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심리학사에서 한국 심리학석사까지 6년의 기록 #1
올해 28살,
진로 고민이 많은 요즘. 나는 어쩌다가 심리학을 전공했고 28살까지 공부를 했는지... 문득, 내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며 정리하는 건 어떨까? 싶어서 블로그에 글을 써봐야겠다.
1. 2009년 고3, 호주로 유학 가길 결심하다.
(백남준 아트센터 현장 견학)
내가 다녔던 학교는 경기도에서 알아주는 명문고라고 했다. 나는 부모님의 권유로 강제적으로 이 학교에 전학을 왔다.. 집에서 5분 거리의 학교가 있음에도 1시간이 넘는 거리를 통학했다. 1시간을 넘게 통학하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많이 부족했다(핑계 1). 중학교에서 전교권에 들던 애들이 오는 학교라 그런지 역시나 내신을 따는 게 너무 힘들었다. 지방에서 나도 공부 못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수도권 학교 애들이랑 지방은 역시나 수준 차이가 너무 컸다(핑계 2). 고2 겨울 방학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3주 동안 입원하고 1달 동안 쉬었다... 고3 넘어가는 제일 중요한 방학에서 학교를 못 나가고 공부를 못한다는 것은 큰 타격이었다 (핑계 3). 그때 한창 수학 점수가 오르고 있어서 공부에 흥미를 가졌었는데.. 수학에 대한 감도 많이 떨어지고, 점수 보완에 가장 중요한 시점을 놓쳐서 페이스가 완전히 엉망이 되었다. 물론 공부를 잘했던 사람에게는 1달 정도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겠지만...! 수학에 대한 집착으로 다른 과목까지 다 놓쳐버렸다 (핑계 4). 우울했다. 공부를 잘하고 싶은데 성적이 뜻대로 되지 않으니 점점 공부의 효율이 떨어졌다. 그러던 와중에, 학교에 유학원 주최로 호주 유학 설명회가 열렸다. 그때 결심했다. 가야겠다고. 19살의 나는 28살의 지금의 나보다 조금 더 빠른 판단력과 조금 더 나은 실행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버지를 설득해서 유학 비용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다행히 회사에서 나오는 학비 지원으로 일부 충당할 수 있어서 유학을 가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어학연수 갈 건데 아예 차라리 제대로 배우자는 생각이었고 솔직히 이 성적으로는 만족할만한 학교에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2. 2010년 20살, IELTS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다
(내가 좋아했던 James 선생님)
유학원에서 본격적으로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대학교 평생 교육원 건물을 빌려서 수업을 진행했다. 하루 종일 Writing, Listening, Reading, Speaking을 원어민 선생님들과 같이 공부했다 (Reading만 한국인 선생님). 매일 같이 영어만 하려고 하니깐 죽을 맛이었다.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Rosa Yang 선생님의 Writing 수업은 열심히 들었지만,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던... Speaking 수업은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Speaking이 이 모양인가 보다. James 선생님은 정말 재밌었고 잘생겨서 학생들한테 인기가 많았다. 호주 대학교는 고등학교 성적과 IELTS 점수만 있으면 합격할 수 있다. 입학은 미국 대학교보다 쉽지만, 대신 졸업하는 게 무지하게 힘들다. IELTS 점수가 가까스로 Overall 6.0을 만족시켜서 Language Course (ELS) 없이 원래 전공이었던 경영학과로 바로 진학할 수 있었다.
3. 호주! 도착하다!
(시드니 공항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인천 공항에서 가족들과 친구들을 배웅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탔다. 친구는 엄마와 부둥켜 앉고 펑펑 울었지만, 나는 울지도 않았다. 정말 눈물이 1도 안 나오고 설레고 들뜬 마음뿐이었다. 시드니 공항에 도착했는데 너무 더웠던 기억이 난다. 버스를 기다리는 데 공항에서 와이파이 겨우 연결해서 가족들에게 잘 도착했다고 연락했다.
(호주 도착하자마자 먼저 온 동기가 만들어준 떡볶이와 팬케이크)
착한 친구들 덕에 오자마자 밥을 못 먹어서 굶을 일은 없었다.
