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쓸 기억력은 하루를 잠식한다...
요즘은 뭔가 기억이 안나면 그걸 찾는 게 일이다. 쉬는 날이고 여유가 있는 날이면 더 그렇다. 과거에 봤던 그거 뭐더라? 그 사람 누구더라? 그거 제목이 뭐더라? 내용이 뭐였지? 하면서 하루종일 인터넷으로 그걸 찾고 있다. 다 찾고 나면 허무할정도로 그게 카타르시스를 주지 않는데도..
내가 가장 집착적으로 수십년동안 찾아다닌 건, 사실 어릴 때 본 일본영화들인데, 사건은 기억이 하나도 안나고 장면만 기억나서 포기했다. 또 하나는 지렁이가 출몰하는 영화였는데 그건 유투브에서 찾았다. 네이버지식인에 있는 나의 질문들은 대개 그런거다. 이집트시간여행을 하는 금발 소녀가 파라오랑 사랑에 빠지는 만화책 이름이 뭔가요? 눈이 많이 나오는데 20대 청춘들이 창고같은데서 의자로 문 잠그고 도망다니는 공포영화..? 뭐 이런... 어릴 때 뭣모르고 봤던 많은 컨텐츠들의 제목이 알고 싶은거....
아이폰이 나왔을 때 제일 좋았던 게 soundhound였다. 카페술집 가면 나오는 노래들, 어디서 많이 들었는데 뭐더라? 싶어서 맨날 알바한테 "이 노래 뭐냐?"고 물어봤었고, 라디오에서 나오는데 제목 안나오고 광고 나오면... 스트레스 받고 그랬기 때문에...
그러니까 어제는 하루종일 그짓거리를 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21세기 넘어오면서 십년 후부터... 그러니까 2011년과 2018년사이의 일들은 연대기순으로 기억나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내 뇌에 기록되어 있는데, 가끔 이게 한번 헤집기 시작하면 버퍼링 걸린 컴퓨터 마냥 하루죙일 버벅거리고 오늘이 바로 그러한 날이었다. 이번에 맥os 업글을 했더니만 아이클라우드가 내 컴퓨터 자체를 몽땅 싱크하고 있다. 이로 인해서 아이클라우드에 만들어뒀던 폴더와 데스크탑 폴더가 겹치고 그러다보니 나름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자료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몰라서 다 열어보고 확인했다. 휴. 다시 버리고 정리하고 혹시나 해서 다시 다 읽어보고 확인하고 이짓거리를 하느라 반나절이 갔다. 더 정리하고 싶었지만 일단 끊었다. 수영장을 가기로 했기 때문에..
12:00 pm 간만에 수영장을 다녀왔다. 거의 이주만에 간 것 같다. 천미터끊었으니 이제 천오백 도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린 쥬스를 먹고 갔지만 체력이 저하되어 오늘은 750m를 끊는데 만족하고 집에 왔다. 뭐든지 꾸준히 해야...-_-;
그리고는 집에 와서 머슴처럼 점심을 허겁지겁 먹고 배가 빵빵해진 상황. 갑자기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생각났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봤던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모텔에 살던 중년 남성이 자신의 셀카를 찍었던 에피소드였는데 사건 자체는 기억이 안나고, 이 장면만 유독 뇌리에 남았다. 그냥 넘어가도 되었다. 여태 모르고 살았고, 반드시 알아야 할 자료도 아니다. 사실 이번이 두번째였다. 구글에,"그것이 알고 싶다, 모텔 1회용 카메라" 라고 쳤는데 당연히 나오지 않았다. 유투브에도 네이버에도 나오지 않았다. 어찌저찌 시도 후, 겨우 찾아내었지만........... 문제는 볼 수가 없었다. 토렌트에서 다운을 받았더니 exe 파일이라 나의 맥북에서는 실행되지 않아 언니의 노트북을 가져왔는데, 거긴 뮤토렌트가 없어서 다운을 받았다. 하지만 실행했지만 오래전 자료라 바로 다운되지 않았다. 위디스크에는 아예 없었고, 올레티비도 없었고. 그런데 sbs에 들어가니 무료로 볼 수 있었다. -_-; 그것이 2014년 5월의 이야기다. 4년 전에 본 내용이었다.
