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선생이다
무언가에 미쳐있는 사람들을 보면 인간에 대한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그 무언가가 누구도 하지 않는 것 혹은 외면 받는 무엇이라면 경외감 마저 느끼게 됩니다. 이미 정상에 올랐지만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스포츠 스타, 부모의 반대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빛을 본 길거리 버스커 등 우리는 나완 다른 삶에 자극을 받기도 합니다. 이 들의 삶을 지켜보며 뜨거운 것이 솟구쳐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에겐 없는 꿈, 열정, 환희가 그들의 삶에는 충만하기 때문일까요?
대부분의 학창 시절 큰 스토리는 들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특별한 재능이 없다면 그저 앉아서 공부나 하기를 강요받죠. 물론 특별한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어렵습니다. 국영수로 꽉 채워진 시간표에서 벗어나 나의 재능을 찾을 틈은 없어보입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국영수, 사회, 과학 중심의 교육과정은 영국의 산업혁명 시기에 만들어졌습니다. 최소한의 사회화와 기본적인 지식을 갖춘 '일꾼'을 양성하여 산업현장에 투입하는 것이 당시 교육 과정의 목표였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아름다움 탐미할 시간적인 여유도 없고, 개개인의 재능을 찾을 만한 기회는 더욱이 없는 교육과정의 탄생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도 그 교육 과정의 굴레에서 단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사회도 사람도.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저는(정말 믿기지 않습니다..) 격동의 오춘기를 겪고 있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혹은 잘 하는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길 원하는지, 왜 나는 단 한순간도 무언가에 빠져보지 못했는지 등 하릴없이 지나쳐버린 시간이 주는 벌을 달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사회나 주변의 환경을 원망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영수가 만들어 놓은 사회의 틀이건, 안정된 삶을 최선으로 보는 주변의 시선이건 벗어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은 그동안 충분히 주어졌고 앞으로도 다가올겁니다. 이제 그 기회를 알아차리고 깊이 몰입할 것인지는 저에게 달린 문제입니다. 네, 다 본인의 몫입니다.
스포츠 스타, 버스커의 삶이 자극을 주는 이유는 그들의 삶에 내게 없는 무언가가 있어서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들은 나완 다른게 누구도 탓하지 않고 자기 길을 걸었고, 기회를 놓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회사 업무의 80%는 보고서 작성입니다. 대게 이 보고서는 윗 사람이 간결하고 짧은 시간에 핵심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작성해야합니다. 기승전결(문제, 원인, 해결방안)과 명사의 나열, 음슴체(?)가 이 보고서를 이루는 몇가지 특징입니다. 6년간의 보고서만 작성했기 때문에 저는 이 음슴체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고, 따라서 긴 문장을 작성하는 일이 지금은 많이 어렵고 어쩌고... 이렇게 또 키보드 앞에 앉아서 제가 아닌 환경을 탓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글을 쓰는 일이 저에게 다가온 기회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누군가의 재능을 질투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만큼 평탄한 삶을 살았기 때문인가봅니다. 글을 쓰겠다는 꿈이 생기니 욕심도 따라옵니다.
<밤이 선생이다 - 황현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