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T Column: 비트코인에는 원초적 가치가 있을까?
비트코인, 이 만질 수 없는 가치에 대하여.
2017년 암호화폐 붐을 한 번 거친 지금,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의 근본적인 가치에 대해서 질문을 많이 하고 계십니다. 누군가는 비트코인의 근본적인 가치는 0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비트코인의 근본적인 가치가 몇 백만원 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요즘같은 하락장에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과 의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느 누군가는 이 비트코인이 말 그대로 0원이 되어버릴까 무서워 암호화폐 시장을 떠나려고 할겁니다. 그래서 저희 @keepit 이 한 번 비트코인의 가치에 대해서 알아볼까 합니다.
화폐란 무엇일까.
여러분은 화폐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오늘날 우리는 화폐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화폐에 대한 생각도 많이 안해본 것이 사실입니다. 화폐라는 것은 간단하게 교환의 매개(Medium of Exchange)입니다. 그럼 화폐라는 것은 시장에서 교환되는 다른 여러가지 상품(Commodity)과 다른 것일까요? 아닙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화폐를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간접교환을 가능하게 하는 상품이니까요. 그렇다면, 화폐도 분명히 수요가 있는 재화입니다. 즉 화폐란, “간접 교환을 수월하게 해주는, 그래서 엄연히 수요가 존재하는 교환의 매개라는 상품”입니다.
화폐의 가격은 무엇일까.
만약에 화폐가 수요가 존재하는 하나의 상품이라면, 이 가격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간단합니다. 이 화폐가 얼마나 많은 재화와 교환이 될 수 있는가. 즉 이 화폐의 구매력(Purchasing Power)이 바로 화폐의 가격이 되는 것이죠. 우리는 흔히 인플레이션을 물가의 상승이라고 봅니다만, 엄연히 말해서 인플레이션은 화폐의 구매력 하락에 따른 결과로 봐야 더 정확합니다.
그렇다면 이 구매력의 기원은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도대체 이 화폐라는 상품의 가격인, 구매력은 어디서 오는걸까요? 이를 고민한 학자가 20세기 오스트리아 학파 경제학자인 루트비히 폰 미제스(Ludwig Von Mises)입니다. 미제스에 따르면 오늘 시점의 화폐 수요는, 어제 화폐가 가졌던 구매력을 기초로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제의 화폐 수요는, 그 전날의 화폐가 가졌던 구매력을 기초로 하지요. 이는 너무 당연한 것이죠. 우리가 오늘 화폐를 얼마나 가질지는 어제 화폐가 얼마나 많은 재화를 구매할 수 있는지를 바탕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으니까 말이죠. 그래서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이 화폐라는 하나의 상품이 화폐이기 이전에 상품으로써의 시점이 존재한다는 것이죠(물론 국가가 선포한 법정화폐는 다른 이야기 입니다만).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이 상품은 화폐로써의 수요가 아니라, 원초적으로 수요가 존재해야만 합니다. 이것을 회귀이론(Regression Theorem)이라고 하고, 미제스는 이 회귀이론을 가장 잘 설명하는 화폐가 바로 금(gold)이라고 주장했죠.
과연 비트코인은 이 원초적 수요가 존재했는가?
비트코인의 원초적 수요에 대해서 알아보기 이전에, 금은 과연 원초적인 수요가 존재 했는지에 대해서 알아봐야 할 거 같습니다. 금은 원초적인 수요가 존재했을까요? 네! 존재했습니다. 금은 화폐가 아니고도, 그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외형과, 희귀하다는 특성에 반한 사람들이 장신구로 사용했죠. 하지만 이런식으로 접근해서 원초적 수요를 알아보면 비트코인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자산인지라, 우리가 목에 두르고 자랑할 수도 없고, 외관이 보이지 않아서 아름답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비트코인을 화폐로써의 가치가 매겨지기 이전에, 원초적인 가치가 있는 상품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Pizza! 피자에 답이 있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비트코인이 언제 처음으로 교환의 매개로써 역할을 했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바로 2010년에 10,000BTC로 2판의 피자를 구매한 그 사건이, 비트코인을 어떤 실물 재화로 교환한 첫 사례가 되겠습니다. 그러면 10,000BTC로 피자를 구매하겠다고 말 한 사람은, 10,000BTC로 2판의 피자를 판매하겠다고 말 한 사람과 어떻게 이러한 가격 협상을 했을까요? 대답은 예상외로 간단했습니다. 경제사학자 크리스 칼튼(Chris Calton)의 말을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In October of 2009, the early advocates of Bitcoin needed a way to obtain the coins other than “mining” them, so they set out to find a way to exchange them in dollars and other fiat monies. The problem pointed to by the Austrian objectors did come up, but it was easily solved. Some members of the early Bitcoin community set up a website called New Liberty Standard, and the first quote they listed for a coin in dollar-terms (1,309.03BTC for $1) was calculated according to the cost of electricity consumed in mining.