(처음으로 개통한 HTC 휴대폰. 어떤 놈이 기숙사에서 훔쳐 갔다.)
낯선 곳에서 쇼핑을 하는 것도 재밌었고, 내 힘으로 휴대폰을 새로 개통하는 것도 뿌듯한 경험이었다.
비자 문제도 딱히 없었고, 순탄하게 학교를 시작할 수 있었다. 모든 게 신기하고 낯설었다. 그렇지만 나는 한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만족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부모님으로부터 떨어져서 혼자 지낸다는 자유로움과, 이국적인 풍경과 아름다운 자연이 주는 행복함,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배운다는 것에 대한 기쁨... 늦은 시간 맥도날드에서 친구들과 향수병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나는 향수병이 거의 없었다.) 생각보다 적응을 너무 잘했다.
4. 2011년 9월, 심리학과로 재입학하다
원래 내 전공은 경영학이었다. IELTS 점수가 University에 갈 수 있는 성적에 0.5점이 모자라서 College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경영학이 생각보다 할만했다. College에는 본토 애들은 없고 대부분 중국인과 아랍 계열 친구들이 있어서 그 어렵다던 회계학도, 통계학도 점수도 꽤 잘 나왔다. 나에게는 그 당시에 (지금도) 안전한 길을 택하지 않고 위험한 길을 택하는 성향이 있었다. 경영학과가 생각보다 점수가 잘 나오니깐 다른 전공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원하던 전공도 아니었기도 했다. 고민을 많이 했다. 잘하는 것을 할지, 좋아하는 것을 할지.. 결국 좋아하는 것을 하기로 선택했다. 선택지는 영문학, 언론학, 심리학 셋 중 하나로 가자고 결심했다. 경영학과로 그대로 갔으면 지금 내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상상해보니 지금의 삶도 나쁘지 않다 (feat. 김동률 - 그럴 수 밖에).
우린 모를 수밖에~~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우리 이야기니깐~~
~
순간 내가 미쳤었는지~~♬
영문학, 언론학, 심리학 중에 왜 심리학을 선택했냐고 물으면... 내가 생각해도 너무 어이가 없다. 바로 미드 'Lie to me' 때문이다. 미드 때문에 전공을 바꾸다니... 이 당시에 lie to me 시리즈에 꽂혀서 주야장천 이 미드만 봤는데 내용인즉슨, 범죄 심리학자가 가해자의 표정으로 거짓 진술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밝혀내는 내용이었다. 꽤 흥미로웠다. 그래서 심리학을 한 번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IELTS라는 장벽이 있었다. 심리학과는 College 과정이 없고 University (대학교) 과정만 있으며, University 과정으로 재입학을 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호주에는 전과라는 개념이 별로 없다. 전과를 해도 바꿀 전공과 상관없는 전공으로 가는 경우 학점을 거의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심리학과 재입학하려면 아이엘츠 6.5라는 점수가 있어야 된다는 것. 당장 IELTS 공부를 시작했다. Reading과 Listening은 어느 정도 나와서 공부를 따로 안 하고, Speaking과 Writing만 열심히 했다. 결과는 간신히 6.5를 맞았다. 한 번에 맞아서 다행이었다. 왜냐하면 시험비가 거의 30만 원 돈이어서.. (지금은 얼마려나). 호주는 뭐든지 아날로그 식인 것 같다. 점수도 컴퓨터로 주지 않고 우편으로 줘서, 편지 뜯을 때 정말 심장마비 걸릴 뻔... 편지 봉투를 열고 소리를 질렀다!
(Course Convener한테 보낸 메일)
Course Convener (학과장) 님께 전과 희망한다고 상담받고 싶다고 메일을 보내니깐, 어떻게 해야 될지 절차를 알려주는 사람이 있으니 찾아가 보라고 해서 찾아가서 상담을 받았었다.
(심리학과 Offer letter)
모든 절차를 밟고 학기가 시작하기 전까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합격 통보를 기다렸다. 결과는 다행히도 합격! offer letter의 저 Congratulations!를 봤을 때의 기쁨은 정말 잊지 못한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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