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방위)대 이야기 6] - 할머니와 리모컨

in #kr-newbie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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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안폴(@sha135)입니다.

설 연휴도 어느덪 마지막 날이네요.
내일부터는 또 일상으로의 복귀입니다.
아, 물론 전 이미 복귀했습니다.^^

명절에는 많은 즐거움이 있지만,
요즘처럼 스마트 폰이나 인터넷이 발전하기 전이었던 어린시절에는 무엇보다 TV로 재미난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었던 이유로 명절을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머털도사, 독고탁, 하니’
‘성룡 영화’
‘외국인 장기자랑’
‘씨름대회’

명절과 이 단어들이 함께 떠오르신다면 대략 저와 비슷한 나이를 가지신 분들일 것 같습니다.^^

이번 설에는 30년만에 올림픽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관계로 온 가족이 모여 열심히 응원했습니다.

차례지내고 함께 식사하면서 스켈레톤에서 윤성빈 선수가 금매달을 따는 모습을 함께하면서 오랜만에 TV로 대동단결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명절과 TV이야기를 하다보니 떠오르는 일이 있습니다.

작년 추석 즈음에 있었던 일입니다.

할머니 한 분이 조심스레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십니다.
무슨 일로 오셨냐는 질문에 제대로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고 머뭇거리십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동료가 묻습니다.

‘할머니, 무슨일인지 말씀을 하셔야 도와드리지요.’

‘그게... 집에 일이 좀 있어서...’

‘일이요? 누가 할머니를 괴롭히나요? 아님 도둑이라도 든 겁니까?’

‘그게 아니라... 집에 텔레비가 안나와요...’

역시나 머뭇거리는 할머니를 어의없다는 표정으로 동료가 바라봅니다. TV가 고장났는지 화면이 안 나온다는 이유로 찾아오신 것이었습니다.

‘할머니, TV가 고장났으면 서비스센터를 찾아가셔야지 여기로 오시면 어떡해요. 여기 뭐하는 곳인지 모르세요?’

막 그 이야기를 꺼내던 동료는 서비스센터 위치를 알려드리겠다며 할머니의 TV 브랜드를 묻다가 마침 들어온 신고 출동으로 사무실을 뛰쳐나갔습니다.

여전히 머뭇거리시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시는 할머니를 따라나가 물었습니다.
집에 다른 가족이 없다는 할머니 이야기에 일단 함께 집으로 가 보기로 했습니다.

사무실에서 200여 미터 떨어진 할머니 집으로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별하신지 20년이 다 되어가고,
자식들과도 연락이 끊기고,
요즘에는 몸이 안좋아 폐지 줍는 일도 쉬면서 유일한 낙이 집에서 TV보는 것인데,
아침부터 갑자기 TV가 나오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찾아오셨다고 했습니다.

제 할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열 네살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할머니 손에 자란 탓에 할머니에 대한 애뜻한 마음이 큽니다.
돌아가시기 전 몇 년간 치매로 집에서 늘 TV만 보시던 할머니가 떠올라 아련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간 집은 혼자 지내시는 단촐한 주택가 셋방이었습니다.
자그마한 브라운관 TV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하려다가 행여나 하는 마음에 리모컨을 달라고 해서 전원을 켜 봤습니다.

분명 전원은 들어오는데 TV화면은 그냥 까맣네요.

혹시..
하고 버튼 하나를 눌러봅니다.

역시...
TV를 먹통으로 만든 범인을 잡았습니다.

범인은 바로...
‘외부입력’ 버튼 이었습니다.

티비를 켜고,
채널을 돌리고(사실 할머니의 티비는 지상파 방송만 나왔습니다.),
음량을 키우거나 낮추고,

할머니가 TV를 사용하는 모든 기능이었는데 아침에 실수로 외부입력 버튼을 누르시고는 도무지 다시 되돌릴 방법을 찾지 못하셨나 봅니다.

할머니에게 이런 이유를 설명드리고,
다시 이렇게 되면 뭘 눌러야 하는지 알려드리고,
차라리 다시 외부입력 버튼이 눌러지지 않도록 테이프를 찾아 붙여버렸습니다.

고맙다고 연신 고개를 숙이시는 할머니가 꺼내 주신 요쿠르트 한 병을 홀짝 마시고 돌아왔습니다.

명절..
텔레비젼..

저한테 이 두가지가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던 건,
함께한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누군가에겐 함께할 수 있는 많은 추억의 한 가지가,
누군가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유일한 일상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즐거운 추억 한조각 채워나가는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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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마무리 잘 하시구요.
팔로우 하고 갑니다.ㅎ

감사합니다^^
연휴 마무리 잘 하세요~^^

진짜 상냥하시네요.
복 받으실거에요!!

남을 돕는 일을 하면서 월급받는 것,
제가 이 일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명언이네요~! 우와~

일상으로의 복귀가 머지 않았단 사실이 정말 싫어요 ㅠㅠ 좀 더 쉬고 싶습니다 ㅠㅠ 흐윽..ㅠㅠ

월요일이지만..
힘내세요!!

아직 새 글이 없어 여기에 다시 씁니당~
오늘 7일간의 흑백사진 챌린지에 @sha135 님을 지명했습니다. 어떤 흑백풍경이 담길지 기대됩니다^^ 화이팅!

와우^^
일단 사진부터 찍으러 나가야겠어요^^

리모컨,,, 아이디어네요. ^^
아~~~ 어린시절 봤던 독고탁이 생각나네요.

저랑 나이가 비슷하신듯 싶습니다 ㅎㅎ

헛,,, 제 나이도 아시다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