6:00 pm 이걸 찾고 나니 저녁시간이 되어 밥을 먹었다. 오후가 다 간것이다. 밥을 먹으면서 넷플릭스결제의 마지막 날인지라 요즘 핫한 도널드 글로버의 '아틀란타' 시리즈를 보았다. (이놈은 필시 천재일세... childish gambino** )
8:00 pm 밥을 너무 많이 먹었더니 졸음이 쏟아졌다. 간만에 책상에 앉아있을라니까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팠고, 눈도 아팠고, 그냥 스트레스가 팍팍 쌓인다. 내가 문서나 정리에 많이 약하다. -_-; 정리는 이성적으로 할 수 없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선택하는 스트레스......
근데 또 뭔가가 뇌리를 스쳤다. 지푸라기같은 얄팍한 기억의 고리로...블로그에 이것 관련 이야기를 썼던 기억이 났다. 검색 키워드는 "37살 돌싱"이었다. 이 사람이 이전에 어떤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썼었는데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는 글이었기 때문에 흥미롭게 보았었다. 나이는 37살이라는데 말투가 마치 50살 같다고 써놨었다. 당시는 좋게 생각을 해서, 대학을 가지 않은 나의 윗세대들은 나이 차이가 얼마 안나도 무척 아재같구나 생각했다. 그 글을 다시 보고 싶어서 또 한참 찾기 시작..... 오유인줄 알았던 커뮤니티는 아고라였고, 아고라에서 그의 아이디를 생각해내기 위해 머리를 짜내기 시작했다. 생각나지 않았다. 무슨 나그네였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온갖 떠오르는 키워드들을 쑤셔 넣고 찾았다....1시간 정도 검색 후 겨우 찾아내었다. 2014년 2월의 일이었으니 이것 역시 4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가르치려 드는 **일보의 향기가 났고, 주작임이 뻔히 보였다. 댓글에도 그런말들이 있는 걸 보니..... 내가 순진했었나보다. 이 주작 휴먼스토리를 진짜라고 생각하며 읽었다니. 물론 얼마 전에 데이비드 레터맨 쇼에서 제이지가 힙합전사들이 자전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사람들이 생각하지만 다 거짓말이라고 하더라. 다 만들어내는거지. 그러니 내가 이 사람이 50살같은 마인드라고 느꼈던 게 맞았던 것일 수 있다. 왜냐면 당시 37살이면 나랑도 나이 차이가 거의 안나는데....
오늘의 결론, 종합.
이 아고라맨은 최소 50살인데 인쇄소 비슷한 곳에서 일하고 있고, 싱글인 것은 맞을 것이다. 주변에 40살쯤 된 돌싱 남자 모델이 있을 것이다. 돌싱여성들을 만나는 이야기들도 많고, 육체노동을 한다면서 위험도가 높은 직군이라 페이는 좋은 편이라며 파출부가 집에 오기도 한다. 그건 모텔에 살기 때문에 주인집 여자와의 대화일 수도 있다. 모텔에 살면서 매일 이야기거리를 하나씩 생각해낸다. 사람들의 관심받음(아고라게시판의 팔로워같은 기능)을 즐기며 인터넷 커뮤니티에 심취해있다. 겸손하게 자신이 육체노동자라 말하면서도 늘 지적 허세를 부린다. 동정 가는 캐릭터를 만든거다. 늘 돌싱여성들이나 노처녀들 소개팅을 하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는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라 떠밀려서 하는 것이고, 자신은 여성보다는 아이가 더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남의 집 4살짜리 여자애를 씻겨주기도 한다. (소름) 어느 날 그는 살해당한다. 경찰들이 모텔에 갔을 때 피고인으로 보일만한 사람을 찾기 위해 증거물을 찾는데 1회용 카메라가 나온다. 그곳에는 한장의 사진이 있는데 모텔 침대 위에서 런닝을 입은 그의 셀카 사진이었다........ 라고 한번 두개를 엮어본다.
왜 늘 기억을 찾고 싶어서 이렇게 난리인가..?
기억력이 좋았다면 2시간만에 끝났을 일을..... 🙄
메멘토를 한번 봐야겠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그에 대한 질문을 한 것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