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T History: 그들은 비트코인이 나올 것을 알고있었다.

in #coinkorea7 years ago (edited)

미국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교수들에게 “가장 위대한 경제학자가 누구인가?”라고 묻는다면, 그들의 성향과 상관없이 “케인즈와 프리드먼”이라는 대답이 나올겁니다. 필자도 오스트리아 학파지만 케인즈와 프리드먼이 현대 경제학에 끼친 영향력에 대한 부정은 할 수 없습니다. 케인즈도 케인즈지만, 시카고 학파의 대부인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경제학을 떠나서 20세기 미국의 가장 똑똑한 학자들중 한 명 이라고 불릴 정도입니다. 이도 그럴것이, 프리드먼은 단순히 경제학적 분석만 한 것이 아니라,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경제학적 원리들을 쉽게 풀어서 대중들에게 설명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말년에 프리드먼은 “디지털 화폐가 나올 것”이라고 정확하게 예측하기도 했는데요.

바로 이 동영상에서 프리드먼은

"인터넷은 정부의 권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조만간 나올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e-cash다. 이 시스템을 통해서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자산을 타인에게 옮길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말했고, 정확히 2009년도에 비트코인이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사람들은 프리드먼의 발언에 다시금 주목하게 됩니다.

오늘은 그 밀턴 프리드먼으로 대표되는 시카고 학파(Chicago School of Economics)에 대해서 알아보려 합니다. 먼저 시카고 학파의 주요 주장을 알아 보도록 합시다:

  1. 시장은, 어떤 정부보다,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할당한다.
  2. 독점은 정부가 시장을 규제하려는 시도에서부터 시작된다.
  3. 정부는, 총 수요(Aggregate Demand)를 조절할 생각을 하지 말고, 통화 발행의 증가치를 최대한 낮춰야한다.

친-시장, 반-정부 성향을 띄지만 비주류로 분류되는 오스트리아 학파와 달리, 똑같이 친-시장, 반-정부 성향을 띄는 시카고 학파는 경제학계의 주류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학자들의 수만 보더라도, 오스트리아 학파는 한 명에 불과하지만 시카고 학파는 12명으로써 전 세계의 어떤 대학교 보다도 더 많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곳(MIT가 6개로 2위 입니다)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시카고 학파가 오스트리아 학파랑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거대한 학파가 되었는지 시카고 학파의 역사를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프랭크 나이트, 시카고 학파를 만들다.

사실 장하성 교수의 책에선 프랭크 나이트(Frank Knight)교수가 오스트리아 학파라고 나와있지만, 프랭크 나이트의 접근법은 오스트리아 학파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는 경제학적 사실들을 분석할 때 오스트리아 학파의 방법론적 개인주의나, 인간행동의 공리를 내세운 적이 없으며 철저한 손익계산(Cost and benefit analysis)을 통한 시장 옹호를 주장했던 학자였습니다. 즉, 시장이 비효율적일 수 있으나, 정부가 언제나 시장보다 더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들을 반대했던 학자였습니다. 어찌되었든 그는 반-정부적인 성향이 강했던 학자로써, 그가 시카고 대학에서 가르치는 밀턴 프리드먼과 조지 스티글러(George Stigler), 그리고 폴 사무엘슨(Paul Samuelson)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이 때 당시에 나이트 교수는 시카고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었으므로, 나이트 교수를 중심으로 경제학적 연구를 하는 집단에 시카고 학파라는 이름을 붙히게 됩니다.


왼 쪽 부터: 밀턴 프리드먼, 조지 스티글러, 아론 디렉터 , 몽 펠르랭 소사이어티 미팅에서

제2의 물결, 시카고를 주류의 중심에 가져다놓다.

제2의 물결은, 나이트 교수의 제자였던 밀턴 프리드먼과 조지 스티글러가 이끌게 되는데요. 우선 밀턴 프리드먼은 작은정부론의 기수라고 불리는 학자인 만큼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자유도를 극대화 시키는 것만이 인류를 번영시킬 수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그의 저서인 <미국의 화폐사>(1963)와 소비분석 등의 업적으로 프리드먼은 1976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게 되고, 이 덕분에 시카고 학파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됩니다.

