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날한시 #21] “꽃에 물 주는 뜻은” / 오일도
꽃에 물 주는 뜻은
오일도
꽃물 주는 뜻은
봄 오거던 꽃 피라는 말입니다.
남들이 말합니다.
마른 이 땅 위에 어이 꽃 필까
그러나 나는 뜰에 나가서
꽃에 물을 줍니다.
자모(慈母)의 봄바람이 불어 오거든
보옵소서 담뿍 저 가지에 피는 붉은 꽃을
한 포기 작은 꽃에
물 주는 뜻은
여름 오거든 잎 자라라는 탓입니다.
남들이 말하기를 ―
가을 오거든 열매 맺으라는 탓입니다.
남들이 말하기를
돌과 모래 위에 어이 열매 맺을까
그러나 나는
꽃에 물을 줍니다.
황금(黃金)의 가을 볕 쪼일 제
보옵소, 저 가지에 익어 달린 누런 열매를.
페라운 이 땅 위에 어이 잎 자라날까
그러나 나는 날마다 쉬지 않고
꽃에 물을 줍니다.
여름 하늘 젖비가 나리거든
보옵소, 가득 저 가지에 피는 푸른 잎을.
한 포기 작은 꽃에
물 주는 뜻은
한 포기 작은 꽃에
물 주는 뜻은
님의 마음을 아니 어기랴는 탓입니다.
꽃 필 때에는 안 오셨으나
잎 필 때에도 안 오셨으나
열매 맺을 때에야 설마 아니 오실까.
오늘도 나는 뜰에 나가서
물을 줍니다. 꽃에 물을 줍니다.
| 창작일자: 193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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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오일도(오희병)
작가설명: 1901년 2월 24일 경북 영양군 출생;1922년 제일고보 졸업;1923년 도일;1929년 릿쿄오 대학 철학부 졸업;1925년 시 <한가람 백사장에서>를 <조선문단>에 발표하여 문단 데뷔;1932년 근화학교에 1년간 교사로 근무;1935년 시 전문지 <시원>을 간행;1946년 2월 28일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