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론 발췌 - 전쟁에서 천재란 무엇인가

in Korea • 한국 • KR • KO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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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인간이 수행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우연과 감정의 지배를 받는다.

전쟁 천재의 본질은 돌발적인 우연을 조율하는 역할로서 여러가지 힘을 조화롭게 통합하는 데에 있다. 이를 정신력이라고 하는데 이는 호전성이나 고통에 대한 둔감이 아니라, 처음에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것을 맞닥뜨렸을 때 부각되는 지성의 힘을 의미한다. 통상 이는 사회의 발전 수준에 비례한다. 고도로 문명화된 사회일수록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는 법을 훈련시키기 때문이다. 야만 사회에서 훌륭한 전사를 찾는 것은 쉽지만 훌륭한 지휘관을 찾는 것은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그 정신력은 감정의 깊이에서 나온다. 감정에 무감각한 인간이 아니라 매우 격렬한 감정의 동요를 느끼되 여기서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다. 감정이 둔한 사람은 균형은 잃지 않지만 외부에 자신의 힘을 표상할 수 없다. 이는 전쟁의 어느 일면에만 쓸모 있는 특징으로 일을 그르치게 만들지는 않으나 의지를 관철시키고자 하는 동기와 추진력이 부족하다. 반면 끓어오르듯이 타오르는 감정 역시도 전쟁에서는 부적당하다. 전투는 몇 주가 걸리고 원정은 몇 년도 걸린다. 무엇보다 이들은 현재의 순간적인 현상이 아무리 강렬하게 보여도 그 현상의 진실은 보잘 것 없다는 것을 쉽게 잊곤 한다.

무관심과 고집 중 어느 쪽에 서서도 안 되며, 본질적으로 전쟁은 우연과 감정의 복합체이나 이를 지성으로 흩어지지 않게 꿰는 것이 필요하다. 전쟁 천재의 탁월함에는 감성과 지성이 늘 함께 나타났다. 그들의 통찰력은 가장 감성적이며 즉홍적이었고 그들의 상상력은 가장 이성적이고 계산적이었다.

만약 이와 같은 고도의 정신력을 갖춘 지도자를 식별할 수 없을 때, 가장 우선시해서 보아야 하는 덕목은 그가 포괄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자인가이다.

  • 클라우제비츠, 전쟁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