프리드먼이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주류경제학자들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연준의 제도를 비판했다는 것입니다. 그의 저서 <미국의 화폐사>에선, 미국 대공황의 원인을 연준의 잘못된 정책들에 두면서 당시에 케인즈의 이론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경제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죠. 특히 프리드먼은 그의 화폐이론을 설명할 때, 물가는 시장에 유통되는 화폐의 수량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화폐수량설을 주장하게 되면서 반-케인즈주의의 창시자라는 타이틀을 얻게됩니다.

사실 대중성에서도 케인즈를 압도했었는데요. 자신들의 이론을 복잡하게 적어 책으로 냈던 기존 경제학자들과 달리, 프리드먼은 자신의 주장을 쉽게 풀어서 비디오로 녹화하게 됩니다. 그게 바로 10개의 비디오로 구성된 <선택할 자유>시리즈 입니다. 이 비디오에서 프리드먼은, 계획주의 경제가 왜 붕괴될 수 밖에 없는지, 왜 사회주의는 망했는지, 어떻게 시장에서 자발적 교환행위가 이루어지는지, 등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이 비디오에서 나온 말중에 가장 유명한 말이 바로 “공짜 점심은 없다(there’s no such thing as free lunch)”죠. 이 비디오로 프리드먼의 인지도는 정점을 찍게 됩니다.


비디오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에서 인플레이션과 화폐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프리드먼의 모습


초창기 프리드먼은 연준(미국 중앙은행)의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을 하지 않은 대신, 통화 정책을 막무가내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준칙을 정하여 실시해야 한다는 준칙주의를 고수했습니다. 하지만 말년에 이르러선 연준이 미국 경제에 도움보다 피해를 더 많이 줬다고 판단하여 연준의 폐지를 주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저서 <화폐경제학>에서 “돌도 사람들이 신뢰만 한다면 돈이 될 수 있다.” 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하면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인사이트를 주고있습니다.

프리드먼과 같이 제2의 물결을 이끄는 학자인 조지 스티글러(George Stigler)도 그의 저서 <규제의 경제이론>과 같은 연구를 통해 업적을 인정받아 198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게 됩니다. 규제의 경제이론에서 가장 주목해야하는 이론은 포획이론인데요. 포획이론은 이익단체나 정부, 그리고 정치인들은 정부의 강제력을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이론은 훗날 공공선택론에도 영향을 미치고, 정부의 인위적인 사업 확장을 비판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또, 정보경제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만들어 낸 학자로도 이름을 떨칩니다.


밀턴 프리드먼 교수를 반갑게 맞이하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


시카고 학파 2의 물결은 프리드먼이라는 대중적인 스타와 조지 스티글러라는 학문적 선구자가 모여 큰 파도가 됩니다. 이 파도는 백악관에도 영향을 미쳐서 프리드먼은 로널드 레이건 정권의 경제자문으로 있기도 했습니다(이 부분이 나중에 시카고 학파의 몰락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학문적으로도 MIT, 하버드, 시카고 대학교 같은 미국의 중요 대학교에서 프리드먼과 스티글러의 영향을 받는 학자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고, 프리드먼과 스티글러의 이론들을 수정,발전시키면서 제3의 물결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제3의 물결과 시카고 학파의 몰락, 그리고 부활에 대해서는 다음주에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rothbardianism

참고문헌


-장하준,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민경국, <경제 사상사>

-Milton Friedman and the Chicago School of Economics

-[골라먹는 자유지선주의] 도대체 종류가 몇 개야?

