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배의 비밀, "이유"가 아닌 "관계"

in #coinkorea7 years ago (edited)

제가 다니는 회사는 몇 해 전 대규모의 사이버 공격으로 꽤나 큰 피해를 입은 적이 있습니다. 이메일을 통한 랜섬 웨어가 사내 망을 돌아다니며 오랜 기간 장애를 일으킨 덕분에 비지니스에 타격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스팸 메일 테스트를 자주 합니다. IT 보안 부서에서 일부러 스팸 메일을 보냅니다. 실수로 링크를 클릭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징계를 받습니다. 3번 연속 스팸 메일 테스트에 실패하면 해고가 될 수 있다고 씌여 있습니다.

저는 외부에서 날아온 이메일에 링크가 있으면 일단 "스팸 신고" 버튼을 누르고 봅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발견합니다. 이게 스팸 테스트인 경우 "축하합니다. 스팸 테스트에 통과하셨습니다.", 테스트가 아닌 경우 "신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뜹니다.

이 신박한 발견을 팀원 모두에게 공유해 주었는데도, 오늘 아침 스팸 메일 링크를 클릭하고 비명을 지르는 팀원이 꽤 많았습니다. 그들은 모두 얘기합니다. 너무 정교해서 속을 수 밖에 없었다고. 그리고 스팸 메일은 당연히 회사 차원에서 걸러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뭘 가르쳐줘도 소용이 없습니다. 항상 뭐가 잘못되면 남탓입니다.

보통은 복권에 당첨되었다거나, 좋은 직업을 제안한다거나, 미모의 여성이 데이트를 제안한다거나 등 인간의 욕망을 건드리는 이메일로 테스트를 하는데, 많은 수가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합니다.

아니, 상식적으로 전혀 모르는 이성이 회사 이메일로 데이트 제안을 합니다. 그리고 데이트 제안은 링크를 클릭함으로써 수락합니다. 이게 무슨 RPG 게임 파티 초대도 아니고, 말이 되는 일인가요 ? 욕망에 눈이 먼 이들은 이성이 마비되나 봅니다. 그렇게 링크를 클릭해 놓고는 또 난리를 칩니다. 너무 정교해서 속을 수 밖에 없었다고.

웃긴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가상화폐 투자 하시는 분들 중에도 너무 상식적이고 기본적의 투자의 룰들을 지키지 않는 분들을 꽤 많이 보면서 의아했습니다. 늘 말씀 드리지만 투자의 기본 룰이라는게 별게 없습니다. 알면서 지키지 않을 뿐입니다.

오늘은 문득 생각난 옛날 얘기 하나 해 드리려고 합니다.

제목과 전혀 상관없는 마우스 사진은 어제 고장난 김에 고가에 구입한 중국산 게이밍 마우스입니다. 요즘 다른 분들은 대문이라는 걸 쓰는데 저는 이걸 만들 능력이 없어서 사진을 매번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참고로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구매했는데 무료 배송을 선택했더니 배송에 56일이 걸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직 컴퓨터가 발달하기 전이었던 1990년대에는 통계를 기반으로 한 전문적인 매장의 물품 진열 같은 것들이 없던 시절이었는데, 월마트가 이 틈새시장을 개척함으로써 단숨에 미국 전역을 휩쓰는 거대 슈퍼마켓이 되었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수요일 저녁에 기저귀를 사는 남성 고객은 맥주를 함께 구매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을 알게된 월마트는 기저귀와 맥주를 같이 진열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맥주의 매출이 5배 성장하였습니다.

한편, 허리케인이 출몰할 때에는 정전에 대비해 손전등을 사면서 딸기 케이크를 사는 고객의 비율이 높다는 것을 발견한 월마트는 허리케인의 이동 경로에 있는 매장에 딸기 케이크를 배치해 타 경쟁자 대비 월등한 매출을 올립니다.

보통의 기업이라면 "이유"를 분석하느라 허송 세월을 보내다가 쓸데없는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월마트는 이유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관계"가 중요했습니다. 기저귀와 맥주의 관계, 그리고 허리케인과 딸기 케이크의 관계. 이것이 월마트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회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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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직 정유 엔지니어라고 말씀 드린 바가 있는데, 보통 경험이 없는 쥬니어 엔지니어에게 주요 운전변수 분석을 시키면 대학교 1학년 때 쓰던 방법을 씁니다.

