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그리고 한파- 눈밭을 걸어가는 짐승 한마리를
![폭설.jpg](https://cdn.steemitimages.com/DQmdgxF3KKpiNyxAYnBr8iGTZQG7eQNis5reStM8LDk8FJe/%ED%8F%AD%EC%
시동이 켜진 고속버스 안 작별의 입맞춤
너를 태운 버스가 천천히 떠나가는 걸 어쩌지 못해
고속터미널을 통채 안고
북한강변으로 돌아왔다
철로가 얼은 한밤의 경춘선은
자꾸만 지체되고
휴게소를 지나며 걸려오는 전화
그리고 자정이 넘어 잘 도착했다는 전화에
너를 떠나 보낸 고속터미널을 꿈 속에 내려놓고
나는 잠을 잤다
한 사람을 들어앉히고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한 오억년 살자고 꼬드길 때
북한강은
폭설 그리고 한파에도 얼음을 가르며
춥고 배고픈 철새들을 불러모아
물고기를 내주었다
모든 것은 고스란히 제 자리지만
빙하가 녹아내리는 지각변동
너는 아는가, 같이 살자고
쿵쾅거리며 눈밭을 걸어가는 짐승 한 마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