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편지 - 투자와 투기
아들
어제 아랫집 시끄러울까봐 깔아놓은 매트를 굳이 차곡차곡 접어 올려서 점프점프 놀이를 하는 너를 보면서, 맘 같아서는 더 뛰어라 실컷 뛰어라 하고 싶었다. 그래도 ‘뛰면 안돼’ 라고 말하고는 아빠도 아빠가 못마땅했다. 뜨거운 것도 만지면 안돼, 장난감도 던지면 안돼, 아빠 꼬집으면 안돼 뭐 맨날 안된다고만 하는데 어쩌겠니 그게 아빠 일이란다. 그냥 내비둬서 데이고, 다치고, 싸우고 하면서 경험해 보면 더 확실히 알겠지만 우리 아들은 똘똘해서 몸 안다치고, 속 안시끄럽고 알게 됐으면 해서 그러는 거다.
그러고 보니 요즘들어 절실히 느끼는 바가 까먹기 전에 몇 자 남겨본다. 나이 먹으면 먹을수록 이놈의 돈이 참 중요하다. 어떠한 가치보다 중요하다 뭐 이런건 아니지만 너의, 우리의 자유함을 위해서 정말 중요하다. 무소유를 실천하는 깨달음의 경지에 다다르면 모를까, 평범한 삶이라면 쓸 만큼 나눌 만큼 돈이 있어야 그 다음을 생각할 수 있는 세상이다.
직장을 다니든 네 사업을 하든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금융소득이 근로소득을 압도하는 게 요새 세상 흐름이다 보니, 투자를 잘하는 것도 참 중요하더라. 돌이켜 보면 아빠는 투자를 한답시고 투기를 한 적이 많았는데, 부디 아들은 투기를 경계하고 현명한 투자를 했으면 좋겠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게 투자인지 투기인지 분별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정도만 되어도, 네 소중한 자산을 불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투자와 투기는 어떻게 구별할까. 일단 투자의 최대 친구인 시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좋은 투자는 최고의 투자 파트너인 시간을 같은 편으로 삼아, 몇 주든 몇 달이든 몇 년 이든 시간이 흘러가도 불안해 하지 않는다. 부침이 있고 악재를 만나고 제 값을 못 받는 시점을 넘기면, 다시 본래의 가치를 인정받아 이문을 남긴다. 반면에 투기는 시간과 친하지 못하다. 단기 과열, 단기 급등이 지나 버블이 꺼지면 빠르게 제자리로 되돌아 간다. 특히 레버리지라는 용어에 혹해서 돈을 차용해서 뭔가를 사고, 그 값이 오르기를 기다린다면 시간은 너에게 이자 부담, 조급함, 불안감, 잠 못 이룸을 선사할 거다. 그러니 신경 안 써도 돈이 널 위해 일할 수 있는, 잊고 지내도 불안하지 않을 것들에게만 네 소중한 자산을 투자해라.
잘 모르는 것에 돈을 맡기는 것도 투기다. 뭔가를 안다는 것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데, 사람들은 두어 시간의 인터넷 서칭과 주변에서 알음알음 들은 정보들을 취합해 다 안다고 본인 스스로를 속이는 경우가 많다. 회사는 내부에서 보는 것과 외부에 공개된 공시를 통해 드러나는 정보가 너무나도 다르고, 부동산은 현지에 방문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주변 환경을 살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법이다. 충분히 잘 알게 된 후에 투자하며, 이제 잘 알게 되었다고 믿는 네 자신과 친구들을 항상 경계해라.
철없는 시절 아빠가 고작 한 자릿수 수익률 이라고 괄시했던 부동산과 펀드는 15년이 지난 지금 든든한 자산이 되었고, 단기 차익을 노려 투기했던 선물옵션과 마진거래는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아들에게 쓰는 편지라고 했지만, 아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글이 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참고로 네 세뱃돈은 전부 우량주에 투자하고 있다. 일부는 크립토 화폐도 사볼까 한다. 시간을 친구 삼아, 20년 후에 너에게 증권계좌를 꺼내 보이며 자랑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BTC의 일별 차트. 과연 20년 후에는 어떤 곡선을 그리고 있을지.
아들에게 쓰는 편지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봐도 될듯한
그나저나 가상화폐에 봄날은 언제 오려나??
6월 가즈아-
시기가 시기인만큼
좋은 글 입니다^^
꾹꾹~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