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 중독자의 고백 by 톰 라비

in #booksteem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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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 중독자의 고백] by 톰 라비

하루는 우리 첫째 아이가 아빠에게 이야기 한다. “아빠 있잖아~엄마는 우리랑 학교 가다가 신호등 빨간불 걸리면 파란불 바뀔 때까지 책 읽는다? 내가 신호 바뀔 때 ‘엄마! 가자’ 해야지 가~” 그말을 들은 신랑은 세상에 그런 안전 주의자도 없을만큼 나를 나무란다. 운전하면서 그렇게 위험한 행동을 한다고... 운전대 잡고 문자 보내다가 나한테 혼나는 사람이 할 말이 아니지 싶지만, 일단은 순종한다. 미안하다. 반성한다. 다시는 안 그런다.

근데 내 머리 속에는 계산이 있다. 신호가 바뀌고 내가 직진을 해야 하는 시간만큼만 책을 읽는다. 그 모습이 위험해 보였나 보다 딸에게는.그저 잠시의 pause 상태의 그 순간을 책 한 페이지 읽는걸로 채우는 것 뿐이었는데 말이다.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단순하다. 책을 읽는 것도 사 모으는 것도 좋아하는 내가, 단순히 독서애호가가 아니라, 책 자체에 집착하는 중독자는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호기심이 일었기 때문이다.

본문에 책 중독인지 아닌지 테스트하는 질문들이 나온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들. ‘당신은 서점에 들어섰을 때 싸~하게 다가오는 종이 냄새에 매료 당하는가.’, ‘운전 중 적색신호의 그 찰나의 순간에 책을 집어 드는가.’, ‘책을 사오면서, 배우자, 혹은 가족에게 책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한 경우가 있는가.’ 등등의, 독서를 많이 하지 않거나, 아예 책이라고는 학교 다닐 때 교과서 말고는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해괴한 문항들이 이어지고, 몇 몇 문항에 동그라미를 치면서 나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게 된다. 시험 문제처럼 각 문항마다 점수가 주어지고, 그 점수들을 합하고 나누면 내가 책 중독인지 아닌지 진단해 주고 책 중독이라 하더라도, 초기, 중기, 말기 단계로 나뉘어져 각 단계마다의 특징과 애로사항들이 아주 유쾌하게 소개된다. 다행히 나는 중증이 아니라 중독 초기 증세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같은 책, 시리즈로 묶인 찰스디킨스 전집을, 그것도 똑 같은 시리즈 전집을, 있는지도 모르고 네 세트나 사 모을 수 있겠는가. 저자인 ‘톰 라비’는 그 ‘미친’ 책 중독자였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물론 가족들까지 등지게 만드는, 그의 책에 대한 집착은 믿기 힘들 정도이다. 일 년 내내 같은 옷에, 비듬이 뚝뚝 떨어지고 헝클어지다 못해 곱슬이 되어버린 머리카락, 관리하지 않아 엉망이 되어버린 몸…

“책은요.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고 산 책 중에 읽는 거에요.” -작가 김영하의 변(격하게 공감함)

저자의 책에 대한 태도는, ‘학습’과 ‘적용’에 있는 것이 아닌, 책 자체를 사랑하고 독서행위 그 자체를 즐기고 집착하는, 그래서 자신을 중독이라 고백하는 ‘유희’에 있었다. 내 눈과 생각을 의심하게 만드는 어마어마한 책 중독자들의 실제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소개되어 흥미로우면서도, 읽다보면 지긋지긋해지는 책사랑…

내 가방은 항상 무겁다. 책이 두세권, 심할 때는 서너권이 가방 안에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한 권의 책을 집중해서 읽는 편이 아니라 서너권의 책을 한꺼번에 가지고 다니며 번갈아가며 읽는 편이다. 한 권 읽다가 지루해지면 다른 책을 펼치고, 또 그 책이 별 거 아니면 다른 책을 보고... 그렇게 여러 책을 한꺼번에 읽다 보면 어느새 한 권이 끝나고 두권이 끝나고... 그래서 나는 큰 가방을 좋아한다. 작은 가방에는 책 한권도 안 들어가고, 들어간다 해도 모양이 예쁘게 빠지질 않는다. 예쁘게 옷입고 작고 새초롬한 핸드백을 매는 날은, 꼭 다른 큰 가방을 차에 실어야 한다. 그럴 때마다 신랑이 이야기한다. 읽지도 않을 책을 왜 들고 와~? 오늘 행사만 끝나면 집에 갈건데 언제 읽을려구~? 그러면 나는 대답한다. 혹시 모르잖아. 공백이 있을지… 그 공백의 시간동안 내 손에 책이 없으면 불안하단 말이야.

사실이 아니다.

공백의 시간이 있어도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책을 안 읽을 때도 많다. 실제로 인터넷 기사에 꽂혀서 한 페이지도 안 넘기고 앉아서 핸드폰만 들여다 보고 있을 때도 허다하다. 그저 내게 책이란, 오랜 시간 습관처럼 내 손에 장갑처럼 끼워져야 하는 것이다. 남들에게는 교양으로, 유식해 보이는, 그러나 사실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하루종일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되는 스마트폰, TV드라마 혹은, 잠자는 시간 빼고는 씹어야 하는 껌이거나, 두살배기 아기의 공갈 젖꼭지이거나, 교회가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어느 권사님의, 없으면 하루종일 불안해서 못견디는 십자가 목걸이인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책이 쌓인다. 나는 그 책을 쿨하게 처분하지도 못한다. 예전에 몇 번, 책이 너무 많아져 사람들에게 나눠 준 적이 있는데, 그 책들이 전혀 읽혀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 후부터는 그렇게 하지도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책은, 읽히지 않는 책이 아니라, 사랑받지 못하는 책이다. 기쁜 마음으로 집어들고 계산을 하고 내 품에 안고 돌아와 나의 소중한 책장에 꽂히고 읽히고 다시 그자리에서 나의 일상과 함께하던 나의 책들이, 무명의 누군가의 집으로 입양되어 읽히지도 보아지지도 않은 채 잊혀지고 버려진다면, 그 책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책이다.

