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를 보내며

in #hwan1003 years ago

A는 내 첫 직장에서 나를 품어준 직속 상사였다.
웹디자이너로 긴 연차를 가진 경력직... '김대리님'이란 이름으로 불리던 사람.

어쨌든 개발자로 입사한 월급쟁이를 디자이너 포지션에서 가르치려니 답답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을 것이다.

나 때문에 화를 많이 내셨는데...
뽑히기 원했던 경력직은 안들어오고 생초보 신입이 들어왔으니 그럴만도하다.

모두에게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신입
가르치고 가르쳐도 입력값의 절반도 나오지 않는 아웃풋...

분노와 수정, 피드백과 리턴값, 분노 & 분노, 쭈글과 찌글 사이를 반복하며
1년정도 지나 겨우겨우 손발을 맞출수 있는 정도의 직장인이 되면서 그분과의 사이가 조금 괜찮아졌을까?

그때야 벌써 15년인가 16년 전이다보니 팀 인원이 모두 같이 밥을 먹는 것이 일상었는데다-_-; 이해불가한 회식도 많았던 때니까... (토요일에도 출근하던 시절)
퇴사할 거 아니면 서로 친해지거나 어떤식으로든 팀 구성원의 모양으로 맞춰질수 밖에 없었던 거 같다.

회사 생활하다보면 종종 그분이 생각나곤 했는데(나쁜쪽보다는 좋은 쪽으로)
요즘 특히 더 많이 생각나는 거 같다.

중간에 껴있는 입장으로 일한지 오래되었지만
지금처럼 갭이 큰 때에는 나도 그렇게 불같이 알려줘야하나? 고민되고 뭐... 그럴때 말이다.

음.. 생각해보면

나에게 고마운 사람이었지만, 나를 너무너무 싫어했던 김대리님 ㅎㅎ

그분을 이제는 보내줘야겠다.

벌써 10년도 넘은, 딱히 좋은 회사도 아니었던 곳에서의 업무 패턴을 여기에서 내가 반복할 순 없지

친절하게, 아니면 최소한 화를 참으며 동료들을 대하길
오늘도 다짐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친절하게 잘 알려줘

월급쟁이놈아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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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첫 상사와 아주 사이가 안 좋았는데요. 다 시켜놓고 윗선에는 지가 다했다고 쇼하는 전형적인 쇼업양아치였어요.

지금 생각해도 좋은 감정은 별로 없고. 그래도 환백님께서는 좋은 감정이 더 많다 하시니 부럽습니다. 좋은 첫 상사는 어쨌든 직장인의 작은 로망중 하나 아닌가요? ^^

아.. ㅋㅋㅋ 안 좋은 추억이 있으시군요.
욕먹는 포인트 = 빠른 피드백 = 빠른 성장
뭐 이렇게 받아들이다보니 저는 괜찮았습니다.
제 기준보다는 사회가 원하는 속도가 더 빨랐다는게 문제지만.. ㅎㅎ

아무튼, 꼬치꼬치 지적하는 상사가 있다는 것도 나름 복이니까요.
요즘은 좀 다른 거 같아서 본문 내용처럼 노력중이기도합니다.

그 분 편에서....^^
2호가 디자이너로 입사하려다 결국 개발자로 입사한 것 보면
회사들이 디자인을 소홀히 하는 듯 합니다.

환님을 1인2역 시키는 것 아닙니까? ㅎ

?????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월급쟁이입니다. ( •́ ̯•̀ )

월급쟁이 놈들아!

(ꐦ ◣‸◢)

헉. 개발자에게 디자이너가 매니저였다는 건가요?
서로 힘들었겠어요.
친절하게 알려 주는 곳을 만나기는 너무 힘든 거 같아요 ㅠ

아.. ㅋㅋㅋ
화를 내면서도 자신이 아는 것을 알려주는(지적하는)게 미덕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죠.
지금은 그냥 이상한 사람으로 인식될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