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없이 몸만 다녀온 러시아 발트3국 여행기> 171211 블라디보스토크 3일차
셋째날 아침이다.
어젯밤에 취한 친구랑 오늘 같이 다니기로 약속했다.
알고보니 우리가 들어오지 않을때 '이고르'라는 러시안 마초가 있었는데
자기 팬티만 입은 사진으로 이친구를 꼬시려고 했었다.
기억을 거슬러보니 첫날 넵튜니아에
도착했을때 이고르는 그때도 일본인 여자사람을 꼬시고 있었다.
첫날 아침의 거리감.
그래도 금새 친해지고 잘 지냈다.
며칠 먼저 블라디보스토크에 왔다고 우리는 아는 척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일주일동안 꼬박 블라디보스토크에 집중하여
결국에는 넵튜니아 사장형님과 친해져 돌아오는 여름에 알바까지 약속을 받고 한국으로 떠났다.
제일 먼저 '우흐뜨블린'에 가기로 했다.
'블린'은 팬케이크의 일종으로 팬케이크안에 다진고기나 야채등등을 넣고 말아서 먹는다.
먹었던 블린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시베리아횡단 열차안에서
러시아친구가 사와서 하나 얻어먹은 요거트향이 나는 치즈를 담은 블린이다~
이때 나는 마늘을 먹고싶어서 갈릭토마토를 시켰는데
갈릭이 내 상상속의 구운 마늘이 아니라 생마늘 향이 강하다.
메뉴 선택 실패!
뭐 그래도 높은 포만감과 합리적인 가격때문에 나쁘지는 않았다.
어젯밤에 갔던 혁명광장을 낮에 한번 가보니 사람들이 별로 없다.
그리고 저녁에도 다시 한번 가봤는데 어제와 같은 사람이 없는것으로 보아
전날에는 주말이라 가족단위로 많이 나온듯 하다.
혁명광장 구석에 커다란 규모의 기념품 샵이 있다.
들어가기전에는 규모에 비해 간판이 너무 화려하다라고 생각했는데
들어가보니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
별별 기념품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트럼프모양 '마트료시까'가 있었다.
이걸로 트럼프와 러시아가 친하다는것이 증명되었다.
또 자기들의 대통령인 푸틴도 섭섭치 않게 존재했다.
러시아들은 '강한 사람'들을 좋아하는 느낌이다!
실제로 소련시대로 돌아가길 원하는 러시아인들이 과반수를 넘었다는 뉴스를 얼마전에 봤다.
뭐 공산주의의 이데올로기의 실현을 위해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고
강대국의 지위를 되찾자는 이유에서다.
이와 마찬가지로 카스마적인 인물에 열광하는 것도 그와 비슷한 이유에서 인듯하다.
기념품 가게에서 혁명광장 반대편으로 나오면 항구가 보인다.
이길을 따라 쭉 올라가다보면 '잠수함 박물관'이 나온다.
손들어!
자동차위의 눈에 누군가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갔다.
러시아사람들도 눈이 마냥 싫지만은 않은가보다.
눈사람도 똭! 아빠랑 애기 눈사람이 잠수함 바로 앞에 있었다.
잠수함박물관이라고 해서 잠수함을 그냥 통째로 들어다 놓았다.
입장료는 100루블(이천원정도)로 들어가는데에는 부담이 없다. 그러나
들갔다 나오면 와 싸다라는 생각도 없어진다.
내부의 반은 러시아 잠수함에 대한 역사로 전시가 되어있지만 우리는 까막눈이라
아아아아 이런 내용이겠구만 머릿속에서 자동번역을 하고 지나갔다.
나머지 반은 실제 잠수함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사진상으로는 넓어보이지만 앞으로 넘어갈려면 저 자그마한 원을 몸을 한껏 구겨서 넘어가야한다.
기계덕후들이 좋아할만한 계기판이나 기관들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잠수함을 떠나기전 마지막으로 나가기전에 셀카한장을 찍고 나갔다.
블라디보스토크의 개선문은 아기자기하다.
러시아의 왕자 니콜라스가 블라디보스토크에 방문한 기념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러시아스러운 그런 모양이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 친구를 찍는다.
그리고 취한 친구는 아직도 취해있는 모습이지만 찍는다.
그 다음 우리는 독수리 전망대로 가볼려고 했다.
그것도 걸어서.
지도상으로는 얼마 안되어 보이길래 우리는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전망대라는 특성상 남들보다는 높아야된다는것을 간과했다.
더럽혀진 찻길옆의 눈을 절퍽거리며 20분정도를 올라가고 올라갔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바람은 거세져 우리의 뇌까지 얼리고 있었다.
그래도 올라가고 나니 전망은 확실하다.
사실 독수리 전망대는 야경이 유명하지만 우리는 낮에 왔다. 낮에 와도 이쁜데 밤에 오면 얼마나 멋있을까 하고 아쉬워서 블라디보스토크에 며칠 더 있는 취한 친구에게 야경을 부탁했다.
