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출발점에서.
인생은 탄생부터 소멸까지의 하나의 길을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한사람의 인생이란 무대에서는, 연극보다 더 많은 플롯들이 시작되고, 진행되고, 끝이 난다.
얼마전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는데, 짧은 4시간짜리 비행이 이전의 어떠한 비행보다도 더 지루하게 느껴졌다.
잠이 오지 않아서도, 좁은 좌석 때문도, 배터리가 닳아버린 노트북 때문도 아니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왼쪽 옆 자리를 따뜻하게 채워줬을 수도 있던 한 사람을 기대했던 탓이 아니었을까.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창문을 열고 깜깜한 밤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던 중이었다.
처음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던 별들이 하나, 둘, 수 백, 수 천, 그리고 수 만보다 더-
별 빛이 밤 하늘을 온전하게 채웠을 즘, 어딘가에서 뚝 떨어지는 커다란 별똥별 하나.
그리고 내 마음도 쿵.
어쩌면 삶은 이런 것일 지도 모르겠다.
2018년은 내게 물리적인 시간의 끝과 시작이 맞닿아있는 해이다.
그리고 또 다른 플롯들의 시작점들 위에 서 있다.
이제 한발 한발 걸어가다 보면 이 점들중에 어떤 점들은 선이 되고, 면이 되어, 나와 타인의 인생에 어떠한 흔적을 남기게 되겠지.
이 것 또한 새로운 시작점이다. 약 2년간 내려놓았던 펜을 다시 잡는다.
보고, 마시고, 느꼈던, 느끼는, 느낄 것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