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É-TASSE LAIT&CAFÉ DES TERRES ROUGES D'ÉTHIOPHIE
카페타스의 "Thé ou café?" 시리즈 중 두 번째로 이것에 트라이해 보았다. 이것은 일전에 트라이한 얼그레이와 달리 밀크초콜릿에 커피가루가 혼입된 제품이라, 케이스에 커피콩과 커피나무가 그려져 있다. 나의 짧은 프랑스어로 우유&커피까지는 해독이 가능했지만, 그 아래 길게 쓰인 것은 뭔가 하고 번역기를 돌렸더니 "Red Earths from Ethiopia" 라는 뜻이라고 한다. 뭔가 제조사측에서 테라로사스러운 감성을 표현하고 싶었던 듯 한데, 하필 커피가루를 넣은 데다 흙 얘기를 하니 초콜릿이 아닌 흙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다소 미묘하구마..
먹기 직전에 이런 미묘한 기분이 되긴 했어도, 맛 자체는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입에 넣기 전에는 초콜릿향 외에 크게 느껴지는 것이 없었지만, 입에 넣은 직후부터 진한 커피향이 확 퍼지고 그 뒤에 까슬한 커피가루가 섞인 밀크초콜릿의 맛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나는 사실 카페인 때문에 커피를 못 마시는 데다 커피의 맛이란 것을 거의 이해하지도 못하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커피 향만은 좋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조합이 꽤 마음에 드는 것 같다. 또 이것이 만약 다크초콜릿을 베이스로 했다면 커피의 향(강함)과 카카오의 맛(강함) 사이의 밸런스를 설정하기가 까다로웠을 것 같았지만, 여기서는 다행히 카카오의 강함을 밀크로 중화시켜서인지 그러한 모종의 조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듯한 느낌이었다. 또 그러면서도 우유맛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은 데다 우유의 잔향을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커피가루가 잡아주는 느낌이어서, 우유의 텁텁한 맛이 전혀 남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것 이전에 먹었던 얼그레이에 비해 마음에 드는 점이 있다면, 초콜릿 안에 혼입된 얼그레이 잎보다 커피가루의 입자가 더 작아서 이것이 훨씬 입안에 고통을 덜 준다는 점인 것 같다. 굳이 비교하자면 이것은 얼그레이보다는 몇 년 전에 먹었던 카페타스의 lait noisettes에 들어 있던 잘게 갈린 헤이즐넛에 훨씬 더 가까운 느낌인 듯하다. 또 우유의 탓인지 아니면 그저 기분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얼그레이보다 위장에서 느끼는 카페인의 임팩트가 좀 덜한 느낌인 것도 같다.
전반적으로 밀크초콜릿인 것 치고 달지 않은 편이면서, 커피와 우유와 카카오가 잘 조화된 느낌이 인상적인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이 정도라고 느꼈다면, 아마 커피 애호가 또는 중독자들에게는 그에 비할 수 없이 더 선호도가 높을 듯한 느낌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쯤은 먹어보라고 추천할 만한 제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