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T Column : 블록체인 산업의 확장을 위한 열쇠, 오라클
현재 블록체인 생태계의 화두 중 하나는 3세대 블록체인입니다. 다시 말해 블록체인 커뮤니티 안에서 이미 1세대와 2세대 블록체인은 정립이 되어있는 상태인 것이죠.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1세대 블록체인과 2세대 블록체인 무엇일까요?
1세대 블록체인은 일반적으로 나카모토 사토시가 만든 비트코인의 특성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가치인 탈중앙적 분산원장을 결제기능에 특화하여 오늘날 블록체인의 원류가 되는 개념을 만들어냈죠. 하지만 비트코인은 합의 도출이 어려운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인해 결제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 사용되기 어려웠습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고 비탈릭 부테린이 고안해낸 개념이 바로 스마트 컨트랙트였습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일정한 조건을 주면 특정한 결과를 자동으로 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는 개념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사과 30개를 입력하면 저절로 포도 30개가 나오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이죠. 스마트 컨트랙트는 이런 식으로 거래방식, 보상분배방식을 미리 프로그래밍하여 기존의 비트코인이 추구하기 어려웠던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결제분야 뿐만 아니라 여러 사업에서도 블록체인 기반의 생태계를 확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비탈릭 부테린이 만든 이러한 스마트 컨트랙트를 2세대 블록체인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스마트 컨트랙트만으로는 블록체인의 한계가 여전히 극복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꼽혀오던 거래처리 속도, POW라는 채굴방식이 가져올 수 있는 비효율성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비트코인 진영은 지난 한 해 1MB의 블록 사이즈를 실질적으로 2MB크기까지 확장시키는 세그윗2x를 추진했었으며, 이더리움 진영은 POW작업증명방식을 POS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캐스퍼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의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했습니다. 이외에 후발코인들도 3세대 블록체인을 표방하며 다른 작업증명방식을 채택하거나, 아예 블록체인의 개념을 희석시키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식으로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Image from: http://www.oraclize.it/
그러나 거래처리 속도로 대표되는 확장성과 작업증명방식의 문제점을 제외하고도 블록체인 생태계가 더욱 확장되기 위해 보완해야할 문제점은 존재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오라클입니다. 일반적으로 오라클이라 하면 유명한 소프트웨어 회사를 떠올리겠지만, 블록체인에서의 오라클은 블록체인 외부세계에 있는 데이터를 내부로 끌어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라클 문제가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중요한 이유는 기존의 스마트 컨트랙트가 보완하지 못했던 부분을 오라클이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댄이라는 사람이 심심해서 블록체인 기반의 사과판매토큰을 만들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때 댄이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더리움 기반(erc-20)으로 ICO를 쉽게 해낼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스마트 컨트랙트도 작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ICO는 1이더리움당 자신이 분배하고 싶은 토큰 개수를 입력하면 되고, 코인이 가동을 시작한 뒤의 인센티브도 본인이 직접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설정하면 되죠.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블록체인 외부의 현실세계에서 사과를 판매하는 과정입니다. 블록체인의 투명하게 공개된 분산원장은 디지털상에 사과개수가 입력된 순간부터 그 장점이 발현될 뿐, 실질적으로 사과가 블록체인 외부에서 유통 및 판매되는 과정은 디지털이 아닌 실존세계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결국 온체인(On-chain)이 아니라 블록체인으로 묶을 수 없는 범위인 오프체인(Off-chain)인 것이죠. 이러한 사항은 비단 판매사업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현실세계와의 접점이 있는 업종이라면 모두 해당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현재 실사용되고 있는 몇 안 되는 블록체인기반 SNS 스팀잇에서도 이 오라클 문제는 중요한 화두 중 하나입니다. 최근 스팀잇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Good Person Token(이하 GPT)의 메커니즘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GPT는 자본기반의 보팅파워를 통한 보상이 아니라 1계정을 동등하게 간주하여 그에 따른 보상을 지급해주는 토큰을 말합니다. 기존에는 페이스북의 ‘좋아요’에 해당되는 보팅파워에 따라 보상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100스팀을 가진 사람이 풀보팅을 해주었을 때 얻는 보상과 10000스팀을 가진 사람이 풀보팅을 해주었을 때 얻는 보상이 차이가 있었지만, 새롭게 추가될 가능성이 있는 GPT에서는 이런 자본의 논리보다는 1인 1표의 원칙을 지키겠다는 것이죠. 다만 여기서 문제점은 1인 1계정의 검증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합니다. GPT의 궁극적인 목적이 탈자본적 관점에 의거한 계정중심의 보상에 있다면, 다계정을 통한 어뷰징 문제는 0순위로 처리해야할 사항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나 현실검증을 해줄 수 있는 오라클이 필요로 하게 됩니다. 스팀잇의 CEO로 있는 @ned도 이러한 계정검증의 절차를 오라클로 해결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오라클1을 통해 스팀잇 측에서 이것이 1인 1계정인지 개별성을 판독하고, 오라클2를 통해 스팀잇이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지의 여부를 확인하여 화이트리스트를 작성하겠다는 계획이죠. 이때 신원이 통과되지 않은 유저의 경우, 해당 유저의 보상금이 다시 GPT의 보상풀로 돌아가게끔 설계도를 짠 상태입니다.
