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2-14 윤석열 탄핵, 더불어민주당의 전략적 실패로 멀고 먼 길이 되어가고 있다.

오늘 ‘지정학과 세상읽기’ 24년 마지막 강연이 있다. 강연을 앞두고 예상하지 못했던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해서 정국은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이런 사태에는 각자 자신이 지지하는 정파의 입장에 몰입되기 쉽다. 그러나 조금 떨어져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가를 살펴보는것이 중요하다.

강연장으로 출발에 앞서 오늘의 탄핵투표와 관련한 이야기를 정리하고자 한다.

군에서 배운 것 중에서 매우 유용한 상황판단 방법이 있는데 무슨 일이 발생할때 크게 두가지 경우를 생각하는 것이다.
첫번째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가능성이 높지 않되 발생하면 최악의 상황이 되는 것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는 작전계획을 수립할때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다.

필자는 이번 계엄사태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탄핵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고.
가장 최악의 상황은 윤석열이 말한 선거부정 문제가 현실로 튀어 나오는 것으로 상정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 대해서는 이전에 언급한 바가 있으니 추가적인 설명은 필요없을 것 같다.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고 해도 반드시 고려해 두어야 한다. 잘못하면 낭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윤석열에 대한 제2차 탄핵 국회의결이 이루어진다.
국민의힘 내부는 매우 복잡한 것 같다. 한동훈계가 탄핵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내는 것을 보면 사실상 탄핵은 기정사실화된 것 같다. 그러나 한동훈계가 정작 투표에 들어가서 어떻게 할지는 미지수다.
국회에서 대중들의 압박은 한동훈계의 투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동훈계가 이번에 투표에 찬성한다면 다음 국회의원 공천은 포기한다는 말이 된다.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정치는 이해관계이다.

당론으로 결정을 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투표에 참가하는 것을 자율에 맡긴다고 해도 친윤계는 투표에 아예 참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자신들이 찬성하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동훈계가 투표에 참가한다고해서 모두 찬성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유보적이다. 이번에 참가해서 윤석열이 탄핵되면 투표에 참가한 의원들은 모두 낙인이 찍힌다. 참가해서 반대를 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는 말이다. 배현진이 ‘이재명에게 나라를 넘겨주는 선택은 없을 것’이라고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더불어민주당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찬성할 것인가도 생각할 여지가 있다. 정치란 이해관계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다. 비명계 몇명만 반대투표를 하면 탄핵은 물건너 간다.

정치와 군사는 비슷한 측면이 있는데 그것은 전략에 관한 것이다. 이겨놓고 싸우느냐 싸워서 이기느냐의 문제인데,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이겨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싸워서 이기려고 하는 것 같다.

비상계엄으로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점하고 있으나 성급하게 서둘러서 그 유리함을 조금씩 상실하는 것 같다. 그 핵심적 이유는 이재명의 사법리스크 때문이라고 하겠다.

급할때 돌아가야 한다고 했는데 그말이 전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건이 발생하고 윤석열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때 제일 먼저 한동훈과 협의하여 거국내각의 총리를 더불어민주당이 지명하도록만 했다면 상황은 매우 달라졌을 것이다. 헌재재판관 추가임명도 그렇고 거부권 행사도 그렇다. 윤석열은 그런 요구를 거부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그럴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기회를 놓쳤다.

바둑에서 수순은 매우 중요하다. 정치도 그런 것 같다. 수순이 틀려서 앞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 생길수도 있다고 하겠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을 확실하게 탄핵하기 위한 치밀한 방안을 강구하지 못했다. 그냥 대중의 시위와 국회에서 여론을 장악해서 압박을 가한다는 것인데 그것도 필요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이제까지 더불어민주당을 보면 항상 마지막 치밀함에서 5%가 부족했다. 지금도 그렇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비난하고 처벌하고 싶다면 매우 용이주도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오히려 뒤집기를 당하는 수도 있다. 오늘 탄핵이 통과된다고 해도 앞으로 갈길은 멀다. 내가 생각하는대로 상황이 굴러갈 것이라고 예상하면 안된다.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굴러가게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