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된 것 vs 날것

최근 아이패드로 수묵화를 배우다가 직접 화선지에 먹으로 그리는 수묵화도 배우기 시작했어요. 서로 가장 안 어울릴 것 같은 조합인데, 그래서 더 매력있는 느낌이랄까…ㅎ

영상 편집을 하며 느낀 점이, 원본 영상을 얼마든지 편집자가 의도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는 거에요. 심지어 앞뒤 자르기를 해서 대화 내용을 바꾸는 것도 가능할 때도 있어요.

요즘 흔히들 쓰는 어플도 마찬가지. 자다 일어나 눈꼽낀 푸석푸석한 얼굴도 세상 풀메이크업한 얼짱으로 순식간에 변신 가능한 세상에 살고있어요 우린.

수묵화를 배우러 간 첫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여기 있는 다른 그림보다 수묵화가 가장 어려워요. 다른 그림은 화려한 색상과 다양한 브러쉬로 얼마든지 멋져 보이게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수묵화는 오직 붓 하나와 먹으로 그려야 하니 정말 본인의 실력이 그대로 드러나요.”

반면에 아이패드 드로잉은 순식간에 제가 화가가 되어있더라구요. 넘겨보시면 아이패드로 까치를 그리는 과정을 담았는데, 그냥 날조 수준입니다ㅋ 까치 사진을 밑에 깔고 그대로 그린 다음에 손가락 터치하나면 까치 사진에 있는 색상을 뽑아와요. 그렇게 쉽게 쓱쓱 그리고, 틀리면 또 자유롭게 지우고, 복사하고, 사이즈 조정하고 그러다보면 마치 노련한 화가의 작품처럼 완성되더라구요.

그런데 실제로 ‘날것’ 그대로는 안그래요. 진짜 제 진짜 실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거죠. 디지털처럼 지울 수도 없어요. 실전 그대로죠.

저는 ‘날것’이 참 좋아요. 유튜브나 인스타로 꾸며진 삶 말고, 너와 내가 그냥 살아가는 본래 그 모습 그대로. 그래서 본질을 꿰뚫어볼 줄 알고, ‘날것’ 그대로가 아름다운 사람으로 늙어가고 싶어요.

암튼 요점은,
제가 요즘 잡다한 생각이 많다니까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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