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능인의 고질병- 죄책감과 수치심

in #growthplate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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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처가에 갔다.
저녁에 처남과 처제와 술을 한잔하고 있는데, 처남 친구가 놀러 왔다.
오래된 처남 친구이니, 옛날부터 알고 있었다.
'매형 황토방은 언제 완성되는 거야' 하고 놀리는 게 분명하다.
옛날 내가 황토방 학교를 해서 황토방을 하나 지었는데 마지막 내부 미장과 문만 달면 되는데
완성을 안 하고 한 5년째 농장에 방치되어 있다.
예전 같으면 무엇을 시작하고 마무리를 못 했다는 수치심에 꽤 기분이 상했겠지만,
지금은 내가 다능인 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황토방이 아니라 설치 미술이야" 하고 받아넘겼다.
나는 다능인이고 다만 다른 것에 관심이 쏠린 것이다.

배가 산으로 올라갔다
내가 목공과 낚시를 취미로 하니 배를 만들어서 그 배를 따고 낚시를 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든 보트를 만들기로 하고 우선 해외 서적을 사서 보고, 설계도를 구하고, 부산으로 배우러 가고,
공방도 마련하고 친구를 꼬드겨서 드디어 우든 보트를 80%까지 만들었는데
공방을 비워줘야해서 농장 비닐하우스로 옮겼다.
배가 산으로 가서 아직 완성을 못 하고 삭아가고 있다. 들어간 돈과 시간과 에너지가 얼만데 ㅜㅜ

내가 살아오면서 이런 일이 많아서 나는 무엇을 하든지 끝을 못 내고 그만둔다는 죄책감과 수치심에 살았다.
또 사람들이 그런 나를 공격할 때는 정말 힘들었다.
많이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내가 다능인이라는 것을 알고, 그것은 다능인의 특성이라는 것을 알면서 위안을 많이 받고 있다.

나는 다능인이고 충분히 관심이 옮겨 갈 수 있고, 마음이 움직이는데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새롭고 흥미로운 것이 또 나에게 오는 것을 두렵다.
그러면 지금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일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지금 하는 일속에서 새로움을 찾고 더 능숙해지기 위해 노력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