경제사상사를 통해 보는 블록체인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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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학파와 그보다 넓은 외연으로서의 신자유주의가 가지는 아이러니는 칠레의 피노체트 독재정권을 빼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힘들 것 같습니다. 시장에 개입하는 국가를 비판하면서도, 결국 "완전한" 시장을 존재케 할 수 있는 강제적 수단으로의 국가권력에 의존하는 매우 자기모순적인 성격을 보여줍니다. "자유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해 가장 독재적인 피노체트의 공권력을 사용합니다. 시카고 보이가 이루어낸 "자유시장"이 결국 칠레의 경제를 얼마나 병들게 만들었지는지, 남미 전반에 얼마나 많은 악영향을 초래했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연구들이 있었습니다. 영국과 미국에서도 신자유주의 열풍으로 80년대 privitaization 과 liberalization 정책을 쏟아냈던 레이건과 대처시절, 아이러니하게도 경제에서 "손을 땐" 국가가 얼마나 더 비대해지고, 더 공격적이 되었는지를 보면, "자유시장"과 "국가"와의 관계가 그리 서로 상호배제적인 성격이 아님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192298.html

그쵸. 칠레의 시카고 보이즈 때문에 시카고 학파들이 욕을 먹기는 합니다.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은 분명히 비판해야 마땅합니다. 그리고 레이건/대처 시절 국가는 경제에서 손을 때지도 않았습니다. 레이건 때 1981 감세정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세금을 전부 인상하기도 했고, 스타워즈 플랜이나 Arm Race로 굉장히 막대한 군사비용을 지출하기도 했죠. 레이건은 작은정부를 얘기했지만, 취임 이후엔 한번도 자신의 말과 행동을 같이한 적이 없습니다.

여기서 제가 썻듯, 시카고 학파는 레이건 정권과 손을 잡으면서 몰락의 길을 걷게됩니다. 학파로써 일관성을 잃게 되었으니 말이죠. 레이건 행정부가 2008년도 모기지 사태를 야기했다는 건, 그 외에도 다른 추가적인 문제들이 많으니 논외로 하기로 하더라도. 레이건 정부의 메시지와, 정책들은 상당히 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는 것은 미국 국민이라면 알 수 있을겁니다.

레이건은 피노체트 정권 때 강제력을 동원한 거 말고도, 그라나다 침공이나, 이란 콘트라 스캔들등으로 철학적 일관성을 잃은지 오래였습니다. 애초에 "자유시장"을 옮기지도 않았던 사람들을 보면서 "자유시장"과 "국가"의 관계를 이야기 하기엔 무리가 있죠. 말 뿐인 자유시장은 자유시장이 아닙니다. 시장은 레이건 때도, 부시 때도, 오바마 때도 국가의 개입을 받았습니다.

잘읽었습니다. 그 레이건과 얽혀버렸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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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제일 많이 본 분이시네요 ㅋㅋ
좋은글은 리스팀!!!

그리고 돌도 엄청난 가치를 지닙니다~^^

비트코인에 대해 역사적 측면에서 정말 잘 설명해주셨네요.
분산원장에 대한 원시적 개념은 90년대 말엽에 등장하였지만, 탈중앙화된 화폐 시스템에 대해선 이보다 훨씬 이전에 등장하였다는 점도 현재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회의적인 관점을 가지고 계신 분들께는 상당한 시사점을 던지는 지점일 것 같네요.
좋은 분석 감사합니다 : )
피보나치 수열에 기반하여 6월 7일을 의미있는 날짜로 보신 것도 재미있는 분석이네요. 저 또한 올 1월 이후로 매달 초 (5일~7일) 에서 추세가 반전되는 모습을 매달 보여주고 있어, 이 날짜들에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관점 감사합니다.
보트와 리스팀합니다 : )

🔰 암호화폐뉴스/칼럼 트레이딩 팀 @larvabox

포획이론은 이익단체나 정부, 그리고 정치인들은 정부의 강제력을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는 주장입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씀들, 특히 인용한 부분에서 무릎을 탁 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름만 알고 있었지 프리드먼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었는데 퇴근길 제대로 공부하며하네요~+=+

좋은 인사이트 고맙습니다. 철저한 시장 중심, 깊이 박히는 인사이트네요.

말이 필요없네요. 핵.꿀.잼!

이 시리즈를 정독하기 시작합니다. 경제 학설사에 관심이 있고 각 정권이 가졌던 이념적 이미지와 그들의 정책 사이의 괴리에도 관심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