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자전거 이야기
확실하게 기억합니다. 2015년 9월 11일을 기점으로, 자전거와 본격적인 만남을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자전거라 하면 단순히 그냥 먼 길을 빠르게 갈 수 있는 수단 정도였고,
대중교통에 나가는 비용을 아끼기 위한 수단 정도로 그리 관심이 많지 않았던 장르였지만..
모르겠습니다. 왜, 무슨 일을 계기로 자전거가 제 마음에 그렇게 팍 꽂혔는지.
그것도 작은 바퀴 자전거(미니벨로)에 꽂혔는지..
로드바이크가 주류였던 시절에 어디가서
저 '미니벨로 좋아해요!' 라고 말하면 변태취급받던 시절이었습니다.
생각컨대, 작은 바퀴도 이유였겠지만, 자전거가 '작게' 접힌다는 점이 제게는 가장 충격이었으면서 동시에 그 어떤 자전거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이유였을겁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에 처음으로 거금을 투자하고, 배웠습니다.
생전 한 번 10만원 이상 안썼는데, 자전거를 70만원을 주고 사고
자전거 튜닝을 위해 동호인 카페에 가입하여 이런저런 정보 알아보며 부품, 공구도 사고
그러다보니 어언 자전거값 이상으로 돈이 지출되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만지다보니 자전거도 잘 망가지고,
망가진 자전거 수리하러 자전거포에 들르면 뭐 하는 것도 없는데 큰 금액 지출에 놀라고
튜닝하고 싶은데 남 손에 맡기자니 비싼 것도 비싼 것이고,
어떻게 하는지 알고 싶은데 저 사람은 뭘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으니 답답하여..
자전거 한 대를 결국 회복불가능으로 만들어놓고
아, 더는 안되겠다 하여서
결국에는 자전거 정비를 배울 수 있는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지요.
자전거에 푹 빠져서, 취미생활로 자전거를 타다가 우연히 기회가 되어 자전거 여행도 가보고..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좀 더 편하게 탈 수 있지 않을까 하여 평생 해보지도 않았던 튜닝과.
나아가 여러 자전거를 타보고 싶다는 느낌에 한 때 집에 자전거만 5대가 있었던 시절도 있었고요.
일종의 광적인 사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전거와 함께 하게 된 계기는요.ㅎㅎ
비록 민간자격증이나 자전거 정비자격증을 시작으로
자전거 수입, 판매대리점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정말 좋고 즐겁고 재미있었지만, 힘든 일도 그만큼 많았습니다.
좋은 사람들도 만났고, 값진 경험을 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1여년 일하고 얻은 결론은,
취미는 취미로 남겨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과
사람을 대하는 일이 진짜, 진짜진짜진짜 힘들구나 알게 되었고
결정적으로는 자전거 시장이 상황이 많이 안좋았습니다.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냈고 한 다리 건너 아는 가게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폐점하고요.
제가 일했던 가게도 물론 같은 상황이라, 사람 관계가 굉장히 예민하고 불편해지더라구요.
정신도 몸도 힘들어졌고, 결국에는 불미스러운 일로 자전거 업계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참 다행인 것이,
이 때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제 취미생활의 전반적인 질이 많이 상승했습니다.
어떤 것들이 있냐면..
난생 처음으로 자전거 대회에 참여했습니다.
)
BWCK 2016년..
'브롬톤'이라는 자전거로만 참여가 가능한 대회고, 참여자는 드레스 코드에 맞춰 옷을 입고 나가야하는데,
'정장'을 입고 참가해야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정장, 셔츠, 넥타이를 반드시 착용해야 참여가 가능한 경기입니다. 하의와 신발은 상관 없고, 헬멧은 반드시 착용할 것..
대회라기보다는 축제 분위기에 가까운 행사입니다만, 저는 저기서 미친듯이 달렸기에 대회의 의미가 더 강합니다.
또..
자전거라는 매체로 가족과 잊을 수 없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요.
서울 자전거 대행진 축제에 참여했습니다. 이것도 16년도에..
같이 달렸던 아버지와 중간에 잠깐 내려서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하고요.
온가족과 함께하는 꿀맛나는 점심시간..ㅎㅎ
형과 어머니는 부득이하게 모자이크.
도착지점에는 형과 어머니께서 기다리고 계셨고..
평소 자전거를 안타시는 아버지를 배려하여 제일 늦게 출발하는 초보자 그룹으로 참여했으나.. 평소 테니스같이 격한 운동을 즐기셔서 그런지 굉장히 잘 타셔서 도착지점에는 1등 출발그룹 사이에 껴서 들어왔지요.
또..
혼자서 튜닝도 열심히 해보고요.
그러나...!
항상 잘 됐던 것만은 아닙니다.
