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투자 한 달의 기록
나는 2017년 11월 27일 처음 비트코인을 구입했다. 비트코인과 몇몇 알트코인에 1,000만 원을 투자했다. 대략 한 달이 지났다. 12월 21일 오후 1시 현재 자산평가금액은 1,970만 원이다. 100%에 육박하는 수익률이다. 그런데 '무려' 100%인지 '겨우' 100%인지 헷갈린다.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는 만큼 그 어리석음도 끝이 없다. 나는 욕심을 부렸다기 보다는 어리석었다. 돌이켜보건대, '겨우' 100%라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지난여름부터 책을 읽으며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공부했다. 나름의 확신이 생겼다. 그럼에도 11월 27일에야 첫 투자를 하게 된 건 순전히 내가 게을렀기 때문이다. 처음 구입했던 비트코인 가격을 그 뒤로 아직까지 구경하지 못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겠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정말 늦었긴 했지만 최악은 피했다. 하지만 이후 나는 차악과 차차악, 차차차악들을 순서대로 선택해나갔다. 지난 한 달을 돌아보며 초보 투자자로서의 마음을 다져보고 싶어 이 글을 쓴다.
많은 ‘스튜핏’과 적은 ‘그뤠잇’
정말로 수많은 삽질을 했다. 비트코인 캐시를 180만 원에 사서 열흘 버티다가 181만 원에 팔았다.(지금 460만 원) 이더리움을 54만 원에 사서 역시 열흘 정도 버티다가 55만 원에 부분매도했다.(지금 106만 원) 리플을 277원에 사서 며칠 뒤 287원에 팔았다. (지금 1,100원)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하면서도 100%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던 건 순전히 처음 샀던 비트코인을 아직도 쥐고 있기 때문이고, 분할매도했던 이더리움을 몇 개 남겨뒀기 때문이다.
아찔했던 경험도 있다. 미친 듯이 치솟던 비트코인이 2,500만 원을 치고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추락을 거듭하던 12월 초, 나 역시 패닉셀 대열에 합류할 뻔했다. 2,200에서 끝날 거야, 2,100 선은 막겠지, 2,000이 무너지진 않겠지, 설마 1,900일까, 1,800 밑은 위험해... 하다가 1,400만 원에 도달했을 때, 나는 지금까지 얻은 수익만 챙기고 튀어야 할까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다행히 추락만큼 회복도 빨랐다. 며칠째 보합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리 나빠 보이진 않는다.
잘한 일도 있었다. 내 돈을 때려박아놓으니 틈틈이 공부를 안 할 수 없었다. 여기저기 정보를 찾다가 스팀잇에 흘러들었다.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지만 짧은 시간 다양한 알트코인을 알았다. 내가 퀀텀을 선택한 건 참 잘한 일이라고 느껴진다. 12월 초 퀀텀을 만4천 원에 샀고 역시 열흘 뒤 3만4천 원에 부분매도하는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지만 들고 있던 나머지가 효자 노릇을 했다.(지금 7만 6천 원) 아이오타 역시 가능성이 있는 코인이라 생각했고 12월 중순부터 투자했다. 이미 크게 올랐다가 떨어진 적이 있지만 분명 머지않아 사람들은 다시 그 진가를 알게 될 것이라고, 혼자 기대한다.
여전히 비트코인을 이야기하면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다. 21세기 튤립버블, 사기, 검은돈, 김정은(?), 카지노... 비트코인이란 화제가 테이블 위에 오르면 대개 이런 단어들이 등장한다. 특히 요즘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은 "블록체인이 중요한 기술인 건 알겠어. 하지만 비트코인은 아니야"라는 말이다. 나는 반문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암호화폐에 투자하는가?
블록체인은 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노드들이 늘어날수록 더욱 강력해지는 특성을 가진다. 비트코인은 가장 먼저 등장한 블록체인이며 이미 전 세계 슈퍼컴퓨터 1위부터 500위까지를 전부 더한 것보다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갖고 있다. 아이슬란드의 빙하지대부터 강원도 어느 산골짜기의 모텔 지하에까지, 비트코인의 네트워크는 전 지구상에 퍼져있다. (비록 중국에 많이 있긴 하지만) 이 네트워크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적어도 비트코인 회의론자들이 말하는 '0원'은 아니지 않을까. 나는 이 네트워크의 가치가 단지 시가총액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비트코인의 이데올로기에 투자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아나키즘을 꿈꾼다. 존 레논의 노래처럼, 국경도, 전쟁도, 종교도 없는 세상이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은 쉽지만 그런 세상을 만들어나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나키즘은 그저 몽상이다. 내가 아나키즘에 약간의 매력을 느끼던 시절 로버트 노직의 책 '아나키, 국가 그리고 유토피아'를 읽었다. 책은 아나키즘에 매력을 느끼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최소국가'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철학책답게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는 잘 이해되지 않았다. 협회, 극소국가 어쩌고 하는 말들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런데 블록체인을 공부하다 보니 노직이 제시한 최소국가가 다시 떠올랐다. 이더리움의 스마트계약, 에이다의 헌법은 폭력적 권위를 지닌 국가를 대체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아닐까? 연결된 모든 것이 서로를 신뢰할 수 있다면 미래의 기업은, 미래의 국가는 어떤 모습일까? 여전히 알 수 없지만 블록체인 덕분에 우리는 희미하게나마 최소국가, 더 나아가 아나키의 형상을 그려볼 수 있게 됐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기술의 진보는 그 상상을 하나씩 실현시킨다. 이것은 화폐 그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비트코인의 이데올로기에 투자한다. (그렇다고 수익에 관심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탈중앙집권화, 분산화, 개인들의 자유로운 경제행위, 신뢰할만한 제3자가 필요 없는 새로운 시장, 더 투명하고, 더 안전하고, 더 가까워지는 세계. 이런 미래를 생각하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 물론 '주식과 사랑에 빠지지 마라'는 충고는 암호화폐 시장에도 적용될 것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사랑하지 않기엔 너무도 매력적인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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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읽고 갑니다. 투자는 확신없이하면 안되겠지요. 전 자본금이 낮아서 돈은 크지 않지만 그러거보면 장투하는게 큰 돈이 되는것 같네요 ^^
감사합니다. 저의 스팀잇 첫 글에 첫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저도 장투가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얼마나 장투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또 시작되겠죠. 성투하시길 빕니다.
전 가난뱅이라 그냥 묻어놓고있습니다.... 가끔 치킨이나 사먹고있죠 ㅠㅠㅋ
성투하시길 바랍니다
대단한 투자일지 잘 봤습니다!!ㅎㅎ 너무나 재밌게 읽어 내려왔습니다. 퀀텀이 대박이시네요^^ 저는 투자금액이 없어 많은 투자는 못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에 매료되었습니다. 저는 스팀이 SMT의 주축이 되는 그 날이 너무나 기다려지네요ㅎㅎ
재밌게 읽으셨다니 기분이 좋네요^^ 저도 아주 큰 돈을 굴리는 건 아니지만 돈 버는 거에 신경쓰는 만큼 기술에도 관심을 가지려 애쓰고 있습니다. 스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는데 열심히 배워나가려고 합니다.
동의 하는 글입니다. 실제로 대중이 사용하고, 그들 위한 테크놀로지가 드디어 나왔다,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이 기술의 미래가 매우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그렇죠 사랑하지 않기엔 너무 매력적입니다. 스티밋도 그런것 같습니다. ^.^;;
스티밋은 사랑하기로 했습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