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처럼] 적당한 속도, 헬싱키 시내 트램 타기 / 비어 있어 여유로운 FINLAND
트램이 있는 도시의 하늘 풍경은 느낌이 색다르다.
고층 건물 대신 전선들이 하늘을 덮고 있다.
그래서인가? 가로등도 공중에 매달려있는 것이 많다.
헬싱키 시내 관광은 시내 곳곳을 얌전히 돌아다니는 트램을 타는 것으로 충분히 해결이 된다.
헬싱키 카드로 이용할 수 있고, 데일리 패스나 1회권을 직접 구매해서 이용할 수도 있다.
트램을 탈 때 기사 양반에게 돈을 지불하고 패스와 영수증을 받을 수도 있고, 캄피역 등에 있는 자동판매기에서도 구입이 가능한데 자판기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동전이 필요하다.
지하철 대신 트램을 탈 수 있다는 것은 여행자에게는 썩 기분 좋은 일이다.
바깥을 구경하는 동시에 정확한 노선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는 교통 수단이 바로 트램이니까 말이다. 꽤나 조밀하게 구성되어 있는 헬싱키의 트램 노선은 중앙역에서 모두 집합했다가 흩어지는 형태를 이루고 있고, 관광 스팟과 가까운 곳에는 웬만하면 트램정류장이 하나씩은 자리잡고 있다.
버스정류장같이 생긴 트램 정류장에는 몇 번 트램이 몇 분 후에 온다는 정보를 알려주는 전광판이 있으니 시간을 보고 침착하게 기다리면 된다. 그 시간이 대개 8~15분 정도니까 정말이지 침착함이 요구된다. 운이 좋으면 3분이라는 텍스트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똥줄이 탈 정도로 늦은 상황이라면 애초에 트램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지하철처럼 자주 다니지도 않거니와 그 속도도 침착하기 그지없으니까. 욕구 불만으로 폭발하고 싶다면 바쁠 때 도전해보아도 좋겠다. 나의 어이없는 실수 덕분에 배를 탈 시간에 늦어버려 별수 없이 ‘급한 상황에서 트램 타기’에 도전했다가 100미터 달리기의 속도로 200미터 이상을 뛰고 나서 폐를 통째로 내뱉을뻔 했다. 늦을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가 장 현명하다. 트램보다 더 빠른 교통수단을 찾기도 쉬운 일은 아닌 듯 보인다.
대신 여유로운 상황에서는 매우 쾌적한 교통수단이다. 북적거려 서서 가야 할 필요 도 없고 언제 내려야 하나 눈을 부릅뜨고 눈치를 봐야 할 필요도 없으니까. 아, 러시아워인 4시 정도에는 사람이 좀 많기는 하다. ‘4시’에 말이다. 야근이나 불금을 상상하면 안 된다. 새벽 4시 말고 오후 4시니까.
헬싱키 사람들은 대체로 무표정하고 수줍은 인상으로, 관광객에게 특별히 관심을 표현하지 않는데 트램을 타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육신 의 거리 때문에 그들의 눈빛을 받을 때가 있다. 그 눈빛이 라크로스 lacrosse 라 켓을 든 금발 젊은 청년의 것일 때 트램은 더욱 만족스러워진다.
트램 안에는 작은 테이블이 있기도 하다. 책이나 작은 짐을 잠시 놓기에 적당한 크기.
FINLAND
비어 있어 여유로운
북유럽처럼
본 포스팅은 2013년 출판된 북유럽처럼(절판)의 작가 중 한 명이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