점들을 수없이 나열해 놓고 트렌드와 추세선 그리기를 합니다. 변수가 여러가지 이므로 대충 눈짐작으로 비슷한 트렌드 가지는 놈들 몇개를 가지고 상관관계가 있다고 우기기를 합니다. 그리고 나름의 그럴듯한 "이유"를 가져다 붙입니다.

보통 시니어를 모시고 그런 주장을 자신있게 했다가는 영혼까지 털립니다. 혼나다가 우는 경우도 본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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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툴이 발달해서 빅데이터를 가지고 수많은 변수를 공간에 그려놓고 상호간의 관계를 파악합니다. 보통은 자세한 이유를 알기는 어렵습니다만, 높은 상관관계들을 가지는 변수들이 발견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대응하면 대부분 별 무리없이 잘 맞아 들어갑니다.

가상화폐 시장에도 이유가 불분명하지만 그런 상관관계를 가진 것들이 존재합니다. 이런 고퀄리티의 분석을 해주시는 분이 스팀잇에도 계십니다. @valueup 님의 분석 글을 보시면 어떤 느낌인지 이해하실 것 같습니다.

저는 이분이 직업적으로도 뭔가 관련이 있으실 것 같은데, 꽃나무 파는 사람인 것처럼 결계를 쳐두셔서 더 이상의 신상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여하튼 앞으로가 많이 기대됩니다.

오늘은 이 정도로 줄이겠습니다.

p.s. 걸그룹 여자친구가 유명해진 계기가 된 SBS 공개방송 영상입니다. 주먹만한 나방이 날라다니는 공연장에서 쏟아지는 장대비를 맞으며 격렬한 안무 도중 여러번 심하게 넘어지는 일이 일어납니다. 10대의 무명소녀가 보여준 절박함 속에서도 빛나는 프로 정신이 많은 이의 마음을 움직였던 그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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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이 디자인인 졸업생입니다. 대문사진 필요하시면 [email protected] 으로 메일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보통 그란님은 한국시간으로 6시쯤 글을 남기시는군요

말씀만으로도 너무 감사합니다. 괜한 실례를 하고 싶지 않아서 당분간은 지금처럼 지내볼까 합니다. ^^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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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익후~ 안녕하세요 @granturismo님 미흡한 저를 이리 말씀하셔서 너무나 깜짝 놀랐습니다.. 앞으로 더 정진하여 의미있는 교류가 될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란투리스모님 팬클럽 지금 절찬리 모집중...!(..)

ㅋㅋㅋ 어익후 저는 두분 클럽에 가입된 음지 회원이였습니다.. ^^

전부터 백화선생님의 추천으로 뵈었지만
오늘 그란님을통해 또뵙네여 ㅎㅎ

아~ 반갑습니다~^^

여자친구 꽈당 사건마져 아실 정도면....................................... 그럼에도 덕후가 아니시라고 하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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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33333333 ? 항상 좋은 글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세줄요약

  1. 쳐 맞기 전에 룰을 지켜라.(그러면 돈을 번다.)
  2. 논리보다 현상을 봐라.(그러면 돈을 번다.)
  3. 여자친구 화이팅.(번 돈을 좀 써줘라.)

농담인거 아시죠? 성공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
(유주인가요? 창법이 시원한 메인보컬 친구, 어린 친구가 3~4번 넘어지면서도 무대를 잘 끝내고 눈물이 터지며 퇴장하는데 맘이 짠하네요. 그래도 성공으로 보답받아서 다행입니다.)

원하는 것들만 뽑아서 그럴듯한 이유를 가져다 대는 분석과 탐욕에 눈이멀어 일단 매수버튼을 클릭하는 상황은 항상 경계해야겠습니다. 늘 뭔가 풀어질듯..무당매매법 하고싶어질 때 마음 잡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ㅠ_ㅠ!

그란님 글은 뭣보다 삶의 깊이가 있어서 좋습니다.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

글 잘 읽었습니다. 아침에 @granturismo님 글을 읽으니 생각의 가지가 여기저기 뻗어 나가네요. 스팸 메일을 확인할 요량으로 모든 메일에 ‘스팸 신고’부터 하신다는 것을 보고 왠지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가 떠오르네요. ㅎㅎ 월마트가 관계성을 분석하기보다 물품 배치를 바꿨다는 것도 제겐 시사하는 바가 크네요.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 결과물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재차 하게 됩니다.

스팸메일테스트 뭔가 회사가 너무했네요 ㅋㅋ 암튼 보안에는 항상 조심밖에 답이 없는듯 합니다 ㅎㅎ

아... 글내용을 잊어버렸습니다....
그란님글은 두번 읽게 만드는 마력이 있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