해석을 해 보면:
2009년 10월, 비트코인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것 이외에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필요로 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비트코인을 불환지폐와 교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했다. 오스트리아 학파 학자들이 초기에 지적했던 문제(원초적 가치에 대한 문제)가 생겼지만, 이 문제는 굉장히 쉽게 해결이 되었다.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초기 일원들은 New Liberty Standard 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었고 비트코인의 가치를 불환지폐인 달러로 표기하게 된 것이 바로 1달러당 1,309.03BTC 이었다. 그리고 이 가격은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서 소모되는 전력의 비용을 바탕으로 계산이 된 것이었다.
즉, 여기서 초기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이 정한 가격(그 가격은 이들이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서 소모한 전력의 가격을 바탕으로 하였습니다)을 바탕으로 10,000BTC를 2판의 피자와 교환하게 된 것이고, 비트코인은 이렇게 처음으로 화폐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 것입니다.
비트코인의 초기 가격을 비트코인을 채굴하는데 소모되는 전력의 비용으로 계산한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었는데. 비트코인에 열광했던 초기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은, 자신들이 비트코인을 채굴하는데 일정 전력을 소모해야 한다는 것을 감수하고서 비트코인을 채굴했습니다(전력의 비용과 비트코인을 교환한 것이죠). 그런데 왜 그들은 전력을 소모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비트코인을 채굴했을까요? 간단합니다. 그들은 비트코인의 수학적 알고리듬에 열광했고, 탈 중앙화 되어있는 장부라는 개념에 가치를 부여하게 된 것입니다. 중개자가 없는 탈 중앙화 메커니즘이 실질적으로 구현된 것이 비트코인이고, 비트코인을 이루고 있는 수학적 알고리듬에 대한 가치를 채굴이라는 행위로 나타낸 것입니다.
분명히 비트코인의 원초적인 수요는 존재했습니다. 만약에 이러한 원초적인 수요나 가치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아무도 이 비트코인을 채굴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비트코인이 탈 중앙화 장부인 블록체인으로 이루어졌다는 것과, 특정한 정보를 수학적 알고리듬으로 저장할 수 있는 이 기능에 IT매니아들이 가치를 매기게 된 것입니다. 즉 이러한 이유로 비트코인은 금과 같은 상품화폐(Commodity Currency)의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즉, 비트코인은 원초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상품이자 화폐인 것입니다.
rothbardianism
참고자료:
Tho. "More on Bitcoin and the Regression Theorem | Chris Calton." Mises Institute. January 25, 2018. Accessed April 04, 2018. https://mises.org/power-market/more-bitcoin-and-regression-theorem.
Murphy, Bob. "On Bitcoin and Ludwig Von Mises’ Regression Theorem." Consulting by RPM Free Advice Blog RSS2. March 10, 2014. Accessed April 04, 2018. https://consultingbyrpm.com/blog/2014/03/on-bitcoin-and-ludwig-von-mises-regression-theorem.html.
Mises, Ludwig Von. On the Manipulation of Money and Credit: Three Treatises on Trade-Cycle Theory. Indianapolis: Liberty Fund,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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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Awesome post (Keepit)thanks
비트코인의 원초적 수요를 이렇게 해석하셨군요. 앞으로 탈중앙화로 인한 가치가 더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트 코인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유사 코인이 나오게 된 것은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비트 코인의 한계 역시 오프 라인의 거래 수단으로는 거의 사용할 수가 없는 것이고 다른 모든 코인의 한계와 동일시 되네요. 근데 궁금한 건 거래소에서 화폐를 교환하는 것 말고 가상 화폐들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요?
한국에는 P2P거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한국에서도 비트코인을 받아주는 상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긴 합니다만, 암호화폐 붐이 터지고 고작 3개월 밖에 안되었으니,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 반면에 해외에서는 많은 상점들이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들을 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KFC Canada의 경우엔 Bitcoin 비스켓 까지 만들 정도죠. 그리고 Litecoin 재단에선 PaywithLitecoin 캠페인을 열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상점들이 라이트 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BTC,LTC ATM도 생겨나고 있구요. 결국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규모가 성장하면, P2P 거래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질문 감사합니다. ^_^
조금 오래된 기사입니다만, 실생활 사례로 와 닿는 부분이 있어서 답글 드립니다.
Couple Make History with World’s First Bitcoin Wedding
2014년도에 처음으로 결혼에 대한 영원한 서약을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통해 증명?했던 첫 사례가 있었습니다.
2016년도에는 어떤 중국 커플이 비트코인 416236 블록에 프로포즈를 했던 사례도 있습니다.
둘 다, 영원 불멸한 사랑을 표현하는데 블록체인을 활용한 '실'사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
항상 좋은 글 잘보고 있습니다 :) 비트코인의 내재가치에 대한 논란은 항상 지속되는 주제인 것 같아요.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작업 증명이라는 노동에 근거하여 가치가 부여되는 비트코인이 국가 화폐보다 합리적인 방식이라 생각됩니다.
스팀잇 돌다가 구경왔습니다, 엄청난 포스팅을 발견한거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ㅎㅎ 저도 비트코인 논쟁에서 지지 않을거 같습니다^^
회귀이론 말씀이시죠? 잘 보았고 보팅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잘 봤습니다. 원초적가치~ 심오한 내용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