그녀는 퀘스트를 수락했지만 퀘스트를 수락한지 모른채 블라디보스토크의 먹거리와 마실거리를
다 누리다가 퀘스트에 실패했다. 나중에 다시 가면 야경을 꼭 볼꺼다.
이런 느낌의 사진도 괜찮은듯하다. 찍으면서 뿌듯한 사진중 하나.
남산에만 있는줄 알았던 자물쇠가 여기도 있다.
그런데 자물쇠가 크다.
남자가 헤어지자 말한다면 뼈와 살을 분리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결연한 느낌.
앞에 동상이 있길래 가방에 있던 아이패드 가지고 따라 찍어보기도 했다.
내려갈려고 있어보니 저기 멀리서 고양이 한마리가 슬금슬금 와 내 허벅지위에 자리를 잡았다.
고양이도 더럽게 추웠는지 닝겐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을 생각인가 보다.
취한 친구의 롱패딩이 따뜻했는지 거기에 몸을 숨겼다.
몇분의 교감시도가 지나고 우리는 떠나야 했다.
전망대를 내려가는 길에 계속 따라오더니 어느순간 멈춰서 우리만 보고 있었다.
오겡끼데스까 와따시 한국인데 거기는 춥겠지.
눈밭 미끄러지는 길을 내려와 다시 숙소에 돌아왔다.
우리는 거실에 널려있다가 '도시락'을 하나씩 먹기로 했다.
러시아 사람들은 정말 '도시락'을 많이 먹는다.
시베리아기차안에서는 쌓아두고 먹을정도로 먹는다.
그러는 사이 또 다른 한국인이 왔다고 주인형님이 취한친구를 데려갔다.
이친구는 나와 동갑인데 세계여행 시작으로 블라디보스토크로 도착했다.
지금은 프라하가는 이층버스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저녁 같이 먹으러 나가자고 하니까
이 친구가 같은 비행기에서 만난 한국사람들하고 같이 저녁먹기로 해서다 같이 먹기로 했다.
메뉴는 어제 저녁 먹었던 피자집. 페페로니는 그저 그랬지만 어제의 그 메뉴는 오늘도 여전히 맛있었다.
남자 4 여자 2
취한 친구말고 다른 여자사람은 조용했다.
취한 친구의 주도로 MUSIC BAR라는 술집에 갔다.
여기서 취한 친구는 그녀의 주력답게 신기한 술을 시켰다.
꽝뚜와? 꽝또?라는 프랑스 리뀌르인데 점도가 있도 45도로 독하다.
그것을 따라시킨 형님은 사진에서 이상하게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
저 조그만거 한잔에 200루블로 4000원정도다.
근데 맛있다. 향이 좋아서 쩝쩝거리면 다시 향이 돈다.
그다음부터 내친구랑 나는 꽝뚜와를 '쩝쩝이'라고 불렀다.
계속 술집에서 마시면 지갑이 거덜 날거같아서 우리 숙소로 자리를 옮겼다.
러시아는 밤 열시까지만 술을 살수 있어서 빠른 걸음으로 클레버하우스에 도착했다.
술을 사들고 숙소에서 2차를 마신다. 실내 내부로는 들어갈수가 없어서
어제와 마찬가지로 천막친 테라스에서 몸을 떨며 마신다.
거실에 있던 러시아사람들은 우리를 분명 미친 한국인 취급을 했을 것이다.
넵튜니아에서 마지막 기념사진! 맨 오른쪽엔 동양여자에게 들이대는 이고르다
우리가 예약한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새벽에 출발해 기차역으로 움직여야한다.
세르게이가 우리 대신 택시를 잡아주고 짐까지 챙겨주며 마중나와 주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기차역에 도착했다.
![KakaoTalk_20180122_220135923.jpg](
시베리아횡단 열차중 가장 오래된 99번열차는 새벽 한시반에 출발한다.
여권과 티켓으로 확인을 마치면 각자의 자리에서 앉으면 된다.
아직은 텅빈 우리칸. 나중에는 사람이 가득 차서 북적거리게 된다.
아직은 별게 없는 책상이지만 이것도 나중에는 가득 차서 북적거린다.
이런 식으로 알아서 자면 된다. 우리는 제일 안좋은 칸의 제일 안좋은 문옆의 자리여서
사람들이 문을 쾅쾅 닫고 다니면 거기에 예민한 사람들은 깬다.
나는 잠만 잘 잤다. 내친구는 나보다 더 잘잤다.
기차가 출발하고 나서 GPS 좌표.
이때 가려고 하니 까마득했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앞으로 이어갈 '시베리아횡단열차'에서는
좋은 사람들과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를 계속 쓰겠다.
오늘은 여기서 끝!
러시아 컵라면시장의 절반 넘게 차지한다는 갓... 도시락
횡단열차 얘기도 기대됩니다!
yeoreum님~ 감사합니다! 횡단열차 얘기도 이어서 기대해주세요!
러시아의 친미 증거를 찾아내셨군요. 당분간 몸을 사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방구석에서 조용히 스티밋만 해야겠군요ㅋㅋ
좋은 컨텐츠가 즐거운 스티밋을 만드는거 아시죠?
짱짱맨이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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