모든 중독은 나쁜 것이다. 내가 주인 이었다가 ‘그것들’이 주인되어 나를 부리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다는, 단순한 오락의 모양이, ‘없으면 안되는’ 종속의 형태로 보여지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나쁜 것이다. 책을 읽되, 책 자체에 집착하지는 말아야지… 하면서, 오늘 아침에도 나는 가방에 책 서너권을 집어넣고 나왔다. 그래도 아직은 내가 내 책의 주인이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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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처음 나왔을 때 엄청난 인기였죠. ㅎㅎㅎㅎㅎ 저는 거의 완벽한 책중독자였다가 조금씩 빠져나오고 있는 중이랍니다. ㅎㅎㅎㅎㅎ

나하님 반가워요 직장인 시리즈 꼭 자 읽어볼께요!&

신호바뀌는 찰나에 독서를 하신다니.. 정말 놀랍네요 ㅎㅎㅎㅎㅎ 저를 포함해서 보통 사람들은 그시간동안 폰을 만지작거릴텐데요. 저도 자동차에 책 하나를 비치해볼까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네요.

제가 다니는 길이 신호가 유난히 길어요. 매번 그러지는 않는데 읽다가 너무 재미있을때 조수석에 책갈피 꽂아두고 한 문단씩 읽을 때가 있어요 ㅎㅎ 핸드폰은 주로 음악을 틀어놔서
잘 안봐여 운전할 때는

책에 대해 구구절절 공감되는 얘기들이예요.
제 가방도 늘 무겁답니다ㅎㅎ 읽지도 않을 책들을 늘 넣고 다니죠. 역시 불안감 때문일까요ㅋ

https://steemit.com/kr/@mmmagazine/781svy

북이오 서평단 모집 포스팅이예요. 이거 보면서 아, 북키퍼님 이거 봐야하는데! 하고 생각했었어요. 한번 가보세요!^^

네 중독증세입니다 ㅎㅎ 감사해요 솔메님 너무 늦진 않았을까요ㅜ

댓글로 신청해보세요. 서평단을 많이 확보하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 공짜로 보고싶은 전자책 볼 수 있다는 건 덤입니다. ㅎ

북키퍼님 어떻게 지내셨어요!!
ㅠㅠㅠ

모든 중독은 나쁜 것이다

저 찔리고 있어요ㅎㅎㅎ
요즘 중독된 것이 있어서.....;;

술 담배만 아니면 돼요 ㅎㅎ 저는 정신없이 잘 지냈어요.

북키퍼님 오랜만에 오셨네요. 김영하 작가가 했던 말 tv에서 보고 공감했던 기억이 나네요. 전 중독증상까진 아니지만, 안읽더라도 한권씩은 항상 가지고 다녀요. 한페이지라도 읽은 날은 뭔가 리프레시했다는 안도감같은 걸 갖는 것 같아요.
그래도 운전은 조심하세요!! :)

네 ㅎㅎ 저는 안전 주의자라 절대 위험한 행동은 안하지 말입니다 ㅎㅎ 반가워요 보고싶었어요ㅠ

북키퍼님 오랫만이네요.
저도 슬픈책 경험을 했네요.
몇번을 읽어도 또 읽고싶은책을 큰맘먹고
빌려주었는데 일년이 지나고 이사가는데 어디서
나왔다고 못 읽어봤다고 하면서 가져왔는데
황당했어요.그뒤 누구도 책 안빌려주고 있어요.
책에 관한 이야기 잘 읽었어요^^

노랑고양이님... 항상 생각했어요 고양이 볼때마다요. 잘 지내시죠??

고마워요 북키퍼님^^ 저도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 냥이들과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오랜만에 글 보니까 반가워요, 북키퍼님!
책 중독자다운 책을 읽으셨군요. ㅎㅎㅎ
저는 북키퍼님 앞에서는 책 좋아한다고 명함도 못 내밀겠어요. >.<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라 산 책 중에 읽는 거라는 김영하 작가님 말씀에 100% 동감합니다. :)

브리님 너무 오랜만이죠 책 매신거 정말 축하드려요 ㅎㅎ

오랜만이에요 북키퍼님~~^^
교과서 외에는 책 한귄도 안 읽던 사람 여기있네요 ㅎㅎ 요샌 쫌 읽으려고하지만 ㅋ
전 책 하나를 그 자리에서 다 읽어도 내용은 잘 기억 안나고 느낌만 남아서 섞어 읽는건 상상도 못해요 ㅋ 드라마 다시 봐도 재밌는거랑 마찬가지인듯 ㅎㅎ
뒷부분은 마치 책이란 단어를 반려동물로 바꿔도 될 거 같은 글이네요 책이 가족이 된듯한^^
한번씩 들려서 글 써주세요~ 글이 올라온것만 봐도 반갑고 읽으면 더 좋은 북키퍼님^^

한번씩 들르는갓 뿐 아니라 출첵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바쁘고 속시끄러워서 글 쓸 여유가 없었어요. ㅜㅜ

<그저 내게 책이란, 오랜 시간 습관처럼 내 손에 장갑처럼 끼워져야 하는 것이다>

이 말이 참 명언이네요...!!!!!

김영하 작가의 말씀은 저도 완전 격공합니다..^^

너무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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