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주말, 낯선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길가에 붙은 현수막을 봤다.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몇 백년간 이어온 우리 동네의 문화'
실제로 몇백년간 끊김없이 이어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검색해보니 적어도 20년은 동네사람들끼리 으쌰으쌰하며 이어온 정월보름 행사 같아서 차를 돌려 낯선 동네의 더 낯선 농로를 향했다.
도착하니 이미 동네사람끼리 (외지인도 환영) 떡국도 한 그릇씩 먹은 후였고, 마을회관 입구의 넓직한 탁자에는 막걸리가 라면박스 사이즈의 대야에 가득 담긴채 아무나 떠 먹으라며 찰랑거리고 있었다. 마을회관 마당에서는 이 동네와 인연이 있어 보이는 외지인들의 널뛰기, 연날리기가 한창이었고, 나도 그 옆 큰 상자에 담긴 가오리연을 꺼내 날려볼 수 있었다.
나보다 먼저 시장님도 다녀갔었으며 동네 의원님이 한마디 했고, 이장님이 또 한 마디했고, 마을문화 보존회 회장이 '유세차- 모월 모일 우리 동네의 행복을 비나이다-'를 장황하게 읊었다. 달이 떠오를 때쯤 논 한 가운데서는 불이 뾰족하게 솟아올랐으며 타오르는 달집을 빙빙 돌며 사람들이 저마다의 소원을 빌었다.
낯선사람들 사이에 섞여 3층 높이의 모닥불을 어슬렁거리며 가족들의 손을 잡고 달에게 소원을 비는 것은 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 날 밤, 아이의 일기장에도 불이 탁탁 타오르는 그림이 자리잡았다.
올해 생긴 지역사랑기부제를 떠올리며, 이런 경험을 안겨준 이 고마운 동네에 10만원쯤 기부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름도 너무 예뻐요. 달집 태우기.
익숙한 듯 낯선 듯 한데 확실히 실제로 본 적은 없어요.
이런 거 경험한 세대라면 아랫세대에게 보여줄 의무가 있어요. (의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ㅎㅎ) 저도 보고 한 번쯤 보고 싶어요. ^^ 우연히 훌륭한 행사를 경험하셨네요.
경상남도쪽이 마을단위의 대보름 행사가 좀 활성화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달집태우기 끝나고 집으로 가는데 옆마을도, 옆옆마을도 연기가 올라오는게 보이더라고요. 앞으로도 주말이 겹치는 대보름이면 한번씩 찾아가고 싶습니다ㅎㅎ
동네가 어딘가요? 한번쯤 보고 싶네요 ㅋ
https://ncms.nculture.org/faith/story/1366
밀양 법흥마을의 '밀양법흥상원놀이'입니다. 이번에 경상도쪽은 달집태우기를 많이들 했더라고요. 달집태우기 규모만 보면 '대구 금호강 달집태우기'가 더 컸는데, 스토리로 보면 밀양쪽이 더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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