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겨적기] 인생은 왜 힘든걸까? - 머리말

in Korea • 한국 • KR • KO4 days ago

인생은 왜 힘든걸까라는 책을 옮겨 적는다.


머리말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던 것일까?

당신의 인생은 만족스러운가? 모두가 잠든 깊은 밤, 혹여 당신은 왜 내 인생만 이토록 힘드냐고 깜깜한 어둠 한 자락 붙잡고 울부짖은 적 없는가? 나의 이십 대와 삼십 대가 그랬다. 모든 것은 갑작스레 닥쳐왔고 현실은 막막하고 외로웠다. 당연하리라 여겼던 나의 길은 안갯속에 묻혀버린 길처럼 사라졌고 퇴로는 차단당했다. 마치 영업시간이 종료된 상점 안에서 굳게 잠긴 문 뒤에 갇힌 것처럼. 나는 삶 속에 갇혀 아무 데도 갈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 새벽은 올 것이고, 아침이 되면 잠긴 문이 열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계속하여 기대로 남았다. 끝내 오지 않을 새벽처럼 어둠은 깊었고 삶은 죽음보다 힘겨웠다. 갇힌 현실 속에서 어디로도 갈 수 없었던 나는 내면으로 더 깊은 내면으로 탐구의 방향을 돌렸다. 그렇게 출구 없는 어둠 속에서 속절없이 마흔을 보내고 쉰을 맞이했다.

영원과도 같았던 암담함 속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은 출구를 찾는 것이었다. 아니 그건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이 아니라 해야만 했던 유일한 일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손으로 더듬고 더듬으며 한 줄기 빛을 찾아 헤쳐 나온 빛을 따라 햇빛 아래로 나왔을 때, 나는 떠나온 길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순간 깨달았다. 밖에서 잠그는 문이라고 생각한 그것이 사실은 안에서 잠그는 문이었음을. 그렇다면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던 것일까?

외부에 있다고 믿었던 출입문의 잠금장치가 사실은 내부에 있었음을 알았더라면 그토록 오래 갇혀 있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나는 이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 삶의 모든 문제를 푸는 열쇠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음을 함께 사유하고 싶다. 또한 삶의 마디마디에 숨겨진 비밀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하나의 마디를 넘어설 때마다 우리는 더 단단해지고 옹글어진다. 하지만 모든 시련에는 이유가 있음을 알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달픔과 가혹함을 견뎌야 했던가? 삶의 굽이굽이에 숨겨진 비밀들을 일찍 알아차릴 수 있었다면 나는 좀 더 일찍 신선하고 평화로운 아침을 불러올 수 있었을 것이다. 좀 더 일찍 환하고 따사로운 햇빛 아래로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 당신과 함께 길고도 짧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마치 그 옛날 전깃불도 없던 시절, 긴 겨울밤 호롱불 하나 밝혀놓고 나누던 옛이야기처럼. 두런두런 느리고 구수한 말투로 지나간 전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할머니처럼. 그렇게 대초부터 영원까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시간도 없고 공간도 없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당신의 삶과 나의 삶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왜 이토록 힘든 삶이었는지. 어떻게 하면 캄캄한 동굴 같은 암담한 삶에서 탈출할 수 있는지. 끝없는 절망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탐구해야 하고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그런 것들에 대해 함께 사유하고 싶다.

2019년 2월
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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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days ago 

언제나 답은 내면에

 3 days ago 

덕분에 다시 한번 읽게 됐어. 우리의 문제는 내면에 해답이 있다!

 2 days ago 

동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