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상식] 지금까지 얻은 가상화폐 수익에 대하여 소급하여 과세할 수 있을까?

in #kr-law7 years ago (edited)

가상화폐와 소급과세 금지원칙

DQmbzku7cVjhHSEwKGW2FtNWXuKXrQ7dL9VKerscPPGLRQ3.jpg

안녕하세요. 정부 가상화폐 TF에서 가상화폐로 얻은 수익에 대하여 거래소별 이익과 손실을 통산하여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다만 세법개정 및 과세인프라 구축을 감안하면 연내 과세는 어려운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결국 이르면 내년부터 세법 개정을 통해 가상화폐 수익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되는데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가상화폐 거래로 얻은 수익에 대해서 내년도에 소급하여 과세할 수 있을까요?

관련하여 국세기본법은 다음과 같이 소급과세 금지원칙을 규정하고 있고, 헌법에도 유사한 취지의 규정이 있습니다.


국세기본법 제18조(세법 해석의 기준 및 소급과세의 금지)
② 국세를 납부할 의무(세법에 징수의무자가 따로 규정되어 있는 국세의 경우에는 이를 징수하여 납부할 의무. 이하 같다)가 성립한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에 대해서는 그 성립 후의 새로운 세법에 따라 소급하여 과세하지 아니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3조 ②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소급입법에 의한 과세는 원칙적으로 위헌입니다. 우리 법원은 그 논거로 신뢰보호와 법적안정성을 들고 있습니다. 세금이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는 납세자의 합리적 기대와 정당한 신뢰는 배반할 수 없으며, 만일 소급과세를 통해 이와 같은 신뢰를 침해한다면 법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가 야기된다는 것입니다. 언제든 소급하여 과세할 수 있다면 현재 시행되는 법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법을 지키는 사람만 바보가 되겠죠..


소급입법이 허용되는 예외적인 경우


이와 같이 기존의 법에 의하여 형성되어 이미 굳어진 개인의 법적 지위를 사후입법을 통하여 박탈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진정소급입법은 개인의 신뢰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내용으로 하는 법치국가원리에 의하여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헌법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우리 법원은 ① 일반적으로 국민이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었거나 ② 법적 상태가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워 보호할 만한 신뢰이익이 적은 경우와 ③소급입법에 의한 당사자의 손실이 없거나 아주 경미한 경우 그리고 ④ 신뢰보호의 요청에 우선하는 심히 중대한 공익상의 사유가 소급입법을 정당화하는 경우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 진정소급입법이 허용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예외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쉽지 않고 인정된 사례도 많지 않습니다.

한편, 이미 완결된 소득이나 수익이 아니라 "현재 진행중인 행위 또는 사실"에 대하여 새롭게 과세물건으로 삼거나 납세의무를 가중하는 입법에 의하여 소급하여 과세하는 이른바 부진정 소급입법은 원칙적으로 허용되며, 다만 신뢰보호의 관점이 입법자의 형성권에 제한을 가하게 됩니다(94헌바12).

결국 가상화폐 거래에 대하여, 이미 실현된 양도차익에 대하여 과세하는 것은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므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헌법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하는 것이며, 다만 "아직 실현되지 않은" 차익에 대하여 새로운 입법에 의하여 소급하여 과세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실제 상장주식에 대하여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을 때 이것이 문제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사건


1999년부터 상장주식의 양도에 대해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도록 법령이 개정되었는데, 이미 취득한 주식이라 하더라도 위 법률 개정 이후 양도한 주식이라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구 소득세법 부칙
제1조(시행일)이 법은 1999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
제3조(양도소득세에 관한 적용례)이 법 중 양도소득에 관한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후 최초로 양도하는 분부터 적용한다.


위 규정에 따라 1995년에 취득하여 가지고 있던 주식을 1999년 이후 양도한 대주주 A씨는 양도소득세를 납부하게 되었고, 이에 위 조항이 소급과세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라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하였습니다.

청구인 주장


A씨 주장의 요지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이 사건 법률조항의 시행으로 인하여 1999년부터 상장주식의 양도에 대해 양도소득세가 부과되게 되었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동 규정 시행 전에 이미 취득한 주식의 양도차익 전부에 대하여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어서 이미 성립된 주식의 가치상승분에 대하여도 소급과세를 하는 것이므로,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을 금지한 헌법 제13조 제2항에 위반된다.

(2) 또한, 청구인으로서는 최소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되기 이전까지의 기간에 대한 시세차익 상당의 이득은 과세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기대는 법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을 시행하면서 보유기간의 장단에 따른 차등과세나 명목소득 제거를 위한 인플레이션의 조정도 없이 청구인이 얻게 되는 모든 이득에 대하여 과세를 하는 것은 심히 부당하며, 이 사건 법률조항 시행 전에 주식을 처분한 자와 비교할 때 형평에 반하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청구인은 이 사건 주식양도로 얻은 이익을 변칙증여나 부당한 부의 축적에 사용한 것이 아니고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자금으로 사용하였으므로 더욱 그러하다.

(3)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개인의 신뢰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내용으로 하는 법치국가원리에 위배되며 재산권 보장에 관한 헌법 제23조 제1항에 위반된다.


