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40세에 은퇴하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글감 검색

저자 : 김선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인문 지리학 전공, 미국 시애틀 소재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

12년 동안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40세 은퇴 후, 미국에 살면서 네이버 비즈니스판 인터비즈에 '미국 농부 김선우의 세상엿보기' 연재, IT전문 매체 아웃스탠딩에 미국 IT 기업 관련 글을 쓰며,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코리아를 번역한다.




이 책은 박혜윤 작가의 책 <숲속의 자본주의자>를 읽으며 알게 되었다.

이 책 저자 김선우는 박혜윤 작가의 남편이다.

이 부부는 둘 다, 기자 생활을 하다가 은퇴한 후, 미국에서 특별히 정해진 직업을 갖지 않고 살고 있다.

남편이 마흔에 갑자기 직장 그만두고 은퇴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 남편이 쓴 책이 있고 제목이 <40세에 은퇴하다>라고 하길래 관심이 생겨 골라 읽었다.




저자는 미국 유학 중인 아내를 뒷바라지하는 기러기 생활을 5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무작정 미국 시애틀에 있는 가족에게 갔다고 한다.

그 당시 아내는 박사 학위 받기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저자의 나이는 딱 40세였다.

아내에게 한국 정리하고 들어가겠다고 했을 때 아내는 미쳤냐는 반응이었고, 자신이 박사 그만두고 한국으로 들어오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저자는 기자보다는 교수가 낫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고, 아내가 박사 학위를 받은 뒤에 교수가 되리라 믿었다.

그래서 끝까지 자신이 미국으로 가겟다고 해서 갔지만.. 아내도 박사 학위 받은 후 교수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던 사람이었다.

책 출간 시점, 박사 학위 받은 아내까지 그냥 특별한 직업없이 남편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두 부부는 자산이 얼마나 있길래, 특별한 벌이도 없이 무슨 돈으로 살아가나 궁금했는데 책 본문에 실마리가 될 만한 내용이 나와있었다.

12년 간 기자생활하며 모은 돈으로 매수한 집이 강북에 한 채 있었다.

미국으로 들어가면서 강북에 있는 집을 팔아, 미국 대도시에 있는 타운 하우스 하나 사고, 그곳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시골에 조그마한 조립식 주택이 딸린 땅을 샀던 것이다.

두 부부는 시골 조그마한 조립식 주택에서 생활하며, 생활비의 일부는 타운 하우스를 렌트해서 받는 돈으로 충당한다고 한다.




남편인 책 저자의 성향이 나와 비슷한 점이 제법 많은 것 같다.

다소 수동적이면서 우유부단한 면이나, 딱히 하고 싶은 게 없다는 점 등.

그래서 그런지, 저자가 직장 생활을 뒤돌아 보며 느낀 점을 말하는 부분에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다.

또한 저자가 직장 그만두고 미국으로 가서 생활하며 겪은 경험이나 생각들이, 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게 생각하고 느꼈을 것 같은 동질감이 생긴다.





아래부터는 책을 읽으며 기록해 둔 본문의 문장들 중 일부



아주 가끔씩 느끼는 행복감에 '그래, 사는 게 이런 거지'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자족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딘가 공허했다.

이런 공허함도 인생의 일부라고 여기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출퇴근을 했다.

그런데 꼭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 걸까. 이게 정답일까?

단 한 번도 나 자신에게 해보지 않았던 질문을 던졌다.




아이들에게 뭐든 억지로 시키기보다는 가만히 내버려두고 충분히 기다려주면 뭐라도 스스로 찾아서 한다는 걸 배웠다.

그리고, 뭔가를 할 수 있는 자유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가 더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다.




40세부터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놀겠다고 결정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것은 내 안의 인정 욕구를 버리는 일이었다.

심심해도 좋고 돈이 좀 부족해도 괜찮지만 사회적으로 아무도 아닌 존재가 되는 건 정말이지 끔찍했다.

'내려놓기'는 쉽지 않았다.




새로 잡은 줄이 어떤 줄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 잡고 있는 줄을 놓아야만 확인이 가능하다.

익숙함을 놓아버린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새로움이 주는 활력은 충분히 느껴볼 가치가 있다.

선택은 포기를 전제로 한다.

선택하지 못하는 건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은 모두 일에 얽매여 산다.

물론 일이 좋아서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일은 가끔 보람을 주긴 하지만 결국 밥벌이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날마다 출퇴근을 반복하다 보면 이런 생각을 딱히 하지 않게 될 따름이다.




