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짜 쓰고 싶은가?

in #kr-newbie7 years ago (edited)

나는 지금 글쓰기 모임을 나가고 있다. 내가 운영하는 게 아니라, 참가자로 참여하고 있다. 나는 글 쓰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다. 글을 쓰고 돈을 받는다. 글을 쓰는데 있어서 나는 프로인 셈이다.

모임의 운영자들은 전부 아마추어다. 글쓰기가 본업이 아니다. 그런데 그들은 글쓰기에 열정적이다. 나름의 철학과 방식을 가지고 접근한다. 결정적으로 글을 잘 쓴다. 그들 중에는 베스트셀러 작가도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또래 친구들보다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글쓰기에도 제법 소질이 있었던 모양이다. 중학교 때에는 내가 쓴 시나 수필이 교내 경시대회에 입상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가장 좋아하는 과목도 언어영역이다. 특히 문학 분야를 좋아했다. 시험 성적도 괜찮았다. 대학에서는 법학을 전공했는데, 군 제대 후 국문학을 복수 전공했다.

졸업 후 나는 언론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햇수로 10년이 넘었다. 중간에 몇 년간 다른 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관련 업계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이쪽 업계에 입문한 이후 줄곧 글쓰기에 대해 고민했다. 글 잘 쓰는 동료를 보면 위축되기도 했다. 선수들 사이에서 나의 재능은 특별하지 않았다.

나는 기자다. 사실 따지고 보면 기사에는 별게 없을 수도 있다. 어떤 사안을 볼 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왜 그런지, 어떤 의미인지 호기심을 갖는다. 그리고 유의미한 해석으로 풀이될 수 있는 자료를 찾는다. 통계 수치가 될 수도 있고, 구체적인 사례나 제보, 증언일 수도 있다. 이것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글로 풀어낸다. 글을 읽는 독자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최종적으로 그 견해에 신뢰를 더해줄 전문가나 관계자의 의견과 코멘트를 추가한다.

그런데 이것이 여간 귀찮은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소홀히 하기 쉽다. 적당히 넘어가고 싶은 유혹에 굴복하면서 ‘오보’를 내거나 ‘소설’을 쓰게 된다.

사적인 글을 쓸 때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좋은 글을 쓰려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손도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든다. 결코 재밌지만은 않은 과정이다.

때로는 이런 과정들이 너무나 귀찮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진짜 쓰고 싶은 걸까? 아니면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걸까?’ 지난번 글쓰기 모임을 통해 ‘글을 쓰는 것’이 내 삶의 우선순위에서 많이 밀려있다는 것을 알았다. 때문에 내 안에서 발현된 ‘쓰고 싶다’는 욕망이 그저 학습된 욕망인지도 모르겠다는 의심이 들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부끄러움이 느껴진다. 나는 내가 쓴 글을 나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내 글에 대한 외부의 평가를 나에 대한 평가로 여긴다. 그래서 글쓰기가 더 힘들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글쓰기 모임은 나에게 두 번째다. 지난번에는 별다른 목표를 가지고 모임을 시작하지 않았었다. 이번 차수를 통해서는 글쓰기라는 행위가 내 삶에서 즐거운 놀이이자 위로의 도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쓰기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 되어주라(오글오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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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할지를 고민하고 고심하고
그리고 나온 결론

글쓰기라는 행위가 내 삶에서 즐거운 놀이이자 위로의 도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라는 소망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멋지십니다..
한때는 시인이 꿈이였는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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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 저도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공감이 되는 글 같아서 댓글을 남겨요. 부디 즐겁게 글을 쓰시길 바래요.

글 잘쓰는 분들이 부럽습니다 종종 찾아뵐께요~

저도 한때 책읽는걸 좋아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점점 멀어지는거 같네요. 좋아하던것도 직업이 되면 의무적으로 바뀌면서 많은 생각이 드는것 같아요. 과연 내가 좋아하던 그 때 그기분으로 일할수 있을까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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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즐거운 놀이가 되는 과정 꼭 보여주세요. 화이팅!

안녕하세요~ 좋은 글 읽고 댓글 남겨요. 저 또한 내 안의 '쓰고 싶다'는 욕망이 어디서부터 온 건지 고민하는 시간 보내고 있습니다. o-pen님의 일로서의 글쓰기와 사적인 글쓰기 모두 응원하겠습니다~!

긴 글을 적었다가, 모두 지우고 두 단어만 남겨봅니다.

글을 쓴다.

멋있으세요.. 저도 글을 잘쓰고싶은데ㅎㅎ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아마추어로 글쓰고 싶어하는 제게는 생각할게 많은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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