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짜이즈 예나 비오곤 35밀리 Carl Zeiss Jena Biogon 35mm f/2.8steemCreated with Ske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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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라이카 유저들의 꿈은 라이카 바디에 전전형(전쟁전에 생산된 렌즈라고 해서 약칭으로 전전형으로 부름)의 비오곤 35밀리와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다라고 일갈한 일본의 한 평론가가 있었다. 아마도 당시 짜이즈 렌즈의 위세가 어떠했던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이 렌즈는 2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전 칼 짜이즈 예나 공장에서 생산된 35밀리 비오곤 무코팅 버전이다. 렌즈 뒤로 후옥(rear elements)가 엄청나게 돌출해서 필름면에 붙어있는 설계 덕분에 왜곡을 극도로 억제하고 해상력 또한 매우 뛰어나다. 렌즈의 해상력을 위해서는 굴절력이 좋은 유리를 사용해야하는데 당시에 사용되던 렌즈가공술과 설계기술의 한계로 이를 극복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렌즈 코팅은 이를 보완하는 또다른 해결책이긴 하나 렌즈의 내면코팅은 전쟁이 끝나고도 한참 뒤에나 개발되었으니 이 또한 당시로선 요원한 일이었다. 다른 방책은 광학유리의 매수를 늘리는 것이었는데 이는 빛의 투과율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결국 후옥을 최대한 길게 하는 방식의 설계는 당시로서는 최선의 해결책이었으리라 짐작이 된다. 덕분에 당대에는 적수가 없는 엄청난 해상력을 자랑하는 렌즈였다고 한다. 짜이즈에서 이후로 나온 전후형 비오곤이나 비오메타, 플라나 등 다른 모든 35밀리 렌즈들보다 더 해상력이 좋다고 하니깐 말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렌즈는 설계의 특성 상 전쟁전에 생산된 콘탁스 II, III에만 마운팅이 되고 전후에 생산된 IIa, IIIa에는 마운팅이 되지 않는다. 짜이즈 렌즈를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방법으로 아메데오 아답타를 이용해서 라이카 바디에 사용하는 방식도 있는데 이 렌즈는 이 방식도 불가능하다. 후옥이 크고 두껍게 돌출하여 걸리는 부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비오곤 21밀리의 경우는 약간만 뒷부분 부품을 조작하면 해결되지만, 이 렌즈는 그것도 그리 쉽게 되지 않는다. 결국 가장 쉬운 해결책은 니콘에서 나온 Nikon S2, S3, SP 바디를 사용하는 것 이다. 결과적으로이 렌즈를 쓰려면 대안은 거의 유일하다시피 하다.

최소촬영거리는 1미터이고 조리개는 f/2.8에서 f/22까지이다. 필터사이즈는 40.5mm인데 BW 필터가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UV를 구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이 전전형 비오곤의 경우 코팅이 된 것도 있고 안된 것도 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무코팅 버전이다. 무코팅 특유의 톤이 있기는 하지만 조나 50밀리나 테사 28밀리 처럼 심하지 않고 밸런스가 비교적 잘 잡혀있다. 역광이 심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컬러도 제법 그윽하게 잡낸다. 아무래도 디지털 카메라로 만들어내는 사진과는 확실히 차별화가 된다. 어차피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이 화질보다는 재미와 개성을 우선시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유효적절한 선택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시기에 생산된 엘마 35밀리나 주마론 35밀리 f/3.5 렌즈와 비교해보면 플레어 억제력이 상당하다. 무코팅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코팅된 이들 렌즈보다 더 역광을 잘 컨트롤하는 걸 보면 라이카는 카메라 회사 짜이즈는 렌즈 회사라는 말이 헛말이 아닌 것 같다. 물론 요즈음의 현행 렌즈들만큼 역광에 강한 것은 아니고 무코팅 렌즈답게 여지없이 하이라이트가 번진다. 하지만 부드럽게 번지는 그 하이라이트의 톤이 진정한 이 렌즈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게 확 번지는 플레어와 달리 하이라이트의 경계부에만 아주 슬며시 베어나오는 것이라 마치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살을 그대로 담아서 찍어놓은 듯한 느낌을 들게 하는데 현행 렌즈에서는 볼 수 없는 숭고한 느낌이 있다. 어찌보면 렌즈의 결함이기도 한데 그게 역설적으로 렌즈의 개성이 되는것이다. 컬러에서는 차분하고 담담한 톤을 보여준다. 요즈음 비구면 유리를 사용한 최신의 렌즈들과 비교하면 채도도 떨어지고 콘트라스트도 떨어져서 심심한듯한 사진이 보여지지만 어찌보면 가장 정직하고 균형잡힌 색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전전형 비오곤 35밀리 렌즈는 생산량은 많았지만 오늘날에는 마운팅 문제로 사용에 제약이 안되다보니 찾는 사람이 무척 적다. 그래서 중고가격이 무척이나 저렴하다. 후기형의 칼 짜이즈 옵톤 비오곤 중 상태가 정말 좋은 민트급이 100만원이 훌쩍 넘는데도 이 전전형 비오곤은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거래된다. 다만 상태가 아주 좋은 걸 찾기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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