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는 어떻게 공공성을 강화하는가?
재주부리는 곰의 몫을 가져오는 암호화폐
근대 이후의 정치이론에서 공공성의 영역은 국가보다는 시민사회로 이동했다. 공공성의 강화란 곧 시민사회의 강화이고, 구체적으로는 시민사회가 공공선에 기초한 의사결정력을 갖거나 재화분배권을 가진다는 의미이다.
암호화폐가 근대국가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이유는 중앙권력을 쥐고 있는 자본으로부터 개개인이 그 몫을 찾아올 수 있는 매개가 되기 때문이다.
가령 유투브를 생각해보자. 유투브는 수많은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동영상에 의해 구성된다. 문제는 그 동영상에서 발생하는 광고료 수입의 상당 부분을 유투브라는 기업이 가져간다는 것이다. 세간에는 유투버들이 큰 돈을 버는 것처럼 말하지만 유투브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쥐꼬리만한 부업 수준이거나 브랜딩을 위한 활동이 되고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에 기초한 유투브라면 달라진다. 중앙서버와 중앙자본권력이 없기 때문에 동영상에서 발생하는 수입을 기업에 떼주지 않고 각 개인이 훨씬 많이 가져갈 수 있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도 마찬가지다. 중앙권력에 의한 수수료가 ‘재주부리는 곰’인 개인에게로 모두 돌아간다.
페이스북이나 구글과 같은 데이터 기업도 마찬가지다. 데이터 기업들은 사용자의 노고가 모이지 않으면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각 개인의 데이터가 이들 기업의 자산인 셈이다. 심지어 개인 데이터를 판매하기도 한다. 이런 데이터 시스템이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으로 구현될 수 있다면 각 개인의 재화획득권, 재화분배권은 훨씬 강화될 수 있다.
시민으로서의 개인이 각자의 몫을 정당하게 화폐로 가져오는 것은 시민사회의 재화획득력이나 재화분배권을 중앙권력으로부터 가져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각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생각해보자. 의료정보, 신상정보, 재산정보 등 다양하다. 90년대 이후 상용화된 인터넷은 애초의 기대(자유로운 개인의 해방과 연결)와 달리 중앙권력(자본과 국가)에 의한 정보감시 상태를 초래했다. 혹자는 이 상태를 파놉티콘이라는 감시감옥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개인정보를 블록체인을 통해 보관하고 필요할 때 꺼내 쓴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개인이 프라이버시 보호권한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정보는 권력이다. 정보감시상태에서 벗어난 시민사회는 이전에 비해 중앙권력(국가와 자본)에게 종속되는 정도를 현저히 약화시킬 수 있다. 시민사회의 권력이 강해지는 것이고 이는 공공성의 강화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