현재 이와 같은 GPT의 오라클 운영방식을 두고 커뮤니티 내부에서 여러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설계도에 따르면 오라클이 스팀잇 자체의 가이드라인을 따르게 되어 중앙화로 흐를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에 대한 대안으로 다수의 오라클을 만들어 보다 탈중앙적이고 정확한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 역시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외에도 오라클의 기존 한계를 극복할 이론들이 나와 있습니다. 현실세계의 복잡한 변수를 디지털로 수치화시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오라클만을 전문으로 하는 ‘미들웨어’가 등장한 것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미들웨어는 측정가능한 각종 데이터를 스마트 컨트랙트에 사용하기 쉽게 API를 제공합니다. 미들웨어를 통해 블록체인 프로젝트 관련 개발자들은 보다 용이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됩니다. 또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항들을 오라클이 잘 잡아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투표를 유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여기서 잘못된 투표는 해당 코인의 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기 때문에 참여자들의 올바른 투표를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이러한 이론들이 현실에서 얼마나 잘 작용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앞으로 여러 테스트를 통해 이런 현실에서의 한계점들을 극복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스팀잇의 GPT를 통한 오라클 실험은 현실구성원과 함께 이루어지므로 그 귀추가 더욱 기대가 되는 바입니다.
SH
참고자료
스팀잇 변화의 서막: 좋은 사람 토큰 (Good Person Token)
Blockchain oracle service development: the problem of data credibility
How Good Person Tokens could lead to censorship
[케블리] #39. 블록체인, 오라클
추신: [KEEP!T 블록체인 상식사전 출간기념 이벤트]아니, 책사고 스팀잇에서 서평 쓰면 책값이 페이백?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오라클1에 대한 얘기네요. 좋은 글 많이 써주실거죠?
100가지 암호화폐중 대략 10개는 오라클과 비슷한 역할을 하려는 프로젝트인 것 같았는데 과연 누가 가장 먼저 완성시킬지 기대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오라클에 대해 메모해둔 것이 있어 공유합니다.
"블록체인 세계의 중재자, Oracle" http://ingeec.tistory.com/96
오라클 이야기 좀 어렵지만
뭔지는 알아야 할것 같네요.
암호화폐에는 트릴레마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확장성, 탈중앙화, 보안 이라는 세 가지를 동시에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었죠? 아마도 오라클은 탈중앙화를 희생해 나머지 둘을 촉진하는 효과를 내겠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게 되면 DPOS보다 낫겠네요. 검증부문에서 중앙화가 꼭 시스템 전체의 중앙화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잘못된 투표는 해당 코인의 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기 때문에 참여자들의 올바른 투표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하셨는데 올바른 투표를 위한 유인인 것 치곤 조금 약해보이네요. 이더리움 캐스퍼 컨센서스 같이 잘못 투표하면 지분을 날려버리는 처벌이 있어야 더 잘 지켜지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