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날한시 #18] “하늘” / 임화
하늘
임화
감이 붉은 시골 가을이
아득히 푸른 하늘에 놀 같은
미결사의 가을 해가 밤보다도 길다.
갔다가 오고, 왔다가 가고,
한 간 좁은 방 벽은 두터워,
높은 들창 가에
하늘은 어린애처럼 찰락거리는 바다
나의 생각고 궁리하던 이것저것을,
다 너의 물결 위에 실어,
구름이 흐르는 곳으로 띄워볼까!
동해바닷가에 작은 촌은,
어머니가 있는 내 고향이고,
한강물이 숭얼대는
영등포 붉은 언덕은,
목숨을 바쳤던 나의 전장.
오늘도 연기는
구름보다 높고,
누구이고 청년이 몇,
너무나 좁은 하늘을
넓은 희망의 눈동자 속 깊이
호수처럼 담으리라.
벌리는 팔이 아무리 좁아도,
오오! 하늘보다 너른 나의 바다.
| 창작일자: 193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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