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06.01.2021 화

in #kr-diary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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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였던가... 이것도 명확히 기억나지가 않네. 저번주든 저번달이든 지나간 일임에는 매 한가지인 것인가. 아무튼 며칠 전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비실비실하던 때에 밤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터미네이터를 틀었다. 그리고 비실비실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결국 터미네이터 1, 2, 3를 차례로 볼 수 있었다.
주1) 다행히도(?) 3편까지 밖에 없었다.
주2) 1과 2편은 예전에도 몇 번(?) 봤지만 3편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주3) 나무위키를 정독한 후 2편과 3편을 보니 정답지를 들고 시험치러 들어간 느낌이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시간 차이가 꽤 나는 편이다.
1984년, 1991년, 그리고 2003년.
B급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1편의 이야기 구조에 초 절정 수작으로 마무리된 2편이었으나 그 돈 맛을 잊지 못하고 이야기 전개를 비틀어 나온 3편은, 당시 터미네이터의 팬들 사이에 수많은 악평을 받았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3편보다 더 못한 후속편들 때문에 3편의 평가는 요새 오히려 오름세라고) 2편의 미소년 에드워드 펄롱의 이미지에 단단히 꽂혔던 팬들은 3편 주인공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2편에서 기껏 "운명은 만들어가는 거야"라며 갖은 노력끝에 임무를 완수한 엄마 사라 코너를 바보로 만드는 이야기 전개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를 보며 충분히 그럴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2020년. 30여년 전 사람들이 두려워하던 인공지능의 실체가 많이 까발려진알려진 시대에 돌아본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어차피 영화 속의 인공지능이 너무 허황되어서 이제는 3편을 인정하든 안하든 별 상관없어 보인다. 운명이라는 주제도 그동안 여러 영화에서 다루어진 주제인데, 제목이 "데스티니"였나, 어떻게 해도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공포영화도 있었고, 시간을 돌려 과거로 가면 갈수록 사태가 점점 더 악화되어서 결국 태아인 상태까지 돌아가 탯줄로 목을 감는 영화도 나왔으니, 이제는 "No Fate!" 라는 외침이 공허하다. 2003년에 3편이 나왔을 때는 슈퍼컴퓨터가 어떻게 그리드 컴퓨터로 대체되냐며 화가 많이 난 모양이지만, 그동안의 컴퓨터 발달 과정을 염두에 두면 사실 3편의 그리드 컴퓨터는 아주 적절한 미래 예측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기술이 발달하다보면 언젠가는 어떻게든 그 쪽에 도달할 수 있을것 같아서 3편의 설정에 위화감은 전혀 없다.

시리즈가 이어지며 점점 더 강력한 터미네이터 로봇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제작진의 의지와 그 노고를 치하한다. 근육질의 다재다능 로봇을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무표정한 금발 미인 로봇이라니, 여기까지는 잘했어요. 그래서 다음에는 어떤 로봇이? 아직 사람들이 상상 못했을 법한 획기적인 (사람 닮은) 로봇 아이디어가 남아있을까? 이게 안되니 이후 시리즈는 내리막일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직 안봤지만)

1편 끝 부분을 보며, 프레스에 눌려진 로봇의 남은 팔 조각을 보니, 왠지 미국의 어떤 숨겨진 정부 조직이 저걸 가져다 비밀을 엄수해가며 연구를 진행하지 않았을까 하는 시나리오가 떠올랐는데, 2편을 보니 정부 조직이 아니라 사기업이 그걸 독점하고 있었다. 이걸 보며, '난 왜 (미국) 정부의 숨겨진 비밀 조직을 떠올렸지?' 하고 돌아보니, 맨인블랙, 트랜스포머, 어벤져스 시리즈 등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실제 가능성으로 보면 사기업이 가져갔을 가능성이 더 높아보이는데, 왠지 (미국) 정부에서 어떻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허황된) 기대감을 갖는 것을 보면, 최근 몇 몇 영화들에 의한 (미국) 정부의 과대평가가 꽤 전방위적으로 퍼진 듯 하다. 이건 의도된 것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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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984년이었던가요? 내가 그걸 보다니 ㅎㅎ

3편은 앤딩이 젤 별로였어요 ^^ 고양인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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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하면 상체만으로도 끈기를 보여주는 장면이 (1편 오마주로써) 빠질 수가 없으니까요 ㅎㅎ
그러고보니 여주인공 얼굴이 좀 고양이상이긴 하네요~

중학교 때네요. 번개가 치고는 벌거벗은 근육질 남자의 등장으로 시작하는 1편, I'll be back. 두고두고 씹어도 단맛이 나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