그게 튜닝의 묘미죠..ㅎㅎ
자전거 부품 사서 사진, 동영상 촬영으로 분석, 리뷰 글도 블로그에 올려보고..
다 사비로 구매해서 찍고 분해한거라 지출이 꽤 컸었지만, 궁금함을 해소하는 즐거움이 지출을 잊게 만들었지요.
여기저기 자전거 타고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용인에 거주할 때 한 번 혼자 멀리 가보고싶다고, 하루에 100km는 타봐야하지 않겠냐고,
무모한 도전이라는 생각은 일절 하지 않고 벼르고 벼려서 자전거를 탄 날에 찍은 사진입니다.
출발지는 용인에서 도착지는 두물머리.
이 때까지만 해도 참 즐거웠습니다.
일반적으로 양평 두물머리를 간다 하면 한강 자전거길을 따라서 두물머리로 가는데,
저는 일반적인건 싫다! 하며 분원리를 통해 가는 길을 선택합니다.
길 참 많이 헤멨는데, 어찌저찌 분원리에 도착하여 좀 쉬고, 출발하기 전에 찍은 사진입니다.
이 때 알았어야 했는데, 왜 한강을 따라 가야 하는지를요.
자전거길이 전혀 없었습니다. 팔당댐에 도착하기 바로 직전까지 차들과 달렸어요.
정말 힘들었는데, 의외로 무섭다는 생각은 잘 안들었던게 아마 초보자의 패기가 아닐까 합니다.
지금은 차도 타면 너무너무 무서워서 돌아가더라도 자전거도로 타고 가거든요.
무슨 용기로 그 먼 길을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째저째 도착하고 찍은 사진입니다. 10시간 넘게 탔던 기억이 나네요.
돌아올 때는 절대로 자전거 타고 갈 기운이 없어 지하철로 점프했습니다.
지하철 역에서 집까지 3km거리가 생애 최고로 멀었던 것 같아요.
참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90km대 거리로, 목표했던 100km는 못타서 아쉬웠었죠.
가볍게 타기도 했고..
열심히 타다가 난데없이 쏟아지는 소나기를 맞이해보기도 하였구요.
차를 타고 여행 갈 때 고이 접어서 트렁크에 싣고..
여행지에서 타기도 하였구요.
남해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바다가 너무 아름다웠고, 차도에 차가 한 대도 없어서 그 넓은 길을 혼자 달리는게 너무 즐거웠었습니다. 차로는 못들어가는 길로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 바다를 구경할 수 있었네요.
김밥이랑 물 가방에 챙겨서 이렇게 혼자 소풍 다녀오기도 했지요.
한강 가는 길이었습니다. 너무나도 배고파서 한강 도착해서 먹으려고 했던 김밥 저자리에서 다 먹었어요..ㅎㅎ
여행 연습한다고, 일부러 가방에 짐 무겁게 넣고 탔습니다. 집에서 한강, 한강에서 집까지 각각 50km 조금 넘으니까 이 사진을 찍은 날에는 100km 이상 탔었네요.
어쩌다 기회가 되어 단체 여행을 갔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10명 이상이 같이 갔는데, 석시모도 1박 2일 여행으로 기억합니다.
배타고 들어가서 하룻밤 자고 나왔는데, 늦은 밤 해변가에서 불 피워놓고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같이 여행 온 사람들과 모래에 누워 바라본 하늘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이후에 한번 더 갔다왔는데, 이 사진을 찍은 날의 느낌은 나지 않아서 아쉬웠었습니다.
자전거와 함께 은근히 많이 다녔는데, 사진이 많이 없네요.
자전거 타랴, 정비하랴 수리하랴 바빠 사진을 찍을 틈이 없었을 겁니다.
혼자 간 자전거길은 힘들어서 혹은 자전거에서 내리기 싫어서 사진 찍을 시간이 없었을 것이고
단체로 간 여행은 대부분은 정비, 수리 담당으로 따라가서 사진 찍을 시간이 없었을 것이고
그게 아니라 그냥 따라가는 여행이라면 라이딩 팩(그룹) 흐름에 맞춰 따라가느라 안찍었을 겁니다.
취미 중에 제일 좋아하는 것이 자전거라, 한 번 자전거에 얽힌 추억을 되새기다가 글로 올려보았습니다.
15년, 16년, 17년 통틀어서 자전거와 관련된 추억들을
쓰면서 생각하고 돌아보니, 좋은 것들로만 가득한 추억이네요.
그리고 제 자전거는 미니벨로에 접이식 자전거밖에 없다는 것도 보이고요..ㅋㅋ
사진을 많이 남겨놓을걸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18년에도 자전거를 많이 탈 계획입니다.
전년들과 다른 것이 있다면, 올해에는 사진을 많이, 아주 많이 남길겁니다.
지나고나면 사진만 남는다는게 이런 느낌일까요..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