어떠신가요? A씨의 억울한 마음도 이해가 가는데요.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


(1) 소급입법은, 신법이 이미 종료된 사실관계에 작용하는지(과거에 완성된 사실 또는 법률관계를 규율대상으로 하는지), 아니면 과거에 시작되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아니하고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사실관계에 작용하는지에 따라 ‘진정소급입법’과 ‘부진정소급입법’으로 구분되고, 전자는 헌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인 반면, 후자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만 소급효를 요구하는 공익상의 사유와 신뢰보호의 요청 사이의 교량과정에서 신뢰보호의 관점이 입법자의 형성권에 제한을 가하게 된다(헌재 1995. 10. 26. 94헌바12, 판례집 7-2, 447, 457-459; 헌재 2001. 4. 26. 99헌바55, 판례집 13-1, 869, 884 참조).

(2) 이 사건 법률조항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시행 전에 이미 양도되어 과세요건이 완성된 주식양도에 대하여 소급하여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의 시행 후에 양도된 주식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므로, 이는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3)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종래의 법적 상태의 존속을 신뢰한 상장주식 소유자에 대한 신뢰보호의 문제를 발생시킬 뿐,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을 금지한 헌법 제13조 제2항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즉, 그 시행 전에 이미 양도되어 과세요건이 완성된 주식양도에 대하여 소급하여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면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겠지만,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시행 후에 양도된 주식에 대하여 적용되는 부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므로 신뢰보호원칙을 크게 침해하지 않는 한 합헌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A씨는 언제든 상장주식에 대한 과세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그러한 신뢰는 보호할만한 가치가 크지 않다고 판단, 신뢰보호원칙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신설 전에 원칙적으로 상장주식을 양도소득세의 과세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것은, 상장주식의 양도소득을 과세대상으로 삼을 경우 투자위축으로 인한 자본시장의 침체 등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것을 염려한 입법자가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정책적 측면을 중시한 데 주된 이유가 있으므로, 그러한 입법자의 선택은 장래의 변화를 전제로 한 잠정적인 성격이 강하다. 다시 말하면, 사회적·경제적 상황이 변화하여 상장주식의 양도에 대하여 양도소득세를 과세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는 시기가 다가오면 언제든지 상장주식에 대한 과세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상장주식을 과세대상으로 하지 않는 소득세법이 장래에도 변함없이 유지되리라는 기대 내지 신뢰는 그만큼 약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동안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과세를 부동산과다보유 법인의 대주주 주식 등 제한된 범위에 한정하다가 비상장주식과 상장주식을 차례로 과세범위에 포함시켰고 아울러 상장주식에 대한 구체적인 과세의 범위도 점차 넓히는 등 그 과세대상을 꾸준히 확대해 온 소득세법의 변천과정에 비추어 보아도, 상장주식의 과세대상화로 인하여 손상된 청구인의 신뢰이익의 가치나 손상정도는 중하다고 할 수 없다(2003. 4. 24. 2002헌바9 전원재판부) .


한 줄 요약


가상화폐 거래를 통하여 이미 실현된 양도소득에 대하여 내년도 법률개정을 통해 소급과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헌법에 위반됩니다. 다만, 이미 보유하고 있는 가상화폐를 개정법률 시행 이후 양도하는 분에 대하여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간과세와 부진정소급입법 및 사업소득 해당여부와 관련하여 추가적인 쟁점이 있으나, 논의의 편의상 생략하였습니다).

Sort:  
@lawyergt님 안녕하세요. 하니 입니다. @mastertri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렇다면...고수익을 올린 사람의 경우는 18년 12월 31일까지 모두 현금화 해서 출금 완료한 후 1월 1일 다시 입금하여 거래 하면 올해 까지의 수익에 대한 세금은 전혀 없겠군요.

만약 예를 들어 10년전에 외국에 거주할때 채굴을 했던 비트코인이 작년 시세로 10억 정도였는데 이걸 타 코인으로 전환해서 10배의 수익을 올려 현재 100억원이 되었습니다.
이 자금으로 50억짜리 집을 매입하고 10억짜리 스포츠카를 구매하고
부모님과 자식들에게 각각 10억씩 주었을 경우 자금 출처에 대한 조사가 들어올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채굴시 장비 구입비, 해외에서 사용한 전기요금, 운영유지비, 인건비 등등은 어떻게 산정해야 하며 외국거래소를 통해 갈아탄 코인에 대한 수익증빙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 거래소가 만약 마운스곡스였다면 거래기록 확보도 쉽지 않을텐데요.
현행법상 어떻게 처리가 되는지, 만약 현행법상 어렵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 가능성이 높은지 고견 부탁드립니다.

Hi! I am a robot. I just upvoted you! I found similar content that readers might be interested in:
https://casenote.kr/%ED%97%8C%EB%B2%95%EC%9E%AC%ED%8C%90%EC%86%8C/2002%ED%97%8C%EB%B0%949

너무 어려울 글을 한번에 요약해주시는 센스 너무 감사드립니다 .. ㅠㅠ
좋은 정보 감사드려요!!

감사합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잘 정리해 주셔서 잘 보았습니다~ : ) @홍보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말 궁금했던 내용인데 덕분에 많이 알게됐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연말 이전에 모든 코인을 매도하고 재매수하면 세금이 없을꺼같네요.. 매수가격도 기록이 남으니 다음해에 세금낼때도 차익에 대해서만 낼꺼같구요...
이렇게 되면 좋을꺼같은데...

아니면 금년에 매도하고 내년에 재매수를 해야되는걸까요?... 그럼 폭락인데...

아직 어렵네요..

잘 봤습니다.

정확한 유추해석 감사드립니다.

조목 조목 알기 쉽게 설명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