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눈이 떠졌다
늦은 저녁 쥐포를 주워먹어서인가.
내가 참 재수없어하는 놈이랑 비슷하게 손등이 탄 사람을 봤다. 그는 비열하지도 꽉 막히지도 겁장이도 아니었다.
멋지고 용감하고 순수하고 온 열정으로 삶을 사는 것 처럼 보였다.
아주 늦은 밤 눈이 떠졌다.
세상을 향해 감은 눈이 조금 떠졌다.
내가 감은 것이지 세상은 언제나처럼
알록달록 형형색색 아름다웠다.
내 속에 꿈이 빛나던 때나 아니나
혼자서 문을 닫은 것이지
세상 구석구석에 반짝거리는 사람들이
숨겨져있다.
물론 그들을 알아보기란
그 곁에 머물기란 더 어렵지만
그들은 여전히 말갛게 반짝였다.
다시 용기가 조금 드는 것 같았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될 용기
지금은 잊었지만
문득 떠오르는 그 추억들은
그때에는 분명 총천연색이었을 거다.
그래서 눈을 뗄수 없었던 거다.
좋은 그림을 작품을 만나는 건
좋은 음악을 찾는 것 보다 어렵다.
좋은 그림에는 사랑을 느낄 수 있고
편안하고 자유로움이 깃들어 있다.
아님... 대중적인 그림인 건가...
여튼 내가 머물고 깊은 곳은
봄볕같은 푹신한 소파위지
빗물에 푹 젖은 허허벌판은 아니니까
내일은 늦은 저녁에 평소처럼 아무것도 먹지 않을 거다.
속이 많이 아프다.
뜨거운 열정을 쏟아부었던 곳은
다시 만지기도 어려울 만큼
그렇다...
나중에 나중에 하며
덮어버린 열정상자에
불을 켜고 보면 또 너무나 알록달록할까봐
마음을 빼앗길까봐
손으로 거친 종이질감을 만져본다.
두툼하고 쓰다듬으면 거친 소리가 나는
수채화용지
물을 머금은 붓 머리 물감을
스윽- 빨아들이던 비싼 수제 종이
붓을 휘갈기시던 멋진 작가 선생님
음... 이분이 대가다... 싶었던
그 멋진 청년의 말처럼
삶은 참 짧다.
오늘도 난 한정된 시간 속에서
꼭 해야할 일을 하다가 잠들것이다.
좋아하는 책을 코앞에 두고도
일이나 공부를 하다가 잠들어야겠지.
좋아하는 건 먼저해야겠다.
그래야 한밤중에 이렇게 일어나진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