중요하고 어려운 밥벌이를 때려치웠더니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일을 그만두고 일을 찾지 못하게 되고 나서야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일만 해왔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일을 그만둔 뒤에야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살아온 내가 좀 불쌍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발전하는 삶이 좋은 삶이라고 배웠다.

향상된 나를 꿈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성실하게 일하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 성취하고 발전하는 삶이 최고의 삶이라고 알아왔다.

그런데 이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미래는 생각하지 말고 현재를 즐기면서 살면 안 되는 걸까?

여기서 발목을 잡는 게 있다. 바로 인정 욕구다.

나도 뭔가 사회에 일조하는 사람이고 싶었고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너무도 충실한 유교적인 교육 탓에 인정 욕구를 내려놓기가 어려웠다.




책 <행운은 어떻게 찾아오나>에 따르면, 운은 우연과 재능, 노력의 조합이다.

우연은 어쩔 수 없지만 재능과 노력은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으므로 운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행운을 부르는 3개의 키워드는 주의 집중, 끈질김, 그리고 긍정이다.

주의를 기울여 기회를 포착하고 끈질기게 시도하며 낙천적으로 생각하라는 설명이다.




내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조직에 속해 위에서 정해준 방향대로 일을 진행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런 일을 그렇게 못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하는 대로, 부모님이 바라는 대로, 상사들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을 편안해했다.

시키면 잘할 수 있고 틀 안에서는 열심히 할 수 있는데, 마음대로 알아서 하라고 하면 무척 어려워하는 사람이었던 셈이다.

이렇게 태어난 사람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찾으라고 하는 건 고문에 가까운 일이었다.

무엇을 원하는지 찾기를 포기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뇌었다. 하고 싶은 게 없어도 괜찮다고. 정말 하고 싶은 게 없어도 괜찮다고.

이런 사람의 치명적인 약점이, 하고 싶은 건 없는데 하기 싫은 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책 <디퍼런트different>에서 남들과 달라질 수 있는 방법의 핵심은 '포기'라고 규정했다.




지금 상황에서도 빚을 내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하지만 대출을 받는 순간 내 삶은 대출금을 갚기 위한 노예가 된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안다.

그래서 일을 벌이고 소득을 높이기보다는 가계 규모를 줄이고 일을 덜 하는 방향으로 살기로 했다.

채우고 늘리기보다는 버리고 줄이는 걸 선택했다.




은퇴 후의 생활에서는 소비 말고도 중요한 일이 많다.

노후 대책을 너무 경제적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은퇴 뒤에 다가오는 진정한 어려움은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해온,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집에 들어오는 직장을 그만뒀을 때 어디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경제력이 대략 갖춰져도 힘들 수 밖에 없다.




인간은 과거의 관행과 믿음대로 행동하고 실천하려는 강한 관성에 이끌리지만, 환경이 변하면 성공을 가져다 준 핵심 역량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이든 무조건 밤새워 열심히 하고, 아파도 참고, 남들이 가니까 학원에 가고, 필요 없는데도 세일이라니까 무조건 사고 보는 삶이 아니라, 한번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스마트하게 일하며 노는 것을 즐기고 남들과 달라도 괜찮다는 생각을 갖고 다른 삶을 살아보는 건 어떨까?

내 안을 자세히 살펴서 지금의 삶이 내가 과연 원하는 것인지 시간을 갖고 생각해봐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는 자유를 이야기할 때 뭔가를 할 수 있는 자유에만 지나치게 매몰되어 있다.

너무 뭔가를 하는 것에만 집착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채우는 것 못지않게 비우는 것이 중요하듯이 할 수 있는 자유도 중요하지만 하지 않을 자유 또한 중요하다.

사표를 낸 이후 수많은 시행착오와 좌절을 겪으며 배운 것이 있다면 뭔가를 할 수 있는 자유보다는 뭔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역설적이게도 뭔가를 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하는 게 많다.

열심히 일하는 만큼 가족과는 시간을 적게 보내고, 돈을 많이 버는 만큼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써야 한다.

하지만 뭔가를 하지 않을 자유를 누릴 때는 내려놓는 만큼 얻는 게 있다.

욕심을 내려놓았을 때 느끼는 충만함이자 넉넉한 마음이다.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면 기계는 멈추지만, 사람은 그때서야 움직이기 시작한다. - 토머스 프리드먼



202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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