같다. 시도해 보더라도 초등학교 수준이 전부랄까? 그저 실험적 학교가 될 뿐이겠다.

우리의 대안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아직 이에 대한 답을 내리긴 어렵다. 다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경쟁’이라는 기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아이 고유의 ‘본질’을 중시하는 프레임으로의 전환과 함께 지식 습득의 ‘속도’를 잃지 않는 모델이어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어쩌면, 미래의 우리나라의 초등, 중등, 고등 교육은 현재 우리나라 대학교의 수업과 비슷하게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기본 분야를 최소로 줄이고, 선택 분야를 대폭 확대하여 아이들 스스로가 배우고 싶은 것을 선택하고 프로젝트와 협업을 통해서 공부하는 ‘통섭적 창조’의 모습이 아닐까?


![키노쿠니 어린이 마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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